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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의 도전, 서정진의 승부수

합병 셀트리온 비전, '코스피 몸값 30조' 대어로 출발

밸류체인 갖춘 신약개발 바이오텍 중 최대 몸집…넥스트 전략도 '혁신신약'

최은수 기자  2023-08-18 08:20:24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합병이 본격화됐다. 올해 연말을 기점으로 합병법인 '셀트리온'의 출발을 위한 첫발을 뗐다. 기존 셀트리온제약까지 한 번에 끌어안으려던 구도에서 일단 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을 택했다.

현재 국내 제약바이오 섹터에서 시가총액이 30조원을 넘는 회사는 삼성바이오로직스(17일 종가 기준 54조9463억원)뿐이다. 다만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위탁개발생산(CDMO)이 본업인 만큼 합병법인 셀트리온과는 결이 다르다. 현재로선 합병 작업이 완료되면 국내에서 처음으로 30조원 몸값의 '신약개발'을 주사업으로 둔 대어가 출범하게 된다.

◇글로벌 빅파마 위한 '셀트리온 삼형제 퓨전' 시작… 시총 30조 빅 바이오텍 출범 앞둬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17일 장마감을 기해 양사의 흡수합병을 공시하고 제반 절차에 대한 설명회를 진행했다. 먼저 진행되는 1차합병은 셀트리온이 셀트리온헬스케어를 흡수 합병하는 형태다. 이를 위해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주주들에게 셀트리온의 신주를 발행한다. 주당 합병가액은 셀트리온 14만8853원, 셀트리온헬스케어 6만6874원이다.


세부적으로 셀트리온그룹은 셀트리온홀딩스를 지주사로 합병법인으로 일원화한다. 1단계 합병 후 셀트리온홀딩스가 보유한 신설 합병법인의 지분율은 21.5%다. 이 법인의 셀트리온제약의 지분율은 54.7%다. 서 회장이 보유하게 되는 합병법인의 지분율은 3.7%다.

셀트리온그룹은 이와 함께 나머지 상장법인인 셀트리온제약의 2차합병도 예고했다. 셀트리온제약의 경우 세부 합병가액이나 비율, 등은 특정하지 않았다. 다만 연내 합병 셀트리온 법인을 출범한 이후 6개월 안에 제반 작업을 마무리하면서 그간 시장에 제시해 왔던 합병에 대한 그룹 차원의 의지 피력에 나섰다.

서정진 회장은 합병과 관련한 온라인 간담회를 통해 "합병법인의 내년 매출은 3조5000억원가량으로 전망된다"며 "매년 6000억원 가량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발생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 규모 역시 시너지 효과에 따라 빠른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섹터에선 삼성바이오로직스 이어 두 번째 대어… 신약 전념 사례로는 '처음'

코로나19 치료제 '렉키로나' 출시가 임박했을 당시 그룹 상장사 전체의 시가총액은 90조원에 육박했던 때도 있다. 지금은 당시보다는 전체적인 볼륨은 줄었다. 그러나 국내에서 처음으로 '신약개발'의 시작부터 끝(End to end)을 내부에서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밸류체인을 갖춘 대형 바이오텍의 탄생을 앞둔 점은 업계의 이목을 끈다.

이번 바이오 역량을 한데 모으는 것은 기존 시장에 제시했던 '빅 바이오텍'으로의 방향성을 명료화하기 위한 승부수다. 합병만 마무리하면 규격은 이미 국내에서 손꼽히는 수준이다. 시가총액은 업계 1위 삼성바이오로직스보다 적다. 그러나 규모를 떠나 국내에선 없었던 밸류체인을 갖춘 빅 바이오텍의 위용을 합병법인이 처음 갖추는 게 핵심이다.

세부적으로 합병법인 셀트리온엔 그룹의 핵심자산인 바이오 관련 R&D 역량(셀트리온), 해외 유통 판로(셀트리온헬스케어), 완제의약품을 생산할 GMP급 퍼실리티(셀트리온제약)가 한데 모이는 셈이다. 바이오시밀러는 캐시카우로서 그룹이 유동성 고민 없이 혁신신약 개발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셀트리온은 그룹 차원에서 바이오시밀러를 이을 신성장동력을 '혁신신약'으로 점찍은 상태다. 올해 경영 일선에 복귀한 창업주 서정진 회장이 주도하는 만큼 합병법인 역시 이 같은 방향성을 갖고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ADC, 이중항체, 마이크로바이옴, 디지털헬스케어 등 업계에서 주목을 받는 모달리티(Hot Modality) 접점을 계속 넓히는 게 일례다.

남은 과제는 합병법인의 태동으로 선보일 사업 전략을 통해 시장의 신뢰를 얻는 것이다. 규모로는 충분히 합격점이다. 다만 셀트리온이 추진하는 혁신신약 전략은 국내 도처에 여러 경쟁사들이 포진해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합병으로 최소 십년지대계인 신약개발을 위한 그룹의 방향성을 비로소 구체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그룹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신약에 방점을 찍고 시장과 소통과 공감대를 형성해온 만큼 합병법인 역시 같은 방향성과 과업을 내세워 성장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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