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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의 도전, 서정진의 승부수

주총 통과한 셀트리온 합병…국민연금 변수에도 'GO'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안 가결…주식매수청구 규모 1조 넘겨도 강행

정새임 기자  2023-10-23 15:24:55
셀트리온그룹의 합병 계획이 주주총회 관문을 넘어섰다. 주총에 참석한 주주들의 찬성 비율은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모두 95% 이상에 달했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주식매수청구 규모가 1조원이 넘을 경우 개인 빚을 내서라도 합병을 진행시킬 것"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지지부진한 주가로 국민연금공단(국민연금)이 기권표를 던진 것, 그로 인해 주식매수청구권 규모가 확대돼 합병에 차질을 빚을 우려를 원천 차단했다.

◇의결권 자문사·소액주주 연대 지지 힘입어 압도적 찬성표 얻어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23일 오전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각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양사 합병계약서 승인에 대한 표결을 실시했다. 이날 임시주총에 참석한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찬성해 합병안이 가결됐다.

이번 가결을 통해 셀트리온그룹은 12월 28일을 목표로 합병 절차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셀트리온 임시주총 현장. 지난 20일 신약 허가를 받은 소식을 함께 전했다.

이날 주총장은 비교적 한산했다. 대부분의 개인주주들은 지난 13일부터 22일까지 진행된 전자투표를 실시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여진다.

공교롭게도 주총을 앞둔 지난 20일 셀트리온의 '램시마' 피하주사(SC) 제형(제품명 짐펜트라)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신약 품목허가를 받는데 성공했다. 셀트리온이 미국에서 처음으로 획득한 신약 허가다. 셀트리온은 주총장 곳곳에 '셀트리온 미국 FDA 신약 허가 획득'이라는 문구로 홍보에 나섰다. 그동안 미진했던 주가로 불만이 높았던 주주들을 달래려는 모습이었다.

이날 투표 결과 참석 대비 찬성 비율은 셀트리온 97.04%, 셀트리온헬스케어 95.17%로 찬성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반대표를 던진 주주들은 내달 13일까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각 회사의 주식매수청구권 기준가는 셀트리온 15만813원, 셀트리온헬스케어 6만7251원으로 모두 현재가보다 높다.

양사의 주가는 합병 발표 이후 주식매수청구권 기준가를 넘은 적이 없다. 그럼에도 찬성 비율이 높았던 건 한국ESG기준원, ISS, 글래스루이스 등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사가 합병 찬성을 권고하고, 셀트리온 소액주주 연대도 합병계획안 승인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해외·기관 투자자들과 개인 투자자들이 이에 응하며 순조롭게 합병 계획안이 통과됐다.

◇국민연금 우려 불식 나선 서정진…"개인 빚 내서라도 합병 추진"

앞으로 남은 주식매수청구권의 최대 변수는 2대주주인 국민연금이다. 셀트리온 지분 7.43%를 보유한 국민연금은 주총을 앞두고 기권표를 던졌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위한 반대표나 다름없었다. 만약 보유 지분 전체에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셀트리온이 마련해야 하는 자금은 1조6405억원에 달한다. 이는 셀트리온 이사회가 책정한 주식매수청구권 한도 1조원을 훌쩍 넘어선다.

다만 국민연금의 지분 전량에 대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지는 미지수다. 셀트리온 관계자 역시 "국민연금 규정상 주식매수청구권 기준가가 전일 종가보다 높을 경우 손실 방지를 위해 기권표를 던지도록 되어있다고 알고 있다"며 "현재 상황은 매수청구권 행사 권리를 확보하는 차원에서 (기권)했다는 정도로 이해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시주총에서 연설 중인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

서 회장도 주총장에서 "주식매수청구 규모가 1조원을 넘겨도 무조건 관철시키겠다. 내가 빚을 내서라도 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을 포함해 대규모 주식매수청구권이 행사돼 합병에 차질을 빚을 소지를 원천 차단했다.

주총에 이어 열린 이사회를 통해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자사주 소각과 추가 매입을 결정했다. 찬성을 지지한 소액주주 연대의 요구사항을 최대한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앞서 소액주주 연대는 23일 입장문을 통해 △임시 주총 후 즉시 5000억원 이상 자사주 매수 △셀트리온헬스케어가 보유한 자사주에 배정된 신주 물량 조기 소각 등을 요구한 바 있다.

이에 셀트리온은 보유 자사주 중 3599억원 규모의 230만9813주를 소각키로 했다. 이는 합병 후 셀트리온헬스케어가 보유한 자사주에 대해 배정될 합병신주 수량에 해당하는 규모다. 소각예정일은 합병 등기가 완료되는 2024년 1월 4일이다.

동시에 셀트리온은 3450억원 규모에 달하는 242만6161주의 자사주를 추가 매입한다. 셀트리온헬스케어도 1550억원 규모의 자사주 244만주를 매입할 예정이다. 양사는 오는 24일부터 장내매수를 통해 자사주를 취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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