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학규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사장)은 삼성그룹 상장 계열사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중에서 가장 높은 연봉을 받는 인사다. 특이한 점은 그의 장기인센티브가 가전, 스마트폰 등 완제품(DX) 부문의 실적과 연동된다는 데 있다.
이는 삼성전자가 DX와 반도체(DS)로 부문을 나눠 별도의 재무조직과 CFO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박 사장은 전사를 대표하는 CFO이지만 '한 지붕 두 살림' 구조상 DX부문에 속해 있다.
◇삼성 15개 상장사 CFO 중 가장 고연봉 박 사장의 지난해 보수총액은 37억9200만원으로 삼성전자 사내이사 보수지급액에서 한종희 부회장과 경계현 사장(반도체 총괄), 노태문 사장(휴대폰 총괄)에 이어 4번째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삼성그룹 소속 15개 상장사 중 가장 연봉이 높은 CFO다.
삼성전자의 보수체계는 직급과 위임업무 성격 및 수행률에 따라 지급되는 급여, 목표 달성도 및 회사 재무적·비재무적 지표를 감안한 상여로 나뉜다. 박 사장은 급여로 10억2500만원, 상여로 26억6200만원, 그 밖에 복리후생(의료지원·단체상해보험 등)으로 1억400만원어치 처우를 제공받았다.
상여는 부서별 목표 달성도에 근거해 월급여의 200% 내에서 연 2회 분할 지급되는 목표인센티브와 사업조직별 사업연도 평가세후이익, 자본비용 등 재무적 요소로 산정한 보상재원을 바탕으로 기준연봉의 50% 내에서 연 1회 지급하는 인센티브가 있다.
장기성과인센티브도 존재한다. 이는 경영진이 단기성과에 매몰되지 않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회사를 운영토록 설계된 인센티브다. 삼성전자는 자기자본순이익률(ROE), 주당수익률, 세전이익률 등을 평가해 3년 평균연봉을 기초로 주주총회에서 정한 이사보수한도 내에서 산정, 3년간 분할 지급한다.
박 사장의 경우 전사 계량지표는 2020~2022년 사이 ROE 13.2%, 세전이익률 16.6%, 주가상승률 -0.9%를 기록했고 2023년 DX부문 매출액 170조원, 영업이익 14.4조원을 달성한 점을 평가항목에 반영했다. 비계량 지표에선 효율적 자원 운영을 통해 견조한 실적 달성을 지원했고 신기술과 신사업 등 신성장 동력 발굴한 점을 평가해 상여금에 산정했다.
◇DX·DS부문 별도 재무라인 구축 '한지붕 두살림' 여기서 주목할 점은 박 사장의 계량지표가 DX부문 실적이라는 것이다. 사내이사이자 전사 담당 CFO임에도 특정 사업부문의 실적이 평가지표로 사용된다. 이는 삼성전자의 재무라인이 이원화돼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생활가전, TV, 스마트폰 사업 등 완제품(세트)을 담당하는 DX부문과 반도체 등 부품사업을 총괄하는 DS부문으로 나뉜다. 한종희 부회장이 DX부문 대표이사, 경계현 사장이 DS부문 대표이사다. 완제품과 부품의 사업구조와 공정이 다르다는 점에서 두 부문을 나누었다.
특히 반도체는 연간 수십조원 규모를 시설투자에 투입하기 때문에 DS부문 경영지원실을 설립하고 따로 살림을 차렸다. 현재 김홍경 부사장이 DS부문 경영지원실장을 맡고 있다. 즉 삼성전자는 CFO가 두 명인 셈이다. DX부문이 매출 규모가 큰 데다 B2C 사업 특성상 회사 이미지의 대표성을 갖고 있어 박 사장이 사내이사로 올라가 있다.
김 부사장은 사내이사가 아닌데다 보수지급액 5억원 이상 임직원 중 상위 5명에 포함되지 않아 연봉규모를 공개하진 않는다. 다만 그의 성과급 계량지표에는 DS부문 매출과 영업이익 등이 쓰였을 것으로 유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