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수년간 이어진 유동성 파티가 끝났다. 전 세계적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인수·합병(M&A) 시장에 드리운 그늘도 짙어졌다. 돈줄을 쥐고 있는 유한책임출자자(LP)는 잔뜩 움추러들었다. 펀딩 난이도가 한껏 높아진 상황에서 무한책임사원(GP)도 생존 전략에 대한 고민이 커졌다. 더벨은 찬바람이 거세진 펀드레이징 시장의 생태계를 점검해본다
펀딩 난이도 상승은 대형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들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펀드 규모를 키워 나가야 하는 PEF 운용사의 숙명 탓에 한정된 출자사업을 놓고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작년 한앤컴퍼니에 이어 올해는 MBK파트너스도 국내 주요 출자사업에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이들의 가세로 대형 하우스들도 출자사업 확보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경쟁 격화로 대형 하우스의 크레딧펀드 자회사들이 중소형 출자사업까지 뛰어드는 상황도 지속될 전망이다.
◇MBK·한앤코도 국내 출자사업 ‘전력투구’
MBK파트너스와 한앤컴퍼니는 국내 ‘투톱’ PEF 운용사로 꼽힌다. 현재 MBK파트너스는 6호펀드를 70억달러, 한앤컴퍼니는 4호 펀드를 30억달러 규모로 조성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두 곳은 수 조원 단위의 펀드를 운용하면서 그동안 국내보다 해외 주요 기관투자자(LP) 위주로 펀딩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두 곳도 점차 커지는 펀드 규모와 국내 LP의 위상 상승 등이 맞물리면서 국내 출자사업에도 본격적으로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작년 한앤컴퍼니가 주요 출자사업에 잇달아 참여한 데 이어 올해는 MBK파트너스가 관련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 출자사업 대형 분야는 두 곳의 등장으로 경쟁이 더욱 격화되는 모양새다. 출자사업 확보 안정권으로 분류되던 운용자산(AUM) 10위권내 하우스들도 이제는 결과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물론 MBK파트너스와 한앤컴퍼니도 이러한 경쟁의 예외는 아니다. 국내 주요 연기금·공제회 출자 경향을 잘 아는 다른 대형 하우스들과 경쟁이 이들에게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앤컴퍼니는 작년 도전했던 출자사업에서 고배를 든 사례가 있었다. 교직원공제회 출자사업 대형 분야에서 프레젠테이션 심사 대상에 포함됐지만 최종 경쟁했던 어펄마캐피탈에 밀렸다. 이밖에 국민연금, 우정사업본부, 사학연금 출자사업은 위탁운용사에 선정됐다.
이를 고려하면 올해 MBK파트너스도 국내 출자사업 확보에 전력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도 IMM인베스트먼트,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글랜우드PE) 등 MBK파트너스의 경쟁자들이 만만치 않다는 평가다.
MBK파트너스는 4월경 국민연금 출자사업을 시작으로 복수의 주요 연기금·공제회에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다. 이미 국내 금융기관들은 일찌감치 MBK파트너스에 출자를 확정한 것으로 파악된다.
◇대형사 크레딧펀드, 중소형 출자사업 참여 지속 전망
경쟁 격화로 국내 출자사업에서는 그동안 이뤄졌던 관행들이 사라지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AUM이나 하우스 위상에 맞춰 지원 분야를 선정하거나 친밀한 관계에 있는 하우스끼리 경쟁을 피하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작년 초에는 여전히 시장에서 한 지붕으로 여겨지는 IMM인베스트먼트와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가 건설근로자공제회의 PEF 출자사업을 놓고 경쟁했다. 두 하우스가 동일 출자사업에 함께 도전한 것은 처음이었다.
IMM인베스트먼트와 IMM PE는 이후 작년 출자사업에서 경쟁을 다시 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두 하우스가 맞붙었다는 사실이 국내 출자사업의 높아진 경쟁 강도를 보여준다는 반응이 많았다.
작년부터 대형 하우스의 크레딧펀드들이 중소형 출자사업에 도전하고 있는 것도 관행이 무너지는 사례로 꼽힌다. 스틱인베스트먼트, IMM PE, 글랜우드PE, VIG파트너스 등 국내를 대표하는 대형 하우스들은 최근 잇달아 크레딧펀드 자회사를 설립했다.
이들은 2000억~3000억원 규모의 블라인드펀드 조성을 목표로 작년 국내 출자사업의 중소형 분야에 대거 지원했다. 우정사업본부의 메자닌 전략, 노란우산공제 정기 출자사업 등에서 이들은 중소형 하우스들과 경쟁했다.
대형 하우스의 크레딧펀드 대부분이 신생사이고 결성 펀드 규모도 중소형인 만큼 지원에 규정상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업계에서는 대형 하우스의 위상이나 LP 네트워크를 고려하면 이들의 중소형 분야 참여가 ‘상도의’를 벗어났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다만 올해도 대형 하우스의 크레딧펀드들은 중소형 분야 도전을 이어갈 전망이다. 펀드 결성을 완료한 스틱인베스먼트 크레딧본부를 제외하면 IMM크레딧앤솔루션, 글랜우드크레딧 등이 현재 펀드를 결성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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