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는 지난 2022년 1월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을 처음으로 발표했다. 2008년부터 꾸준히 기말배당을 시행했지만 이전까진 장기적인 배당 청사진을 밝히지 않아 주주 입장에서 배당 방향성을 가늠하기 어려웠다.
당시 삼성SDI는 2022~2024년 사업연도 주주환원 정책을 공개하며 기본배당금을 주당 1000원(우선주 1050원)으로 유지하고 연간 잉여현금흐름(FCF)의 5~10%를 추가 배당재원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FCF란 영업활동현금흐름에서 자본적지출(CAPEX)과 배당 지급액 등을 차감하고 남는 잉여현금을 의미한다. 삼성SDI는 이러한 주주환원 계획을 공개한 뒤 실제 2022년 사업연도 기준 FCF 404억원의 5%인 20억원을 추가 배당금으로 활용해 지난해 총 690억원의 배당을 집행했다.
지난해 사업연도를 기준으로 배당이 집행될 올해는 이러한 추가 배당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지난해 4조원이 넘는 CAPEX를 집행하며 FCF가 적자로 돌아선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30일 삼성SDI는 공시를 통해 2023년 사업연도 기준 현금배당으로 주당 1000원(우선주 1050원)의 배당을 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회사가 밝힌 주주환원 정책의 기본배당만 하는 것으로 배당 총액은 전년 대비 3% 감소한 669억원이다. 삼성SDI는 공시 이후 열린 기업설명회(IR)에서 지난해 FCF가 적자로 돌아서 기본배당만 집행한다고 설명했다.
연간 FCF의 적자 원인으로 꼽히는 요인은 역시 CAPEX 확대다. 이날 삼성SDI는 지난해 연간 실적으로 매출 22조7083억원, 영업이익 1조6334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현금흐름과 FCF 금액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9.7% 감소하며 영업에 따른 현금흐름 확보에 일부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CAPEX 집행비용이 같은 기간 2조원 이상 증가하며 FCF 확보에 부담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SDI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수혜를 누리기 위해 지난 지난해 본격적인 북미 투자에 나섰다. 2021~2022년 2조원 수준에 머물던 삼성SDI CAPEX가 지난해 4조3447억원으로 치솟은 배경이다.
CAPEX 확대가 FCF 적자의 요인으로 꼽히긴 하지만 투자에 따른 성과가 하나둘 나타나는 점은 긍정적이다. 삼성SDI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 스텔란티스와 2개의 합작공장을 짓기로 했는데 이중 하나가 올해 가동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당초 양산 일정은 내년 1분기였다. 아울러 지난해 하반기 유럽 생산거점인 헝가리에서 새롭게 가동하기 시작한 공장도 조기 램프업(생산력 증대)에 성공해 현재 90% 초·중반대의 가동률을 유지하고 있다.
박종선 중대형전지 전략마케팅 담당 부사장은 이날 IR에서 "2025년 이후 전기차 성장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신규 거점의 생산능력 증설을 차질 없이 준비하고 기존 라인의 생산 효율을 극대화할 것"이라며 올해도 지속적인 투자 집행 의지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