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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PBR 기업 분석

'왕년의 자산주' 태광산업, 앞으로의 과제는

기대감 모으며 연초 대비 48.5% 상승, 신사업 추진력 확보 '관건'

김위수 기자  2024-02-05 16:56:42

편집자주

정부가 주식시장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미만인 기업들이 타깃이 됐다. PBR 1배 미만인 기업들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이전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취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PBR 1배 미만 기업들은 '저평가'를 탈출하고 부상할 수 있을까. 더벨이 PBR 1배 미만인 주요 기업들의 현황을 분석하고 기업가치 제고 가능성에 대해 분석해 봤다.
태광산업은 주주환원에 인색한 기업이다. 매년 배당에 책정하는 금액은 20억원도 되지 않는다. 태광산업의 연결 당기순이익의 1%에도 크게 못 미치는 금액이다. 자산총계가 '조단위'인 기업 치고는 배당 규모가 소박하다. 주가관리를 위한 자사주 정책도 별도로 실시하지 않고 있다.

이런 주주환원 기조는 태광산업의 '저평가'를 이끄는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태광산업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19배에 불과하다. 시장에서 저PBR주에 대한 관심이 모이며 태광산업의 주가가 연초 대비 48.5% 올랐음에도 PBR 배수가 여전히 낮다.

◇기대감 높아진다, 태광산업도 '고심'

태광산업이 PBR을 1배 이상으로 올리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 자본 유출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주가를 현재의 다섯 배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태광산업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박하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거꾸로 말하면 향후 주주환원 정책 확대 등으로 주가가 상승할 여지가 그만큼 크다는 뜻이기도 할 것이다. 최근 증시에서 나타나는 '저PBR주'의 질주 속 태광산업의 상승세가 유독 돋보이는 이유다. 태광산업의 주가는 지난달 26일 이후 31.3%, 올해들어 48.5% 올랐다.


태광산업 측도 최근의 주가흐름 등을 모니터하고 있다. 정부 기조에 맞춰 저PBR 해소를 위한 다양한 방안도 들여다보고 있다.

실제 태광산업은 그간 주주환원 정책을 적극적으로 시행하지 않았다. 때문에 고려할 만한 선택지가 많은 편이다. 최근 3년간 태광산업의 연결 배당성향은 0.58%에 불과하다. 당기순이익의 단 0.58%만을 주주들에게 배당으로 돌려준 것이다. 코스피에 상장한 다른 기업들의 경우 당기순이익의 30%가량을 배당에 쓰고 있다. 회사 차원에서 자사주를 매입한 일도 없다.

비슷한 규모의 다른 기업들이 하는 만큼만 주주환원 정책을 실시해도 태광산업으로서는 큰 발전을 이룬 셈이 된다.

저PBR 기업들의 기업가치 제고에 대한 기대감이 피어오르기에 앞서 태광산업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했다. ESG 경영 수준을 높이고자 하는 회사의 의지와 기업가치 제고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시점이 겹친 상황이다. ESG 경영이라는 측면에서 봐도 주주환원은 놓칠 수 없는 사안이다.

◇태광산업 주주환원, 변화 생길까

이같은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재계에서는 태광산업의 주주환원 정책에 당장 큰 변화가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관측한다. 우선 올해 실적이 받쳐주지 않는 상황이다. 태광산업은 지난해 1~3분기까지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상황 등을 고려했을 때 연간 적자를 냈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로서는 주주환원을 크게 확대할 만한 명분이 없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장기적으로는 주주환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겠지만 당장은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신규 투자'를 위해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그럴듯한 핑계도 있다. 태광산업의 지분 5.74%를 보유하고 있는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이미 지난해 배당규모 확대를 포함한 주주친화정책을 요구한 바 있다.이에 대해 태광산업은 대규모 투자를 앞둔 상황이라서 어렵다는 취지의 입장을 냈다.

배당, 자사주 매입과 같은 주주환원 정책이 미비하더라도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모이는 기업의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배당 및 자사주 정책을 모두 시행하고 있지 않지만 '전기차 배터리'라는 신사업 분야에서 세계 최고 반열에 올라 기업가치를 높이겠다는 확실한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별도 주주환원 정책을 제시하기 보다는 사업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주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지는 않지만,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서는 주주환원보다 투자가 필요하다는 데에 별다른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태광산업 역시 '10조원'에 달하는 개략적인 투자계획을 2022년 12월 발표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후 태광산업은 투자계획이나 앞으로의 성장 방향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투자가 실제 이뤄지지도 않은 것으로도 파악된다.

태광산업 측은 "투자에 대한 의지가 변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단 태광산업 내부에서 투자규모 및 기간에 대한 일부 조정이 이뤄지고 있다고 전해진다. 실질적으로 실행 가능한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굵직한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총수의 경영 복귀가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제기된다. 재계 관계자는 "총수가 경영에 복귀한다면 자산 효율화나 유망 사업의 진출, 주주환원 확대 등을 빠르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회장은 지난해 '광복절 특사' 명단에 올라 복권되며 취업제한이 풀린 상태다. 하지만 경찰이 이 전 회장을 횡령·배임 혐의로 수사하고 있는 상황이라 경영복귀가 쉽지 않을 것으로 재계에서는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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