신한금융은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취임 이후 CEO의 비재무 성과지표에 변화를 줬다. 주요 부문별로 '1위', '톱 레벨(Top level)', '리딩금융'이 될 것을 지주회사 CEO에게 요구하고 있다. 이중에서도 글로벌, 자본시장 영역에서 국내 최고 수준으로 도약할 기반을 갖추는 게 진 회장의 핵심 과제다.
진 회장 체제에서 글로벌 성과는 더할나위 없이 좋았다. 전통적으로 강세인 베트남 법인이 국내 금융회사 해외법인 중 최대 규모 순이익을 냈고 진 회장이 일궈 놓은 SBJ은행도 힘을 보탰다. 자본시장에선 분전이 필요하다. DCM(부채자본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지만 ECM(주식자본시장) 역량은 경쟁 금융그룹에 비해 아쉽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통 강호' 베트남·'진옥동이 일군' SBJ, 효자노릇 톡톡 신한금융 2023년 지배구조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주회사 CEO의 비재무 성과지표는 △시니어·청년 고객층 증가율 1위 △자본시장/글로벌 국내 Top 레벨 기반 구축 △고객경험 혁신을 통한 Digital to Value 달성 △아시아 리딩 ESG 금융그룹 추진 △균형 잡힌 인적 경쟁력 확보 △철저하고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 등 6개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전년도와 비교해 리딩금융 DNA를 강화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2022년에는 '1위', '톱 레벨(Top level)', '리딩금융'과 같이 1등 금융회사 도약을 주문하는 비재무 성과지표는 없었다. 리딩금융으로 입지를 확고하게 다져달라는 게 이사회가 진 회장에게 제시한 경영 목표인 것이다.
특히 글로벌과 자본시장 분야에서의 성과가 진 회장에게 중요하다. 국내 금융지주는 일제히 글로벌 시장을 조준하고 각자의 성공 스토리를 쓰고 있다. 경쟁사와 직접적인 비교가 이뤄지는 영역으로 단기적인 실적에도 영향을 미친다. 자본시장은 리딩금융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보완해야 할 영역으로 꼽힌다. KB금융과 비교되는 대표적인 분야다.
진 회장 취임 첫해 글로벌 비즈니스는 나무랄 데 없는 성과를 냈다. 신한베트남은행은 지난해 순이익 2328억원을 기록해 국내 금융회사 해외 법인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신한베트남은행 자체적으로 봐도 역대 최고 순이익이다. 글로벌 국내 톱 레벨임을 입증하는 사례로 손색이 없다.
진 회장이 이끌었던 SBJ은행도 호실적을 냈다. 지난해 순이익 1270억원으로 신한베트남은행에 이어 국내 금융회사 해외 법인 2위다. 진 회장은 2014년 SBJ은행 법인장, 2015년 SBJ은행 사장으로 취임하는 등 총 3년을 근무했다. 10년 전 일궈 놓은 해외 법인이 진 회장의 지주 CEO 취임 후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특정 법인의 성과 뿐만 아니라 각국의 법인이 고른 성과를 냈다. 신한카자흐스탄은행은 순이익 687억원으로 전체 4위다. 신한은행중국유한공사는 392억원으로 한국계 은행 중국 법인 중 1위다.
◇은행·증권 기업금융 시너지…ECM 경쟁력 강화 이어질까 신한금융이 자본시장 영역에서 국내 최고 수준으로 발돋움하고 싶어하는 건 KB금융의 성공과 무관치 않다. KB금융은 KB증권을 국내 자본시장 최상위권 경쟁을 벌이는 증권사로 키워내며 리딩금융의 면모를 갖췄다. 은행 실적에 의해 그룹의 한해 농사가 좌우되는 구조에서 탈피하고 꾸준한 성장을 추구할 수 있는 틀을 만든 것이다.
진 회장 취임 후 신한금융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해 더벨 리그테이블에서 주관액 기준 DCM 4위에 오르며 역대 최고 순위를 갱신했다. 여세를 몰아 올해는 DCM·ECM 동반 '톱 쓰리(Top three)' 진입을 목표로 삼았다. DCM만 강하다는 평가를 받던 KB금융이 ECM에서도 강호가 된 것과 같은 길을 가겠다는 의중이다.
진 회장이 지주 차원에서 신한은행과 신한투자증권 시너지를 독려한 것도 효과를 봤다. DCM 분야 성장 배경에는 신한투자증권과 신한은행 간 시너지를 바탕으로 한 커버리지 강화가 있었다. 신한은행은 올 1분기 법인 대출 증가액·증가율 1위를 기록할 정도로 기업금융에 힘을 쏟는 추세여서 신한투자증권도 수혜를 입을 수 있었다.
ECM에서는 아직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최근 대기업 계열사 IPO나 유상증자 딜을 잇따라 수임했는데 여기에도 신한은행의 영향력이 작용했을 것이란 시각이 금융권과 투자은행(IB)업계에 존재한다. 신한투자증권 자체적인 경쟁력을 바탕으로 중견·중소기업 딜을 소싱할 수 있어야 톱 쓰리 진입을 노릴 수 있다는 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