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합병 안건이 시장의 우려와 달리 높은 찬성으로 주주총회를 통과했다. 경영에 복귀한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전면에 나서고 합병 작업의 두 축인 기우성 부회장과 신민철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전방위 설득에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 23일 열린 셀트리온 임시주주총회 현장에서도 세 인물의 역할이 두드러졌다. 서 회장은 주총의 처음과 끝을 장식하며 오너로서 셀트리온의 비전을 제시했고 기 부회장은 주주들의 질문사항을 받으며 요청사항을 최대한 반영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셀트리온 곳간지기로 정평이 난 신 CFO는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합병의 구체적인 안을 소개했다.
◇주총 참석 전원 찬성…반대 우려 딛고 합병안 무난히 통과
셀트리온 합병 안건을 승인받는 자리인 임시주총은 내부 취재를 철저히 제한했다. 9월 1일 이전까지 주식을 갖고 있던 주주들이 아니면 주총장 출입을 원천 차단했다. 정기 주총장과 달리 미디어를 위한 별도의 프레스룸도 없었다.
서 회장은 당초 이번 임시주총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주총이 시작되자 가장 먼저 연단에 올라 약 15분간 발언을 했다. 그는 합병 안건이 가결된 직후 한 번 더 등장해 발언했다. 올해 초 복귀를 알렸던 정기주총 때만큼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대중과 각본없는 직접 소통을 강조하는 '서정진식 소통'은 여전했다.
이날 임시주총은 합병을 지지한 주주들의 요구사항을 최대한 반영하겠다는 경영진의 의지가 강하게 드러났다. 사실 셀트리온이 합병 발표 이후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이 주주들의 반대였다. 반대표가 높아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가 커지면 셀트리온에 큰 부담이 된다. 이사회에서 주식매수청구 한도를 1조원으로 제한한 만큼 주주들의 찬성표를 최대한 많이 이끌어내는 작업이 필요했다.
문제는 지지부진한 주가였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주식매수청구권 기준가는 각각 15만813원, 6만7251원이다. 합병 발표 이후 셀트리온 주가가 기준가를 넘어선 적도 있지만 한때 뿐, 주가는 다시 내리막길을 걸었다. 시세와 주식매수청구권 기준가 간 차이가 크면 반대하는 주주들이 많아질 가능성이 크다.
우려와 달리 임시주총에서 셀트리온 합병에 찬성하는 주주들이 매우 높았다. 합병안이 가결되려면 임시주총에 참석한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전자투표를 합산한 결과 참석 대비 찬성 비율은 셀트리온 97.04%, 셀트리온헬스케어 95.17%로 참석 대비 찬성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특히 현장에 참석한 주주들은 전원 합병에 찬성했다. 현장에 참석한 지분 비중은 비공개지만, 일부 대주주와 개인주주들의 지분이 전자투표 비중보다 더 높았다는 설명이다. 이들이 모두 셀트리온의 합병 후 비전에 공감했다고 볼 수 있다.
이같은 결과에 기우성 셀트리온 부회장은 "전원 찬성한 결과에 가슴이 뭉클하다"고 감사함을 전하기도 했다.
◇서정진 주축으로 기우성·신민철 '직접 소통' 행보…주주 요구 적극 반영
이번 결과는 셀트리온 합병 주축인 세 인물, 서 회장과 기 부회장, 신 CFO이 주주들과 직접 소통하며 추진한 전방위 설득이 통했다는 평가다.
서 회장은 지난 8월 온라인 긴급 간담회로 합병을 공언한 후에도 여러 차례 온라인 주주간담회에 직접 나서며 주주들을 설득해왔다. 3사 합병이 마무리되면 매출 4조원의 대형 기업으로 거듭한다는 점, 10년 이내 매출 12조원을 달성할 수 있을 거라는 점 등을 강조했다.
기우성 부회장과 신민철 CFO도 국내 투자자 간담회를 돌며 합병 지지를 이끌어냈다. 기 부회장은 서 회장의 '오른팔'로 셀트리온을 이끈 창업공신이다. 합병법인 이사회에도 참여하며 합병 작업을 이끌고 있다. 신 CFO는 셀트리온의 최연소 부사장으로 합병 작업 전면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합병 후 셀트리온의 성장과 그로 인한 주가 상승 등 미래 가능성에 주로 초점을 맞춰 주주들을 설득했다.
주가 하락 방어를 위한 조치에도 적극적이었다. 셀트리온은 올해 다섯 차례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다. 횟수로나 규모로나 역대 최대 규모다. 자사주 매입을 통한 주가방어 전략은 작년부터 이어져왔다.
이날 임시주총에서도 기 부회장은 주주들의 요구사안을 세밀히 챙겼다. 질의응답 시간에 나선 오윤석 셀트리온 주주연대 대표는 주가 정상화 방안으로 △5000억원 이상 자사주 매수 △셀트리온헬스케어 보유 자사주에 배정된 신주 물량 조기 소각 △주주명부 폐쇄일과 합병 등기일 연기로 대주주 회피 물량 최소화 등을 경영진에 요구했다.
이에 기 부회장은 "자사주 매입·소각 등은 이사회에 건의해 결과를 만들어내겠다"며 "그 외 회사 내에서 기술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부분은 제가 밤을 새서라도 맞춰내겠다"고 요구를 수용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서 회장은 시장의 우려도 조기에 불식시켰다. 임시주총 당일 국민연금공단(국민연금)이 기권표를 던졌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자칫 주주들의 우려를 키울 뻔 했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셀트리온 지분은 7.43%다. 보유 지분 전체에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셀트리온이 마련해야 하는 자금이 1조6405억원에 달한다.
이를 의식한 듯 서 회장은 "주식매수청구 규모가 1조원을 넘겨도 합병을 무조건 관철시키겠다"고 거듭 강조하며 시장을 안심시켰다. 이에 임시주총 자리에서 국민연금 변수에 대한 불만을 언급한 주주는 없었다.
서 회장은 "그룹 회장으로서 주주들의 지지에 감사를 전한다. 주주들과 함께 오늘 큰 산을 넘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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