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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집단 톺아보기

이서현 복귀, 총수 손길 닿는 삼성물산

⑧그룹 모태·지배구조 정점·EPC 총괄, 바이오 등 신사업 육성도

원충희 기자  2024-04-09 14:43:48

편집자주

사업부는 기업을, 기업은 기업집단을 이룬다. 기업집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영위하는 사업의 영역도 넓어진다. 기업집단 내 계열사들의 관계와 재무적 연관성도 보다 복잡해진다. THE CFO는 기업집단의 지주사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들을 재무적으로 분석하고, 각 기업집단의 재무 키맨들을 조명한다.
삼성물산은 그룹 내에서 삼성의 모태이자 지배구조의 정점이다, 설계·조달·시공(EPC) 사업 총괄 계열사란 1인 3역을 하고 있다. 바이오 사업까지 거느리면서 신사업 인큐베이팅 역할까지 맡아 성사했다. 다만 중요한 계열사임에도 지난 수년간은 총수일가의 손길이 직접 닿진 않았다.

그런 면에서 최근 오너가 일원인 이서현 사장(사진)의 컴백은 의미가 남다르다. 특히 이번에는 패션부문에 국한되지 않고 건설, 상사, 패션, 리조트 등 사업 전반의 중장기 전략을 짜며 중추적인 역할을 맡게 된다.

◇지배구조 개편 따라 '의식주휴' 문어발 기업화

삼성의 시작은 1938년 협동정미소 주인이던 이병철 창업회장이 세운 삼성상회가 모태다. 1948년 조홍제와 공동출자로 서울에서 삼성물산공사를 설립했으나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로 폐업했고 1951년에 부산에서 삼성물산이 다시 재설립된 게 지금까지 이어졌다.

초기에는 종합무역상사로 시작했으나 그 후 여러 차례 분할과 합병을 통해 건설, 리조트, 상사, 패션, 급식/식자재유통 등 사업이 다채로워졌다. 2015년 에버랜드 합병과 제일모직에 역합병 등으로 광범위한 사업, 일명 '의식주휴'를 모두 영위하는 문어발 기업이 됐다. 다만 그룹 내 위상은 더욱 높아졌다.


삼성물산은 그룹의 모태이자 지배구조 정점으로 꼽힌다. 오너가→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소유구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총수일가가 직접적으로 가장 많은 지분(33.63%)을 갖고 있다. 아울러 삼성물산 건설부문을 비롯해 삼성중공업, 삼성E&C(옛 삼성엔지니어링) 등 EPC 계열사의 컨트롤타워인 EPC 경쟁력 강화 TF가 이곳에 설치돼 있다.

2015년 제일모직과 합병하면서 제일모직이 들고 있던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보유함에 따라 1대 주주가 됐다. 제2의 반도체로 불리는 바이오를 거느리면서 신사업 인큐베이터 역할도 맡았다.

다만 이 같은 중요성에도 오너가의 손길이 많이 닿지는 않았다. 이병철 창업회장과 이건희 선대 회장이 각각 1961~1987년, 1987~2005년 삼성물산 회장직을 맡았지만 그 이후로는 오너가 구성원이 회장직을 맡지 않았다. 2002년 제일모직 패션연구소 부장으로 입사한 이서현 사장이 2010년 제일모직 패션부문 경영전략담당 부사장에 오른 데 이어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경영기획담당 사장, 제일기획 경영전략부문장, 삼성물산 패션부문 경영기획담당 사장, 삼성물산 패션부문장 등을 맡다가 2018년 말 물러난 게 전부다.

◇5년만에 오너가 경영인 복귀, 부문 간 시너지 극대화

그런 면에서 최근 복귀한 이 사장의 행보는 눈길을 끌만한 장면이다. 이 사장은 이번에 복귀한 직책은 전략기획담당이다. 그를 위해 신설된 보직이다. 건설, 상사, 패션, 리조트 등 4개 부문 간 시너지 극대화와 신성장동력 발굴 등을 고민하는 자리다.

과거 패션부문 총괄보다 역할이 커졌다. 나무가 아닌 숲을 보고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는 일로 오너 경영인이 전체적인 중장기 전략을 짜기에는 안성맞춤인 자리다. 이에 따라 삼성물산은 5년 만에 총수일가의 직접적인 손길이 닿게 됐다.

최근 지난 2월 시티오브런던 등 5개 행동주의 헤지펀드들이 삼성물산 지분 1.46%를 확보한 뒤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과 7000억원 규모의 배당금 지급을 요구했다. 헤지펀드들은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주주가치 재고를 요하는 소액주주를 포함, 지분 23%의 지지를 모으며 선방했다.

이재용 회장을 포함한 최대주주 일가와 회사 경영진은 미래 성장동력 확보와 사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 재원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안건을 거부했다. 다만 재상장 이후 10년 가까이 주가가 제자리에서 횡보하고 있는 만큼 20% 이상의 지지를 받은 것은 꽤나 이례적인 사례로 남게 됐다.

오너 경영인이 다시 나선 데는 이런 배경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대주주 일가가 삼성물산 경영의 그립을 강하게 잡아 기업 밸류업은 물론 지배력을 확고히 갖고 가겠다는 의지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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