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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황 따라 극명한 온도 차

[종합/재무 온도계]⑪짧은 호황기에 불황기 결손 해소, 현금 창출력 변동 폭은 커

김형락 기자  2024-05-09 15:41:30

편집자주

기업은 숫자로 말한다. 매출과 영업이익 기반의 영업활동과 유·무형자산 처분과 매입의 투자활동, 차입과 상환, 배당 등 재무활동의 결과물이 모두 숫자로 나타난다. THE CFO는 기업 집단이 시장과 투자자에 전달하는 각종 숫자와 지표(Financial Index)들을 분석했다. 숫자들을 통해 기업집단 내 주목해야 할 개별 기업들을 가려보고 기업집단의 재무 현황을 살펴본다. 이를 넘어 숫자를 기반으로 기업집단과 기업집단 간의 비교도 실시해봤다.
파이낸셜 인덱스(Financial Index)란?

[종합]

⑪그룹 재무 온도계
개별 기업이 아닌 그룹 전체의 재무 지표를 총체적으로 살펴본다. 주요 계열사 재무상태표와 손익계산서, 현금흐름 등을 합산해서 분석하는 방식이다. HMM은 연결 기준 지표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HMM은 긴 불황기 두 차례 자구안을 이행하며 다음 호황기를 준비했다. 현금 창출력이 부진했기 때문에 운영자금마저 자본 조달에 의존해야 했다. 컨테이너 부문 선복량을 늘리는 투자는 지속했다.

호황기는 불황기만큼 길지 않았다. 하지만 짧은 호황 기간 현금 창출력은 180도 달라졌다. 코로나 기간 이례적 고운임 현상이 나타나며 조 단위 잉여현금흐름(FCF)을 창출했다. 차입금보다 현금성 자산이 더 많은 순현금 상태로 전환하고, 당분간 자본적 지출(CAPEX)을 감당할 수 있는 재무 완충력을 확보했다.


HMM은 코로나가 발발한 2020년을 전후로 수익성과 재무구조가 온도 차이를 보인다. 2011년부터 2019년까지는 2014년을 제외하고 당기순손실을 거뒀다. 2011년 유럽발 금융 위기 이후 이어진 부진한 경기 흐름과 낮은 운임 등으로 수익성이 침체했다. 2021~2022년에는 코로나 특수(고운임)를 누리며 누적 결손금을 한방에 털어냈다.

HMM은 현대상선 시절이던 2013년 말 연결 기준(이하 동일) 부채비율이 1186%까지 상승했다. 단기적으로 해운업 수익성을 회복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리고, 3조3000억원 규모 자구안을 마련했다. 유상증자(공모·대주주 사재 출연)와 자산 매각 등으로 유입된 유동성을 차입금 상환에 썼다.


현금 창출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채 자구안만 이행해 불황기를 넘길 수 없었다. 2015년 말 HMM 부채비율은 2500%까지 상승했다. 결손금이 추가로 쌓이면서 2016년 1분기 말 자본잠식률은 99.86%에 이르렀다. HMM은 채권단과 협의해 추가 자구안을 확정하고, 자율 협약을 신청했다.

자율 협약을 종결한 건 2018년이다. 채무 재조정(출자 전환 유상증자·상환 유예·이자율 변경 등)을 거쳐 HMM 최대주주는 현대엘리베이터에서 산업은행으로 바뀌었다. 산업은행은 한국해양진흥공사와 HMM 신종자본증권(영구채)를 인수하며 자본 확충을 지원했다.

2018년 말 HMM 부채비율은 294%까지 낮아졌다. 단기성 차입금 비중을 19%로 낮춰 차입금 만기도 장기화했다. 다만 차입금 의존도는 57% 수준이고, FCF는 여전히 적자(-7737억원)였다.


2020년부터 실적 개선 성과가 나타났다. 그해 영업이익(9808억원)과 순이익(1240억원)이 모두 흑자로 전환했다. 코로나 확산세의 역설로 인한 글로벌 운임 상승, 저유가 기조 지속 등으로 해운 시황이 전례 없는 호황을 보였다.

구조조정도 마무리 단계였다. 2020년 △해운 동맹 디 얼라이언스 가입에 따른 규모의 경제 효과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12척 투입 △비수익 노선 합리화·운영 효율화 등도 실적 개선을 이끈 원동력이었다.

2021~2022년에는 고운임 효과에 힘입어 차례로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FCF는 △2021년 5조7938억원 △2022년 10조3027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 순차입금이 마이너스(-)6435억원인 순현금 상태로 돌아섰다. 2022년에는 순현금이 8조9222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까지 흑자 경영을 지속했다. 컨테이너 부문 평균 운임률과 수송량은 코로나 첫 해인 2020년보다 각각 3% 하락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0% 감소한 5848억원, 순이익은 7.8배 증가한 9867억원을 기록했다.

현금 창출력은 저하했지만 유동성 대응 능력은 견지했다. 지난해 FCF는 -6500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했다. 현금성 자산은 전년 대비 1조432억원(단기금융상품 등 포함) 줄었지만, 총차입금도 8508억원 줄이면서 그해 말 순현금은 전년(8조9222억원) 수준인 8조7298억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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