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가 2019년부터 약 3300억원을 투자한 영국 보험마켓 '로이즈(Lloyd's)'의 재보험사 캐노피우스가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미국 암트러스트(AmTrust)의 로이즈 사업부문을 인수로 마켓순위 10위에서 5위로 점프한 뒤 1년 만에 순이익이 9배 증가했다.
덕분에 삼성화재의 지분법이익도 1200억원 가량 늘었다. 기존 오가닉 방식의 글로벌 사업을 현지기업에 투자하거나 합작하는 인오가닉 방식으로 전환, 글로벌 보험시장 허브인 영국 로이즈 마켓 안착을 노린 투자안목이 빛을 발했다.
◇잘나가는 캐노피우스, 로이즈 10위→4위로 점프 삼성화재는 2019년 5월 영국 로이즈 마켓 소속 손해보험 재보험사인 캐노피우스 지분 100%를 보유한 포튜나탑코(Fortuna TopCo) 유한회사에 1억5000만달러(약 1700억원)를 투자했다. 이후 2020년엔 1억1000만달러(약 1400억원)를 추가 투입하면서 이사선임권을 추가 확보했다.
이렇게 3300억원을 투자해 확보한 지분은 18.86%, 이사 자리는 1석이다. 삼성화재 일반보험본부장이 맡는다. 포튜나탑코의 지배력을 갖지는 못했으나 유의적인 영향력을 갖춰 관계기업으로 분류됐다. 지분법으로 평가되는 투자회사를 뜻한다. 이를 통해 삼성화재는 330년 역사를 가진 글로벌 보험시장의 본산, 영국 로이즈 마켓에 본격적으로 발을 내딛었다.
2022년 초 삼성화재가 보유한 포튜나탑코 지분의 장부가액은 2422억원이었으나 작년 말에는 3614억원으로 늘었다. 지난해 말 포튜나탑코의 순이익은 4180억원으로 전년(462억원)대비 9배 가량 증가했다. 영업수익(매출) 역시 1조5425억원에서 2조5565억원으로 늘었다. 전반적인 호실적이 지분가치를 끌어올렸다.
이는 포튜나탑코의 자회사 캐노피우스의 도약에서 비롯됐다. 미국 암트러스트의 로이즈 사업부문을 인수한 캐노피우스의 로이즈 마켓 내 위상 10위에서 5위로 점프했다. 삼성화재와 손잡고 북미시장 공략에 속도를 높이면서 4위까지 진입했다.
반면 그 밖에 삼성화재가 투자한 관계기업들은 모두 순이익 감소를 면치 못했다. 신공항하이웨이의 지난해 당기순익은 552억원으로 전년(670억원)대비 100억원 넘게 줄었으며 베트남석유유통공사(Petrolimex) 자회사 피지코는 135억원에서 129억원, 2022년 지배력 상실로 종속기업에서 관계기업으로 바뀐 삼성재산보험은 182억원에서 115억원으로 줄었다.
◇인니·유럽·베트남 이어 '알짜' 싱가포르도 실적 부진 영국 관계사와 달리 삼성화재 종속 해외법인들은 지난해 전반적으로 실적 감소를 겪었다. 1996년 11월 설립된 인도네시아 법인은 작년 말 매출은 666억원으로 전년(857억원)대비 28.6%, 당기순익은 46억원에서 33억원으로 27.9% 줄었다.
2002년 11월 설립된 베트남 법인의 경우 887억원에서 882억원으로, 순익은 89억원에서 87억원으로 소폭 감소에 그쳤다. 2011년 3월 영국에 설립된 유럽법인은 매출과 순익이 각각 727억원에서 691억원, 87억원에서 78억원으로 줄었다.
일명 '삼성리(Samsung Reinsurance)'라 불리는 알짜 싱가포르 재보험 법인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매출은 1337억원에서 1525억원으로 늘었으나 순익은 235억원에서 192억원으로 18.4% 감소했다. 싱가포르 법인의 경우 추가 증자이슈도 있다.
삼성화재는 1990년대 해외진출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는데 이때는 주로 현지에 직접 법인을 설립하고 뛰어드는 오가닉(Organic) 방식이었다. 미국과 영국, 아랍에미리트(UAE), 러시아를 비롯해 아시아 주요국 8개에 설립된 법인과 지점이 만들어진 것도 이때다.
해외진출 전략이 글로벌 지분투자와 인수합병(M&A) 등 인오가닉(In-Organic) 방식으로 변화한 것은 일본 손해보험사 동경해상(도쿄마린)과 지분제휴 및 사업협약 맺은 2000년대 이후 부터다. 동경해상은 인오가닉 방식을 통해 해외시장에서 이익의 60%를 올리는 글로벌 손보사로 거듭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