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는 지난해 스마트폰, PC, TV 등 주요 IT 완제품 경기 부진 영향으로 IT·산업용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와 반도체 패키지기판 판매가 저조해지면서 실적 감소를 면치 못했다. 당연히 영업활동으로 유입되는 현금흐름도 줄었다.
그런 와중에도 시설투자 등 자본적지출(CAPEX)은 소폭 감소에 그쳤다. 지난 2년간 반도체 패키지기판에 1조6000억원을 투자하면서 잉여현금흐름이 2019년 이후 4년 만에 순유출(-)로 전환됐다.
◇IT 완제품·반도체 경기 부진에 직격타 삼성전기는 3개 사업부문으로 나뉜다. MLCC 같은 초소형 정밀부품을 만드는 컴포넌트와 카메라모듈 등을 제조하는 광학통신솔루션, 반도체 기판 등 기판사업을 담당하는 패키지솔루션 부문이다.
이 가운데 주력은 컴포넌트 사업부다. 매출의 43%, 영업이익의 50% 이상을 컴포넌트 부문이 담당한다. 이곳의 주력 제품이 MLCC다. IT 제품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쌀알보다 작은 크기의 초소형 전자부품이다. 세트(Set)라 불리는 IT 완제품 시장이 MLCC의 전방시장이다.
전방시장이 위축됨에 따라 컴포넌트 사업부의 실적으로 저하됐다. 작년 말 매출과 영업이익은 3조9030억원, 3616억원으로 전년(4조1323억원, 6077억원)대비 줄었다. 특히 영업이익은 거의 반토막 수준이다.
광학솔루션은 매출 3조2890억원, 영업이익 1012억원으로 2022년(3조2039억원, 1104억원)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같은 기간 패키지솔루션은 매출이 2조883억원에서 1조7174억원, 영업이익은 4646억원에서 1766억원으로 감소했다.
반도체 기판 등을 주요 제품으로 삼는 패키지솔루션은 반도체 시장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반도체 부문에서 14조원 넘는 적자가 생겼을 정도로 타격을 입은 탓에 삼성전기의 기판사업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영업현금흐름 부진, CAPEX는 소폭 감소 그쳐 당연히 현금흐름도 저조해졌다. 지난해 말 연결기준 영업현금흐름은 1조945억원으로 전년(1조5371억원)보다 4400억원 줄었다. 나름 감소폭을 제한했으나 문제는 CAPEX다. 같은 기간 1조3451억원에서 1조2568억원으로 883억원 밖에 줄지 않았다.
CAPEX는 대부분 패키지솔루션 부문에 쏠려 있다. 지난해 투입된 금액은 7468억원으로 컴포넌트(1405억원), 광학솔루션(478억원)보다 압도적이다. 이는 삼성전기가 2022년부터 반도체 기판 투자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삼성전기는 2021년 12월에 인공지능(AI)용 반도체에 주로 쓰이는 FC-BGA 기판 생산기지인 베트남 법인에 1조3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한 데 이어 2022년 3월과 6월 국내 부산과 세종 사업장에 총 6000억원을 투입한다는 증설 계획을 내놨다. 챗GPT로 대변되는 초거대 AI 붐이 일어나면서 AI용 반도체 수요가 급증할 것이란 관측에서 나온 계획이다.
이에 따라 패키지솔루션 부문에 2022년 8935억원, 작년 7468억원으로 2년간 1조6000억원이 넘는 시설투자가 이뤄졌다. CAPEX 감소폭이 영업현금흐름 감소폭보다 적어지면서 삼성전기의 연결기준 잉여현금흐름은 304억원 순유입(+)에서 3227억원 순유출로 전환됐다. 마이너스 잉여현금흐름은 2019년 이후 4년 만의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