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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분석신한금융지주

연대 깨진 사모펀드, 지분율 약화…경영안정성 오히려 높인다

②어피너티-베어링 역할론 종료, PE 연합 균열…재일교포, 지분 장기보유 책임경영 일조

고설봉 기자  2024-03-06 16:25:45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CEO) 체제에서 정비되고 있는 이사회 경영은 결과적으로 주주간 지분율에 따른 파워게임 양상으로 표면화하고 있다. 지분을 더 많이 가진 쪽이 더 많은 사외이사를 이사회에 투입해 의결권 및 발언권의 강도를 높이는 모습이다.

이 가운데 가장 큰 특징은 글로벌 사모펀드의 지분율 약화다. 2019년부터 지분을 늘리며 힘을 키워온 사모펀드들은 최근 일부 지분을 현금화 하면서 경영참여 동력을 상실했다. 그에 반해 재일교포 주주들은 꾸준히 지분을 보유하며 안정감 있게 이사회 경영을 주도하고 있다.

◇연대 명분 깨진 글로벌 사모펀드…엑시트로 수익창출

조용병 전 신한금융그룹 회장 취임 이후 대대적인 인오가닉(Inorganic) 성장 정책을 펼치며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속도를 높였다. 이 과정에서 투자금 마련을 위해 외부로 눈을 돌렸다. 신한금융은 2019년 IMM PE를 상대로 전환우선주 1748만2000주를 발행했다. 2020년 어피니티와 베어링을 상대로 보통주 3913만주를 발행했다.

이 과정에서 신한지주 이사회 문도 열었다. 지분 4%당 사외이사 1명 지명권을 주면서 사모펀드들의 경영 참여 길을 터줬다. 어피너티와 베어링은 사외이사 각 1명씩을 추천해 신한지주 이사회에 들여보냈다. 2019년부터 이사회 경영에 참여 중이었던 IMM PE는 기존 사외이사가 사추위에서 연임되자 추가로 1명을 더 추천했다.

결과적으로 2021년 사모펀드 연합에서 이윤재·곽수근·이용국·최재붕 등 4명의 사외이사를 배출했다. 더불어 ‘이헌재 사단’의 적자인 변양호 사외이사까기 합세하면서 사모펀드 연합의 이사회 내 의결권이 강해졌다. 사모펀드 연합에서 추천한 사외이사 숫자가 늘어나면서 신한지주 이사회 경영의 중심 축은 사모펀드 쪽으로 쏠렸다.

사모펀드 연합이 이처럼 힘을 발휘할 수 있었던 배경은 지분율이다. 각 사모펀드마다 약 4%씩, 총 약 12% 가량 지분을 확보하면서 세력화가 가능해졌다. 이를 바탕으로 이사회는 물론 주주총회 등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올해 초 사모펀드 연합에 균열이 발생했다. 어피너티는 두 차례 걸쳐 신한금융지주 지분을 처분했다. 지난 1월 25일과 2월 2일 두 차례에 걸쳐 각각 530만여주, 520만여주씩 총 1050만여주의 신한지주 지분을 클럽딜 방식으로 매각했다.

어피니티의 지분 매각은 신한지주 이사회 힘의 균형을 깨는 신호탄으로 작용했다. 우선 어피니티가 사외이사 추천권을 상실하면서 이사회 내 사모펀드 영향력이 줄었다. 또 2020년 신한지주 증자 당시 참여했던 사모펀드 연합군 ‘어피너티-베어링’의 역할론이 끝났다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만큼 사모펀드 추천 사외이사들의 힘도 한풀 꺾일 것으로 전망된다.


◇지분율 15%선 유지…경영안정성 높이는 재일교포

사모펀드 연합의 경영 참여가 힘을 잃고 있지만 신한지주 경영 안정성은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 그간 재일교포 주주를 견제하면서 이사회 내 영향력을 넓혀온 사모펀드 주주들의 힘이 빠지면서 이사회 경영 안정성은 더 높아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신한은행 창립 당시부터 활동했던 재일교포 주주들은 여전히 건재하다. 한때 사모펀드의 지분 매집이 이뤄지면서 재일교포 주주들의 경영참여가 약화될 것이란 전망이 있었지만 꾸준히 지분을 관리하면서 여전히 경영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특히 재일교포 주주들은 특유의 결속력을 발휘하면서 지분율을 꾸준히 15% 안팎으로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 주주로서 지분을 장기 보유하거나 지분 상속과 증여 등을 통해 다음 세대에 지분을 이양하는 전통도 마련했다. 또 지분 매각시 재일교포간 거래를 통해 지분율이 줄어드는 것을 방지하고 있다.

이처럼 재일교포 주주들이 지분을 장기 보유할 수 있는 단순히 투자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고국의 경제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창립 이념을 바탕으로 일종의 민족자본 역할을 고수하고 있다. 신한지주 지분을 가지고 부를 축적하지 않아도 될 만큼 이미 일본과 한국에서 부를 많이 쌓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재일교포들은 일본에서 사업을 통해 부를 축적한 뒤 이를 한국에 투자하는 형태로 자산을 국내로 이전했다. 신한은행을 세워 금융업에 지출하기 이전부터 일본 자금을 국내로 들여와 제조업 및 유통업 등에 진출해 한국 경제 성장의 밑거름 역할을 했다.

재일교포 주주들의 지분율은 항상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다. 창립 세대(재일교포 1세대 및 1.5세대)에서 그 자손들에게 대부분 지분이 증여 및 상속되기 때문이다. 개인 사정으로 지분을 매각하거나 주주에서 이탈하는 상황이 발생할 때도 다른 재일교포 주주들에게 지분을 넘기는 형태로 전체 지분율을 관리하고 있다.

현재 재일교포 주주들은 1세대와 1.5세대가 물러나고 2세대가 주축인 것으로 알려졌다. 3세대와 4세대까지 지분이 상속된 사례도 많다. 가업을 승계하듯이 신한지주 지분을 후대로 이전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재일교포 주주들은 약 5000여명 이상 규모로 늘었다.

주주가 많아졌만 이들을 하나로 모으는 결속력은 여전히 강하다. 가장 지분율이 많고 응집력이 강한 세력은 12인회다. 오사카를 중심으로 큰 부를 쌓은 9명 가량의 부호와 동경과 그외 지역에서 부를 축적한 3명의 재일교포들이 구성한 단체다. 12인회 멤버 중에선 일본 내 납세액 10위권 안에 드는 부호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금 더 대중적으로 노축된 단체는 간친회다. 1982년 신한은행 창업 때부터 모임을 갖기 시작한 30여명의 원로 주주단체다. 현재 이 간친회는 재일교포 주주 5000여명 이상으로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재일교포 주주들의 신한지주 지분 및 한국 내 자산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도 잘 갖춰져 있다. 주로 과거부터 신한은행 출신으로 재무·회계 등 전문성을 확보한 인사들이 개별적으로 재일교포 주주들의 자산을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경영진 측면에선 진옥동 회장 등 일본통으로 불리는 인사들이 주로 재일교포 주주들과 소통하고 있다. 현재는 진 회장과 더불어 이인균 신한금융지주 부사장, 전필환 신한은행 부행장 등이 대표적인 일본통으로 지배구조 안정화를 위해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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