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과 헬스케어의 합병으로 탄생한 '통합 셀트리온'의 초대 대표이사 진영이 나왔다. 예상대로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에서 대표이사를 맡던 창업 공신 두 부회장이 바톤을 이어받았다.
하지만 눈에 띄는 게 있다면 서정진 회장의 장남이 대표이사 반열에 함께 올랐다는 점이다. 서 회장은 오너와 전문경영인의 역할이 엄연히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며 다른 역할을 할 것이란 점을 암시해왔다. 이를 감안하면 이례적인 조치다.
◇기우성·김형기 부회장 그리고 서진석 신임 대표 3인 체제
셀트리온은 공시를 통해 대표이사로 기존 기우성 부회장에서 김형기 부회장과 서진석 이사회 의장이 추가됐다고 밝혔다. 이는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가 합병하면서 탄생한 통합 셀트리온의 초대 대표이사 전열이다.
각사의 대표이사였던 기 부회장과 김 부회장이 대표이사에 오른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서 대표가 대표가 된 건 꽤 의아하다. 서 대표는 서 회장의 장남으로 기존 셀트리온의 이사회 의장 역할이었다. 통합 셀트리온 이사회에 이름을 올릴거라는 건 이미 예정된 수순이었지만 대표이사가 된 건 갑작스럽다.
셀트리온에 따르면 기 부회장과 김 부회장은 기존 방식대로 각자 전문영역인 제조개발 사업부와 글로벌판매 사업부 대표이사로 자리한다. 신임 서 대표는 경영사업부 총괄을 맡아 선임 두 부회장이 총괄하는 주 성장 영역을 공통적으로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회사 전반에 걸친 성장동력 강화에 힘쓴다는 그림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서 대표는 바이오의약품 전문가로서 그동안 바이오시밀러 제품 기획 개발은 물론 미래성장동력 개척을 주도하는 등 셀트리온 성장에 중추적 역할을 맡았다"며 "향후 본인의 전문 역량을 발휘하면서 조직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 넣을 수 있는 적임자라는 판단에서 선임했다"고 말했다.
◇'오너-전문경영인' 다른 역할, 본격적 '경영시험대' 기대
서 회장은 셀트리온 경영복귀를 의결하는 올해 3월 정기주총에서 오너와 전문경영인의 역할은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오너는 미래 비전을 그리는 역할을 하고 전문경영인은 이에 대한 세부적인 오퍼레이션을 수행하는 역할이라고 했다.
그와 그의 장남이 이사회 '공동의장'이라는 특이한 제도로 자리하면서 오너 역할이 경영이 아닌 '비전'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같은 서 회장의 의지를 고려하면 서 대표가 의장이 아닌 대표이사로 경영의 한 축이 됐다는 건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통합 셀트리온의 압도적 규모, 향후 비전 수립에 대한 부담감 등이 배경으로 꼽힌다. 통합 셀트리온의 자산총액은 약 10조원 규모로 삼성바이오로직스 다음으로 크다. 시가총액은 약 40조원 규모다.
시니어 경영진인 김 부회장과 기 부회장의 노련함에 기대기에는 공백이 생길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서 대표에게 '곳간'을 맡겼다는 건 빈틈이 발생할 수 있는 걸 온전히 믿을 수 있는 아들을 통해 원천차단한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경영에 한발 떨어진 이사회 의장이 아닌 직접적으로 경영 내부에 들어가 감시감독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서 대표에게 미래 성장동력을 맡겼다는 점도 눈여겨 볼 포인트다. 서 회장이 '신약개발'이라는 비전을 그리긴 했지만 완전한 전문가가 아닌 만큼 바이오 전문가인 서 대표를 통해 실현해보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서 대표 입장에선 경영 시험대가 될 수 있다. 신약 등 성과를 만들어내면 온전히 그의 몫이 될 수 있다.
셀트리온은 보도자료를 통해 "3인 각자대표 체제로 새로 출범한 셀트리온은 신속하고 혁신적인 의사 결정과 성장 가속화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양사로 분산돼 있던 자산을 통합해 대규모 자원을 확보하면서 바이오시밀러 및 신약 파이프라인 개발, 라이선스인, 인수합병(M&A), 디지털헬스케어 등 신성장동력 확보에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게 됐다고 기대했다.
사업구조 일원화를 통해 현재 약 70% 수준인 매출원가율은 약 40%까지 점진적으로 감소시켜 나갈 것으로도 예상했다. 신규 시장 진입 및 입찰 참여 기회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낮아진 원가율을 바탕으로 주요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매출과 시장점유율도 빠르게 높여 나갈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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