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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er Match Up정유 4사

보드 멤버 구성 제각각인 정유사, '독립성 강화' 전략은

⑥[이사회] GS칼텍스, 사외이사 없어…의장도 오너 허세홍

박완준 기자  2024-04-23 15:56:01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국내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급부상하며 상장사들 사이에서 이사회 중심의 경영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화두는 '대표이사(CEO)=이사회 의장'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다. 사외이사에게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해 경영 투명성을 강화하는 데 목적을 뒀다.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은 이와 비슷한 기조를 보이고 있다. 사외이사로 앉은 인물을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해 독립성을 강화했다. 비상장사인 HD현대오일뱅크와 GS칼텍스는 사외이사를 선임할 의무가 없다. 다만 HD현대오일뱅크는 자발적으로 사외이사를 선임했다.

◇CEO·교수 선임한 SK이노, 관료 출신에 쏠린 에쓰오일

SK이노베이션은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을 사외이사로 대거 선임했다. 특히 사외이사 5명 중 여성을 3명 선임해 정유 4사 중 가장 여성 비율이 높았다. 전문성과 다양성을 동시에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2004년 이사회 중심 경영을 공식 선언했다. 이후 20년간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가 맡는 체제를 유지하고, CEO 보수와 승계에 관한 의결권을 행사하는 등 이사회 권한을 지속적으로 강화했다. 사내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면 경영 감독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SK이노베이션 이사회는 사내이사 2인, 기타비상무이사 1인, 사외이사 5인 등 총 8인 체제다. 사외이사는 3명의 기업 CEO 출신과 경영학과 교수 1명, 금융업 1명 등 각 분야의 전문인력으로 구성했다.

SK이노베이션 이사회 변화에서 가장 눈에 띈 부분은 SK그룹 관계자가 늘어난 부분이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과 장동현 SK 부회장만 이사회에 포함했다.

올해는 박상규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와 강동수 전략재무부문장, 장용호 SK 대표이사를 선임해 3명으로 늘렸다. 최근 고강도 긴축 경영에 나선 SK그룹 기조에 발맞춰 이사회의 의사결정 기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SK이노베이션의 이사회 의장은 박진희 전 한국씨티은행장이 지난해 3월부터 맡고 있다. 박 의장은 1957년생으로 서울대학교 무역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시카고대 경영대학원(MBA), 런던정경대(LSE) 경제학 석사를 거쳐 한국씨티은행장을 지냈다.

에쓰오일의 이사회는 사내이사 1인, 기타비상무이사 4인, 사외이사 6인 등 총 11인 체제다. 기타비상무이사 4인은 모두 최대주주 AOC(Aramco Overseas Company)의 모회사인 아람코 측 인사들이다.

사외이사는 관료 출신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권오규 전 재정경제부 장관과 고승범 전 금융위원장, 이재훈 전 산업자원부 차관, 이전환 전 국세청 차장이 이름을 올렸다. 금융·통상·회계 등 서로 다른 분야에서 전문성을 보유한 이사들로 구성돼 경영진에 대한 견제와 경영활동에 관한 협업이 가능한 구조를 목표했다.

에쓰오일은 올해 주주총회를 통해 권 전 재정경제부 장관을 이사회 의장으로 새롭게 선임했다. 그는 2006∼2008년 제9대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냈으며 현재 현대차 정몽구 재단 이사장을 역임하고 있다.

◇'대표이사=이사회 의장' 못 벗어난 GS칼텍스·HD현대오일

GS칼텍스와 HD현대오일뱅크는 비상장사로 분류돼 사외이사 선임에 대한 의무가 없다. 상법상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만 사외이사 최소 3인, 이사회 인원 50% 이상을 구성해야 하는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GS칼텍스와 HD현대오일뱅크는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고 있는 공통점이 있다. 다만 HD현대오일뱅크는 자발적으로 사외이사 3명을 선임했다는 차이점이 존재한다.


GS칼텍스는 정관상 최대 10명의 등기임원(사내이사·기타비상무이사)을 둘 수 있는 이사회를 GS 측에서 5명(대표이사 2인·사내이사 1인·기타비상무이사 2인), 합작 상대방인 쉐브론 측에서 5명(전원 기타비상무이사)을 각각 선임하는 구조로 이사회를 구축했다.

GS칼텍스는 정유 4사 중 유일하게 사외이사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사회 의장도 허세홍 GS칼텍스 대표이사가 맡고 있다. 다만 이사회 산하에 다양한 소위원회를 구축해 독립성을 강화했다. 이사회 산하에는 감사위원회와 경영조정위원회, 액화천연가스(LNG)도입관리위원회, 안전보건환경위원회가 구축되어 있다.

기타비상무이사는 7명을 배치해 인원이 가장 많았다. 기타비상무이사는 회사의 상시적인 업무에 종사하지 않고 이사회의 일원으로 회의에 출석해 제출의안을 심의한다. 다만 대표이사 선출과 업무집행에 대한 감독, 경영진의 업무집행에 대한 감독의 기능은 없다. 또 사외이사와 달리 자격제한도 없다.

HD현대오일뱅크는 비상장사임에도 불구하고 사외이사를 선임했다. 지난해까지 세 번의 기업공개(IPO) 절차를 밟았다는 점에서 이사회 중심 경영의 초석을 다지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HD현대오일뱅크의 이사회는 사내이사 2인, 기타비상무이사 1인, 사외이사 3인 등 총 6인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주영민 HD현대오일뱅크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이사회 인원의 50%를 사외이사로 두고 있다. 김현웅 전 법무부 장관과 한훈 전 KT 경영기획부문장 부사장, 최선화 서울대 경영대학 부교수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기타비상무이사는 아흐메드 에스 알물힘 사우디 아람코 측 관계자가 자리한다.

HD현대오일뱅크도 이사회 독립성 강화를 위해 이사회 산하에 소위원회를 구축했다. 정거래법상 특수관계인과의 내부거래에 대하여 심사 및 승인을 담당하는 내부거래위원회와 ESG 전략 방향 결정하고 주요 ESG 이슈 사항 등 검토하는 ESG위원회가 내용의 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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