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산업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 있어 다른 기업들과 다소 동떨어진 모습을 보여왔다. 한국ESG기준원이 지난해 매긴 태광산업의 ESG 통합 등급은 D. 한국ESG기준원이 부여하는 등급 중 가장 낮은 등급이다. '매우 취약한 지속가능경영 체제'를 구축한 기업이라는 불명예스러운 평가가 깔려있다.
이런 가운데 태광산업의 올해 ESG 등급은 전년 대비 한 단계 오른 C를 기록했다. 환경 등급이 D에서 C로 상향조정된 덕분에 전반적인 통합 등급이 오르는 결과가 나타났다. '꼴찌'에서 벗어난 태광산업의 ESG 경영이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태광산업은 취업제한 상태였던 이호진 전 회장이 지난 8월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된 이후 부쩍 ESG 활동을 확대하고 있다.
◇환경경영 강화, ESG 등급 상향 '성과' 2022년 한국ESG기준원의 태광산업에 대한 등급을 살펴보면 환경 부문이 D, 사회 부문과 지배구조 부문이 C로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ESG 경영이 미흡하기는 했으나 환경 부문의 개선이 시급한 상태였다. 태광산업도 이를 의식한 듯 지난해 친환경 사업 역량 강화에 나섰고 홍보활동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ESG 등급은 평가가 발표된 직전해의 경영활동을 평가한 결과다. 지난해 태광산업의 친환경 사업을 위한 노력이 반영된 결과 올해 환경 부문 등급이 D에서 C로 올랐다.
태광산업은 지난해 계열사인 대한화섬과 함께 폐의류를 수거해 만드는 재활용 방적사로 취약계층에 필요한 양말을 제작하는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폐어망을 이용한 리사이클 나일론 섬유·생분해성 섬유 개발을 위해 관련 연구소·협력업체와 개발 클러스터를 형성해 국책과제 연구 개발도 수행했다.
여기에 더해 석유화학 부문에 4조원을 투자해 친환경, 고기능성 소재를 중심으로 신사업을 육성하겠다는 내용 등이 담긴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친환경 사업 확대와 투자계획 수립 등과 같은 사안이 긍정적으로 작용하며 ESG 등급 향상을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ESG 경영 드라이브, 오너 리스크 발목 잡힐까 올들어서는 환경 부문에 더해 사회·지배구조 부문까지 전 분야에 있어 ESG 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선 이사회 중심의 독립경영 체제를 선언한 점이 눈에 띈다. 태광그룹 차원에서 ESG 비전과 사업전략을 수립하는 미래위원회를 설립하며 구체적인 실행에 나섰다.
미래위원회는 최근 그룹 차원의 ESG 경영 5개년 계획안과 사업별 주요 추진과제를 공개했다. ESG 경영을 위한 과제를 구체화하며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하려는 모습이다. 환경·사회·지배구조 부문의 개선을 위해 우선적으로 ESG 경영 인프라 구축에 나선 뒤 내재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준비가 된 후에는 이해관계자 소통을 강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2027년까지 ESG 성과를 만들어내겠다는 구상이다.
태광산업 자체적으로는 이사회에 ESG위원회를 설치했다. 10여년 넘게 변동이 없었던 이사회 구성에 변화가 생겼다. 지배구조 개선 및 ESG 경영 확대를 위한 확실한 의지로 해석된다. 태광산업이 공시한 바에 따르면 ESG위원회의 구성은 대표이사 2인과 사외이사 3인이다. 태광산업 이사회에 소속된 이사들이 전원 ESG위원회에도 포함됐다. 태광산업의 노력들은 내년에 발표될 ESG 등급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ESG 등급이 지금보다 개선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다만 관건은 오너리스크다. 최근 경찰은 이 전 회장에 대한 배임·횡령 의혹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회장이 현재 태광산업의 경영에 공식적으로 참여하고 있지는 않지만 29.48%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다. 최대주주의 범법행위는 ESG 등급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태광그룹 측은 이 전 회장의 공백기간 동안 전 경영진이 저지른 비위 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