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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 때마다 이뤄진 자본 확충

[현금흐름/순조달]⑩2017~2020년 해진공 2조·산은 1.3조 출자

김형락 기자  2024-05-08 16:47:24

편집자주

기업은 숫자로 말한다. 매출과 영업이익 기반의 영업활동과 유·무형자산 처분과 매입의 투자활동, 차입과 상환, 배당 등 재무활동의 결과물이 모두 숫자로 나타난다. THE CFO는 기업 집단이 시장과 투자자에 전달하는 각종 숫자와 지표(Financial Index)들을 분석했다. 숫자들을 통해 기업집단 내 주목해야 할 개별 기업들을 가려보고 기업집단의 재무 현황을 살펴본다. 이를 넘어 숫자를 기반으로 기업집단과 기업집단 간의 비교도 실시해봤다.
파이낸셜 인덱스(Financial Index)란?

[현금흐름]

⑩순조달
순조달은 기업이 사업연도 개시일 이후 증자, 차입 등을 통해 끌어온 자금의 합에서 같은 기간 갚은 돈을 차감한 금액이다. 재무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 가운데 △차입금의 상환과 조달(리스부채 상환 포함) △유상증자를 통한 조달 △신종자본증권의 상환과 발행 등을 가감해서 구하며, 그만큼 현금성 자산이 증가 또는 감소한다. HMM의 순조달 규모를 살펴본다.


HMM은 자본 조달에 의존해 업황 침체기를 보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최대주주가 산업은행으로 바뀌기도 했다.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신종자본증권(영구채) 잔여물량 처리 방안은 대주주 지분 매각 협상 때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기도 했다.

HMM은 해운업황에 따라 재무활동현금흐름이 다르게 나타난다. 코로나 특수(고운임)를 누린 2021~2022년에는 차입금을 순상환(누적 3조6114억원, 이하 연결 기준)하면서 현금성 자산을 12조8000억원까지 늘렸다. 현금 창출력이 살아난 덕분이다. 지난해에도 차입금을 1조5792억원 순상환하면서 11조7568억원대 현금성 자산을 보유했다.


HMM은 오랜 기간 해운업황 침체기를 겪었다. 2014년을 제외하고 2011년부터 2019년까지 당기순손실을 지속했다. 잉여현금흐름(FCF)은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적자를 기록해 외부자금 조달이 필요했다.

2013년 현대그룹 계열사였던 HMM(당시 현대상선)은 3조3000억원 규모 자구안을 내놨다. 단기적으로 해운업 수익성을 개선해 차입금을 상환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자산 매각과 더불어 유상증자(공모·대주주 사재 출연), 해외자본 유치 등으로 유동성을 끌어왔다.

자구안을 이행하는 동안 HMM은 자본 순조달액보다 차입금 순상환액이 컸다. 2013~2015년 자본 순조달액은 5035억원, 차입금 순상환액은 1조6360억원이다. 각종 자산을 매각한 자금을 보태 차입금을 줄였다.

2016년에는 채권단 공동 관리(자율 협약)에 들어갔다. 영업 악화에 따른 결손금 누적으로 그 해 1분기 말 자본잠식률은 99.86%까지 상승했다. 7월 유상증자를 거쳐 출자전환 대상 채권 2조8299억원 중 1조4006억원을 자본으로 바꿨다. 증자 이후 HMM 최대주주는 현대엘리베이터에서 산업은행으로 바뀌었다.

산업은행과 2대주주인 해양진흥공사는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영구채 형태로 발행한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을 인수해 HMM 자본 확충을 지원했다. 2017~2020년까지 해양진흥공사는 2조443억원, 산업은행은 1조3400억원을 HMM에 납입했다.


2020년 구조조정을 마무리할 때까지 HMM은 자본 조달을 지속했다. 2016~2020년 자본 순조달액은 3억9970억원이다. 운영자금(연료비·용선비 등)과 차입금(선박금융 등) 상환 등에 쓰인 돈이다. 해당 기간 차입금 순상환액은 9662억원이다.

영구채는 2021년부터 주식으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HMM 주가가 CB 전환가액·BW 행사가액보다 높아 투자수익 관점에서 주식 전환이 유리한 선택지였다. HMM이 영구채 금리 상향 조정(스텝업)을 앞두고 중도상환 청구권을 행사하면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전환권·신주인수권을 행사해 이를 소멸시켰다.

지난해 말 영구채 잔액은 1조6799억원이다.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가 절반씩 나눠 들고 있다. 오는 24일 194회 사모 영구CB(1000억원)를 시작으로 내년 4월까지 차례로 스텝업이 도래한다.

미상환 영구채가 모두 주식으로 바뀌면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지배력은 더 커진다. 산업은행이 보유한 지분은 29.2%에서 36%로, 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지분은 28.7%에서 35.7%로 늘어난다. 지난해 HMM 경영권 지분 인수에 도전했던 하림그룹은 영구채 전환 유예 등을 요구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해 협상이 결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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