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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이사 보수한도 분석

'투명성→미래 가치' 변화한 한화그룹 보수 체계

⑤사외이사 중심 '보상위', 보수한도 유지…미래 주가 기반 RSU 확산

김동현 기자  2024-03-15 15:56:44

편집자주

대내외 불확실성이 고조되며 기업들이 허리띠를 조이고 있다.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등기임원 보수한도를 깎아 장기 불황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등 이사회 구성원이 먼저 보수한도를 삭감해 위기에 선제 대응하는 것이다. 더벨이 지난해와 올해, 재계 주요 그룹 내 상장사의 이사보수 한도 변화를 살펴본다.
한화그룹은 이사 보수한도를 조정하지 않고 유지하는 흐름을 보였다. 그룹 내 주요 상장 10개사 가운데 이번에 보수한도를 바꾼 곳은 한화손해보험과 한화갤러리아 등 2곳이었고 ㈜한화, 한화생명보험, 한화투자증권,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은 10년도 전에 설정한 보수한도를 올해도 유지한다.

다만 임원의 책임경영 강화를 목표로 도입한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체계를 전 계열사로 확대한다. 비교적 늦게 한화그룹 상장사로 이름을 올린 한화갤러리아(2023년 한화솔루션에서 인적분할), 한화오션(2023년 피인수) 등도 임직원을 대상으로 RSU를 적용한다. RSU의 경우 보수총액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쉽게 바꾸지 않는 보수한도, 올해 갤러리아·손해보험 변화

그동안 한화그룹 계열사는 이사 보수한도에 큰 변화를 주지 않고 현행 유지 차원에서 등기임원 보수를 관리했다. 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는 ㈜한화는 2013년부터 올해까지 보수총액을 140억원으로 유지했고 한화생명보험(2010년)과 한화투자증권(2014년)도 10년 넘게 각각 60억원과 30억원으로 보수한도를 유지했다.

2014년 한화그룹에 편입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경우 17년 동안 매년 보수한도를 90억원으로 설정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마지막으로 보수한도를 조정한 시기는 삼성테크윈 시절인 2007년이다. 당시 삼성테크윈은 60억원 수준으로 유지하던 보수총액을 90억원으로 증액했다.



오랜 기간 보수한도를 바꾸지 않은 이들 계열사는 이사회 아래 보상(보수)위원회를 운영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화생명보험은 2010년 상장과 함께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보상위원회를 이사회 내 위원회로 운영하기 시작했고 한화투자증권(2013년)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2014)도 2010년대 들어 보상위원회를 설치해 등기이사 보수한도를 사전에 심의하도록 했다.

사외이사 중심의 보상위원회를 운영하면 보수 집행의 잡음을 사전에 차단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한국ESG기준원(KCGS)은 모범규준을 통해 보상위원회를 전원 사외이사로 꾸릴 것을 권한다. 금융·방산 계열사가 선제적으로 보상위원회 설치에 나섰고 이후 한화시스템(2021년), 한화솔루션(2023년) 등도 동참했다. 다만 ㈜한화는 아직 보상위원회를 설치하지 않았다.

이 가운데 한화갤러리아와 한화손해보험 등 2개사는 올해 보수총액에 변화를 줬다. 한화갤러리아는 90억원에서 40억원으로 보수한도를 줄였고 한화손해보험은 20억원에서 30억원으로 한도를 올렸다. 이는 지난해 실제 집행금액을 반영하기 위한 변화로 풀이된다.

지난해 한화솔루션에서 분할한 한화갤러리아는 전체 보수한도의 13% 수준인 12억원만 등기임원 보수로 지급했다. 반대로 한화손해보험은 지난해 보수총액의 84%인 17억원을 이사 보수로 집행해 한도를 채웠다. 상대적으로 실지급액과 보수총액의 격차가 큰 한화갤러리아는 한도를 줄이고 그 격차가 작은 한화손해보험은 한도를 늘린 것이다.



◇RSU 도입 확산, 지급한도 명시

보수한도에 들어가지 않지만 한화그룹은 임직원에게 RSU를 지급하는 별도의 보상 체계를 운영 중이다. RSU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주식을 주는 보상 제도로, 실제 주식을 받을 시점에 회사의 기업가치가 올라가면 그만큼 보상 규모가 커진다. RSU를 지급받은 후 5~10년 사이에 실제 주식을 얻는데, 등기임원과 같은 최고경영진은 이 기간이 10년이다. 미래 기업가치에 따라 보상 규모가 올라가는 만큼 임원의 책임경영을 유도할 수 있다.

2020년 ㈜한화를 시작으로 RSU를 도입했고 지금은 한화솔루션, 한화생명보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계열사 전반으로 퍼진 상태다. 지난해 독립법인으로 출범한 한화갤러리아도 임원에게 RSU를 부여하고 보상비용으로 약 9억원을 잡아놓았다. 지난해 한화그룹에 편입된 한화오션의 경우 올해 23만주 범위에서 RSU를 임원에게 부여할 수 있다.

한화그룹 계열 임원이 매년 RSU를 무한정으로 받는 것은 아니다. RSU를 부여하는 상장사들은 그해 RSU 지급 범위를 정하고 이 한도 내에서 부여하고 있다. 주주총회 소집공고나 사업보고서 공시 등을 통해 이를 명시해놨다.

예를 들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9만6866주의 범위 내에서 RSU를 부여하겠다고 밝혔고 이중 사내이사인 김동관 부회장이 6만5002주(상반기 기준, 연간보고서 아직 미공개)에 상응하는 RSU를 받았다. 올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설정한 RSU 한도는 7만2452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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