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부는 기업을, 기업은 기업집단을 이룬다. 기업집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영위하는 사업의 영역도 넓어진다. 기업집단 내 계열사들의 관계와 재무적 연관성도 보다 복잡해진다. THE CFO는 기업집단의 지주사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들을 재무적으로 분석하고, 각 기업집단의 재무 키맨들을 조명한다.
삼성중공업은 2015년부터 7년째 이어진 영업손실 악순환을 지난해 끊고 흑자적환에 성공했다. 다만 현금흐름은 여전히 순유출(-) 상태이며 현금보유량도 1조원 밑으로 줄어 8000억원에 못 미치고 있다.
그런 와중에 올해 안에 갚아야 할 단기차입금이 3조원을 웃돈다. 곳간 사정도 충분치 않은데다 현금흐름도 좋지 않은 만큼 차환, 만기연장, 대체조달능력 확보 외에는 별다른 수단이 없다. 현재 BBB+ 수준인 신용등급 탓에 공모채 시장 접근성도 떨어진 상태다.
◇7년 연속 영업적자 악순환 끊고 흑자전환
삼성중공업은 2021년 이후 주력 선종인 LNG선과 컨테이너선을 중심으로 글로벌 선박 발주를 확대하면서 2020년 말 12조원이었던 수주잔고가 27조원을 웃돌 만큼 증가했다. 이 기간 동안의 잔고회전율(최근 3년 평균매출 대비 수주잔고)은 1.9배에서 4.2배까지 상승했다.
선가도 지속적으로 인상되면서 수주잔고의 질적 구성도 개선되고 있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영향으로 LNG 운반선 발주가 증가, 선가도 상승추세를 보인 게 주효했다. 덕분에 저가물량이 축소되고 고가물량 건조 비중이 늘어나 작년 말 연결기준 매출은 8조94억원으로 전년(5조9447억원)대비 34.7% 증가했다.
지난해 1분기부터 영업이익 흑자전환에 성공한 이후 연간 흑자도 달성했다. 2015년부터 7년간 이어졌던 영업손실의 악순환을 끊어냈다. 향후에도 국제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친환경 선박 발주와 노후선 교체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저유가 시기 투자 부족에 따른 해상유전 개발 필요성, 글로벌 LNG 수출 증가에 따라 원유생산설비, LNG-FPSO(FLNG) 발주 시장 확대도 전망됨에 따라 수주여건 개선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현금흐름은 아직 순유입(+)으로 전환되지 못하고 있다. 작년 말 영업현금흐름은 마이너스(-)5164억원, 잉여현금흐름은 –6699억원으로 둘 다 전년에 이어 2년 연속 순유출을 기록했다. 현금이 계속 새고 있다는 뜻이다.
인도시 잔금의 비중이 높은 헤비테일(Heavy tail) 공사의 매출 증가에 따른 운전자금 부담 등으로 현금성자산은 7982억원을 기록, 전년(1조913억원) 대비 감소하고 차입금이 증가함에 따라 총차입금은 3조1196억원에서 3조6812억원으로 늘었다.
◇낮은 신용등급으로 공모채 외면, 금융권 차입 위주
특히 만기가 1년 남은 단기차입금이 대폭 증가했다. 단기차입금 1조8496억원에다 장기차입금 가운데 잔존만기가 1년 미만으로 떨어진 유동성장기부채가 1조2166억원으로 총 3조원을 넘는다.
현금흐름이 여전히 순유출인 상태에서 연내 갚아야 할 빚이 크게 늘었다. 단기성차입금은 대부분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SC제일은행 등 금융권 차입금으로 구성됐다. 그 외에 연내 만기가 도래하는 사채도 1397억원 수준이다.
보유 현금성자산만으로 단기성차입 대응이 어려운 상태다. 이는 결국 영업현금창출력, 대체자금 조달능력 등으로 유동성 조달능력을 보강해야 한다. 금융권 차입금은 삼성의 후광으로 만기를 연장시킬 수 있으며 토지, 건물 등 보유 유형자산을 활용한 대체자금 조달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작년 말 토지, 건물 등 유형자산 1조1394억원이 수출입은행 대출의 담보로 설정돼 있다.
올 4월부터 만기가 돌아오는 사모채는 상환을 검토 중이다. 신용등급이 BBB+ 수준이라 공모채 시장에서 발을 딛지 않고 있다. 삼성중공업의 신용등급은 삼성 주요 상장사 중에서 가장 낮은 등급이라 사모채 발행만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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