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은 HD현대그룹의 핵심이다. 지주사 HD현대와 그 아래 조선부문 중간지주회사 HD한국조선해양이 있지만 두 곳 모두 실제 선박을 건조하지는 않는다. HD현대중공업 혼자 그룹 매출의 30% 가까이를 책임지고 있다. 그룹 내 위상 역시 두 지주사와 견줘도 뒤지지 않는다.
그런 만큼 HD현대중공업 CFO(최고재무책임자)를 지낸 인물들 대부분이 승진과 함께 요직으로 이동하고 있다. 최근 HD현대중공업의 새 CFO에 이름을 올린 이철헌 전무 역시 전임들과 비슷한 길을 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일렉트릭에서 경영지원부문장으로 CFO를 맡고 있던 이철헌 전무가 최근 HD현대중공업으로 이동해 재경본부장으로 선임됐다. 지난해 말 사장단 인사를 통해 강영 사장이 승진과 동시에 STX중공업 인수추진단장을 맡은 데 따른 후속 인사다.
이철헌 전무는 1969년생으로 전남대 경제학과를 나왔다. 2018년에 HD현대중공업 재무담당 상무보로 임원진에 합류했는데 당시 담당업무가 바로 원가회계였다. 2019년 상무 승진과 함께 HD현대일렉트릭으로 옮긴 이후에도 원가담당 업무를 유지했다.
HD현대일렉트릭은 전력기기를 생산하는 곳이다. 업계는 2020년 시작된 HD현대일렉트릭 실적 호조세의 뒤에 이 전무의 원가 관리 능력이 있었다고 보고 있다. 이 전무는 HD현대일렉트릭에 이어 HD현대중공업에서 다시 한 번 능력을 입증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전임 강영 사장이 CFO를 지낼 당시 부사장이었던 만큼 승진 가능성 역시 한층 높아졌다는 관측이다.
조선사인 만큼 HD현대중공업 CFO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원가 관리다. 조선업은 신규 수주뿐만 아니라 가격 책정 전략이 수익성을 좌우한다. 수주 계약 시점과 작업 개시 시점의 원가 변동과 이에 따른 충당금 설정은 조선 등 수주산업에서 가장 큰 리스크다.
이 전무의 전임인 강영 사장은 STX중공업 인수추진TF라는 중책을 맡으며 회사를 떠났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7월 STX중공업을 인수했다. 현재 남은 과제는 약 400억원의 추가 출자와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 두 조직의 융화 등이 꼽힌다.
보통 인수나 인수 후 통합 작업(PMI)을 주도한 인물이 피인수 기업의 대표이사로 선임되는 사례가 많다는 점에서 강 사장의 영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인수가 최종 마무리되면 STX중공업의 대표이사로 선임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그는 2015년 회계담당 상무보로 처음 임원에 올랐다. 2020년 말 부사장에 오른 뒤 3년 만인 지난해 말 사장으로 승진했다. CFO로서 원가 경쟁력 제고와 현금 관리에 힘써 HD현대중공업의 흑자 전환에 기여한 공로로 풀이된다.
거슬러 올라가면 강 사장 이전 조영철 사장도 있다. 그는 HD현대사이트솔루션과 HD현대인프라코어의 대표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조 사장은 HD현대그룹 역대 CFO 가운데 가장 먼저 사장단에 합류한 인물이다. 2016년 부사장으로 승진한 데 이어 2021년 HD현대사이트솔루션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후 HD현대인프라코어 대표 역시 맡게 됐다. 줄곧 재무 분야에 몸담았으며 그룹의 대표 재무통으로 꼽힌다.
1961년생으로 고려대학교를 졸업한 뒤 1988년 입사했다. 2010년 HD현대오일뱅크에서 상무로 승진해 임원을 달았고 2013년 전무로 승진했다. 이듬해 HD현대중공업으로 자리를 옮겨 재정부문장(CFO)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