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에서 2차전지(배터리) 사업을 담당하는 에너지솔루션 부문의 작년 영업이익은 1조3000억원인 반면 생산능력(캐파) 증대 등을 위한 시설투자에 4조2000억원이 들어갔다. 배터리 사업은 아직 버는 돈보다 들어가는 돈이 더 많은 상태다.
이로 인해 3년 연속 잉여현금흐름 순유출(-)을 기록했다. 특히 작년에는 순유출 규모가 2400억원에서 2조원으로 급증했다. 영업활동으로 유입된 현금흐름보다 더 많은 돈을 설비구매 등 자본적지출(CAPEX)에 썼기 때문이다.
◇2차전지가 전체 실적 견인, 전자재료는 영업익 반토막 삼성SDI의 주력 사업은 배터리(2차전지)다. 과거에는 편광필름, 반도체 코팅제 등 전자재료가 주력이었으나 전기자동차 시대가 열리면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배터리 부문이 회사를 견인하고 있다. 2차전지 사업을 담당하는 에너지솔루션 부문의 지난해 매출은 20조4061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89.9%, 영업이익은 1조3424억원으로 82.2%를 차지했다.
에너지솔루션 부문 매출액은 전년 대비 2조 8399억원(16.2%), 영업이익은 886억원(7.1%) 늘었다. 반대로 전자재료 부문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2556억원(-10%) 감소한 2조3022억원을, 영업이익은 2632억원(-47.5%) 감소한 2910억원을 기록했다. 전자재료 부문은 반도체 등 전방산업의 부진이 실적 감소로 이어졌다.
다만 수익성은 여전히 전자재료 부문이 우위에 있다. 작년 말 전자재료 부문의 영업이익률은 12.6%인 반면 에너지솔루션 부문은 6.57%다. 전자재료 부문의 경우 영업이익이 47%나 줄었음에도 월등한 수익성을 나타내고 있다.
삼성SDI가 지난해 에너지솔루션 부문에 투입한 시설투자 규모는 4조2800억원이다. 모두 배터리 생산라인 증설과 공장 설립 등에 쓰인 돈이다. 영업이익의 3.18배 수준으로 아직은 2차전지 사업으로 벌이 들이는 돈보다 들어가는 자금이 더 많은 상태다.
◇잉여현금흐름 순유출 급증, 순차입 상태 지속 삼성SDI는 3년 연속 연결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이 2조원을 웃돌고 있다. 2021년에 2조1760억원, 2022년에 2조6411억원, 작년에 2조1035억원이다. 문제는 CAPEX가 영업현금흐름을 상회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1년 2조2570억원, 2022년 2조8135억원으로 늘더니 작년에는 4조607억원으로 급증했다.
이로 인해 잉여현금흐름은 3년 연속 순유출 기조다. 특히 지난해에는 순유출 규모가 2조287억원으로 전년(2419억원)대비 대폭 늘었다. 영업현금흐름이 전년보다 소폭 감소(2조6411억원→2조1035억원)한데 반해 CAPEX는 급증한 탓이다.
이렇게 현금이 빠져나간 자리는 차입금이 채웠다. 2021년 4조6565억원이던 총차입금은 2022년 5조2203억원, 지난해 5조7988억원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현금성자산을 제외한 순차입금 역시 2조2230억원, 2조1229억원, 3조7242억원으로 지속 증가 중이다. 삼성그룹 전자부문 계열사 가운데 탄탄한 순현금 기조로 유명하다 삼성SDI만 유일하게 순차입 상태다.
다만 별도재무제표 기준으로 보면 지난해 CAPEX는 7888억원, 잉여현금흐름은 6214억원으로 순유입(+) 상태다. 설비투자 등의 상당액이 해외자회사에 집중돼 있다는 뜻이다. 삼성SDI의 주력 배터리 생산기지는 헝가리법인(Samsung SDI Hungary)으로 여기에 장·단기 외화차입금 잔액 4조 가량이 쏠려있다.
미국 완성차 업체 스텔란티스와 합작법인 스타플러스에너지(StarPlus Energy) 1공장, 2공장 건설 계약을 맺은 상태다. 아울러 GM과도 미국 인디애나주 북중부 지역인 세인트조셉 카운티 내 뉴 칼라일에 배터리 합작법인을 건설한다. 투자규모는 30억달러(약 4조원)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