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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모니터태광그룹

'준법감시기구' 첫 출범 …올해 ESG 목표 등급 'B'

성회용 대표 선임 석달 ESG 강화 주력

박완준 기자  2024-03-15 10:40:55
태광그룹은 오너가(家) 이호진 전 회장이 2012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후 보수적인 경영 기조를 유지하며 사실상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거리가 먼 행태를 보였다. 하지만 조직 수장이 바뀌면서 12년 만에 ESG 강화의 돛을 다시 펼치고 있다. 경영의 '투명성'과 기업의 '책임성'에 방점을 두고 비(非)재무적 역량 강화에 애너지를 쏟고 있다.

올해 태광그룹은 4년 만에 ESG 통합 등급을 B로 복귀하는 목표를 내부적으로 수립했다. 특히 올 상반기 중 그룹 내 준법감시기구를 처음으로 설치해 사회(S) 부문의 등급 상향에 힘을 실을 방침이다. 그룹 전체 준법·윤리경영을 감시할 외부기관을 마련해 지속적인 규범준수 환경 조성을 목표하는 내용이 골자다.


준법감시기구는 그룹 내 윤리경영 제고와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역할을 맡는다. 주요 경영 활동에 대한 사전 검토 및 의견 제시와 준법 의무 위반 리스크에 대한 직접 조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핵심 의사 결정 조직에 대한 감독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앞서 태광그룹은 일감몰아주기 등의 오너리스크와 흥국생명 채권사태 여파 등의 사회적 논란을 야기해 낮은 ESG 평가를 받아왔다. 실제 2022년 태광산업이 한국ESG기준원(KCGS)이 매긴 ESG 통합 등급에서 D를 받아 그룹 전체 등급도 C에서 D로 한 단계 떨어졌다.

태광그룹은 그동안 ESG 등급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은 기업이다. 이 전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ESG 관련 경영에 대한 관심이 약화된게 현실이다. 이러한 기조를 깨고 ESG 등급 개선에 나선 배경에는 대규모 투자와 관련된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 태광그룹은 향후 10년간 태광산업에 신사업 육성 및 공장 설비 개선 등 10조원을 투자하고, 흥국생명 등 금융 계열사가 신사업 및 계열사 통합 DB관리 센터 신규 구축 등에 약 2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3분기 태광산업의 총 현금성자산은 1조2601억원으로, 투자금 집행을 위해서는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한 상태다. 뿐만 아니라 태광산업은 2년 연속 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2022년 1044억원에 이어 991억원을 기록했다.

태광산업은 최근 적자가 지속된 탓에 투자금 일부를 외부 차입할 계획이다. 부채비율이 낮은 탓에 차입에 대한 부담이 낮은 편이다. 지난해 3분기 부채비율은 17% 수준이다. 차입금의존도도 3년 연속 1%대를 유지하고 있다.

회사채 등 외부 조달을 위해선 회사채 신용등급 평가를 14년 만에 다시 받아야 한다. 이 전 회장이 물러난 이후 태광산업의 투자 시계가 멈춰 큰 규모의 외부 차입을 하지 않은 탓이다. 태광산업의 회사채 신용등급은 2010년 한국기업평가의 AA-가 마지막이다.

등급에 따라 조달 비용의 차별화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신규 평정의 중요성이 높을 수 밖에 없다. 문제는 과거와 달리 국내외 신용평가사들이 2021년부터 신용등급 산출에 ESG 등급을 반영한다는 점이다. 낮은 등급을 보유한 태광산업의 새로운 신용평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올해 초 태광산업과 대한화섬 ESG위원회 산하에 ESG실무지원팀을 신설한 것도 이같은 전략의 일환으로 파악된다. 해당 부서는 팀장 1명과 팀원 5명으로 그룹 내 ESG 강화를 실무에서 돕는다.

ESG실무지원팀은 태광산업·대한화섬·흥국화재 등 상장사의 ESG경영보고서 내년 발간을 위한 자료를 수집 중이다. 앞서 지난해 10월 이사회 산하에 ESG위원회를 신설하고 ESG 실행계획에 대한 이행현황과 이슈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고문현 한국ESG학회장은 "태광그룹이 ESG 경영 강화에 나선 것은 기업 이미지 쇄신의 목적도 있지만, 외부 차입금의 이자율을 낮추기 위한 움직임으로도 볼 수 있다"며 "ESG 강화를 통해 회사채 신용등급을 높이는 전략을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같은 변화는 올해 태광산업 신임 대표로 선임된 성회용 사장의 역할이 크다는 평이다. SBS 기자 출신인 성 대표는 지난해 6월 태광그룹의 미디어 계열사 티캐스트 대표로 그룹에 첫발을 내디뎠다. 계열사 대표 협의체인 경영협의회 부의장을 역임하고, 6개월 만에 태광산업 대표로 올라섰다.

성 대표는 선임 초부터 ESG 경영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입사 후 계열사 대표협의체 경영협의회 부의장을 맡은 성 대표는 그룹 내 미래위원회(ESG협의회)를 신설했다. 태광산업과 대한화섬 이사회에도 ESG위원회를 처음 구축했다. 태광그룹이 외부의 개입 없이 자발적으로 ESG 강화에 나선 것은 이때가 사실상 처음이다.

성회용 태광산업 대표는 "진정성에 방점을 두고 ESG 경영 가치의 실질적인 구현을 위해 전사적 노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며 "ESG 경영 실천 과정을 정확하고 투명하게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ESG 경영 강화 흐름은 올해도 지속될 예정"이라며 "내부적으로 올해 ESG 등급은 B등급을 목표로 환경(E)과 사회(S), 지배구조(G) 부문을 모두 살필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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