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산업이 현금성자산 보유량을 늘리고 있다. 여기에 더해 유가증권 현금화를 통해 내년 중 유동성을 대거 확충할 예정이다. 확보한 현금은 준비 중인 대규모 투자에 쓰일 금액일 것으로 예상된다.
태광산업은 총 12조원 규모의 투자를 2022년부터 계획해 왔으나 아직 세부적인 플랜을 발표하거나 투자를 이행하고 있지 않다. 오너 경영인인 이호진 전 태광산업 회장의 경영복귀와 맞물려 투자가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고 재계에서는 보고 있다.
◇내년 현금성자산 2조 넘길 듯 태광산업은 현금성자산을 두둑이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다. 사업에서 확보한 수익 중 상당 부분을 투자하는 대신 현금으로 쌓아둔 덕분이다. 항상 1조원 이상의 현금성자산을 쌓아두고 있다. 태광산업의 연결 자산총계는 보통 4조~5조 사이에서 움직인다.
올 3분기 기준 현금성자산은 1조3402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1조2656억원이었던 현금성자산이 9개월새 750억원 가까이 늘었다. 특히 올해의 경우 1~3분기 누적 영업손실을 내고 있는 상태임에도 현금성자산이 증가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현금성자산이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크게 올랐다. 올 3분기 현금성자산이 전체 자산총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9.2%다. 태광산업 자체적으로 현금 보유량을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 태광산업은 SK브로드밴드 지분 16.75%를 전량 SK텔레콤에 양도할 예정이다. 내년 5월 양도대금으로 7776억원을 받기에 앞서 태광산업은 SK브로드밴드로부터 1200억원의 배당금을 수령할 예정이다. 약 9000억원의 현금 유입이 예정된 상황이다.
태광산업의 현금성자산 보유량은 2017년 이후 1조원 미만으로 떨어진 적이 없었다. SK브로드밴드 지분 매각대금을 수령하게 되는 내년 5월 이후 태광산업의 현금성자산은 2조원대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내년 태광산업의 현금성자산 보유량은 피크를 찍게 될 전망이다. 태광산업이 아무리 '현금부자'라고 해도 그간 회사의 현금성자산 보유량이 2조원을 넘어선 적은 없었다.
◇'투자의 시기' 도래할까 태광산업은 확보한 현금을 투자활동에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전 회장의 경영복귀는 늦어도 내년 중에는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서는 이 전 회장의 복귀 시기를 이번 연말 혹은 내년 연초로 점치고 있다. 주주총회를 통해 등기임원으로 경영 전면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다. 오너 경영인의 지휘 아래에서 투자 및 인수합병(M&A) 활동이 이뤄질 전망이다.
태광산업은 지난해 8월 이 전 회장이 특별사면으로 복권된 이후부터 복귀를 준비해 왔다. 정부가 기업인에 대한 특별사면을 실시하는 이유는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인 만큼 당연한 움직임이었다. 당초 올 2~3분기 중 경영일선에 돌아올 것으로 알려졌으나 복귀 시기가 계속 미뤄져 왔다.
김기유 전 태광그룹 경영협의회 의장과 관련한 분쟁이 이 전 회장의 복귀를 어렵게 했다. 김 전 의장은 태광그룹의 '2인자'로 오너공백 기간 동안 경영 전반을 책임져 온 인물이다. 태광그룹은 김 전 의장이 계열사 경영진에게 150억원대 부당대출을 지시했다며 그를 고발했다. 이에 맞서 김 전 의장도 이 전 회장이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고발하는 등 갈등이 심화된 상태다.
지난달 김 전 의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됐으나 검찰은 보강수사를 거쳐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구속 결과는 이르면 21일 확정될 예정이다.
태광산업은 이 전 회장의 경영복귀는 김 전 의장의 구속 여부와는 관계 없이 준비 중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다만 두 사람의 갈등 여러모로 각을 세우고 있는 만큼 김 전 의장의 구속이 이 전 회장에게 유리하다. 경영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이 되는 셈이다.
또 김 전 의장의 구속 여부가 이 전 회장에 대한 횡령·배임 사건에도 일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검찰이 이번에 김 전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 청구를 확정할 경우 이 전 회장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도 일부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 재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