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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의 도전, 서정진의 승부수

국영화 감수하는 서정진, '지주사' 상장 검토의 함의

신약개발 자신감, 자금조달 창구 결국 '셀트리온홀딩스'…오너 지분율 97%

최은진 기자  2023-08-25 13:57:18
셀트리온그룹은 국영화 될 수 밖에 없다. 자식들에게 물려줄 생각도 없다.

서정진 회장이 3월 정기주주총회 현장에서 강조했던 말들이 현실화 되는 분위기다. 셀트리온홀딩스의 상장을 공개적으로 천명하면서다. 다만 '필요시'라는 조건이 붙었다. 이는 결국 '돈'이다.

합병 셀트리온에 대한 지배력을 계속 늘려나간다는 목표는 결국 셀트리온홀딩스의 '자금'문제로 귀결된다. 순수 지주사 입장에선 상장만이 답이다. 여기엔 오너 지분율에 대한 부담을 갖지 않겠다는 의미도 실려있다.

◇내년 말 늦어도 2025년 홀딩스 상장 검토할듯, 셀트리온 지배력 확대 목적

서 회장은 24일 진행된 투자자 대상 기업설명회(IR)에서 셀트리온 상장 3사의 2단계 합병까지 마무리 되면 지주사인 셀트리온홀딩스의 상장 추진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연내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합병이 마무리 되고 6개월 내 셀트리온제약의 합병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감안하면 지주사 셀트리온홀딩스 상장 검토는 내년 말 늦어도 2025년에는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는 "셀트리온제약까지 2단계 합병을 추진하고 셀트리온홀딩스도 상장을 검토할 것"이라며 "지주사에서 잉여자금이 생기면 지분율을 계속해서 키워나가겠다"고 말했다.

셀트리온홀딩스의 상장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은 어디까지나 자금조달 차원에서다. 셀트리온이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위해 상장을 추진했던 20여년 전과 상황은 비슷하다. 빅파마로의 도전, 결국 신약을 위한 자금 조달을 위해 셀트리온홀딩스 상장이라는 승부수를 또 한번 띄었다.

서 회장은 합병 셀트리온의 지배력을 계속 키워나간다는 입장이다. 1차적인 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이 되면 셀트리온홀딩스에 대한 셀트리온 지배력은 21.5%다. 셀트리온제약의 합병이 어떻게 추진될 지는 알 수 없으나 큰 차이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충분히 지분율을 넓혀갈 개연성은 있다.

지분율을 늘려나간다는 것은 그만큼 성장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는 얘기다. 바이오시밀러를 캐시카우로 신약개발을 적극 추진한다는 청사진을 밝힌 것을 감안하면 간접적으로 성공 가능성 및 자신감을 내비췄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신약개발 조달 원천 지주사, 서정진 회장 지분 활용 '조달' 추진

그렇다면 셀트리온의 신약개발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은 누구 몫일까. 결국 셀트리온홀딩스가 짊어져야 한다. 문제는 셀트리온홀딩스의 자금력이다. 상표권과 배당금 수익이 전부인 순수 지주회사 성격이다. 수백억원의 배당금이 있기는 하지만 지분율을 늘려나가기엔 한계가 있다. 수천억원의 차입금이 있을 정도로 당장 자금상황이 여유로운 건 아니다.


결국 상장은 불가피 한 카드다. '필요시'라는 말은 자체 캐시카우로 조달이 가능하지 않다는 전제조건인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시밀러 사업이 경쟁자의 난립으로 쉽지 않은 길로 가고 있다는 건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어느순간엔 모기업인 셀트리온홀딩스가 나설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여력은 충분하다. 서 회장이 보유한 지분율만 97.2%다. 지배력을 행사할 절반가량만 남겨두고 매각하더라도 상당한 자금을 확보할 수는 있다. 다만 시장이 수용가능한 범위를 고려해 의사결정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 회장은 지난 3월 주총에서 셀트리온은 국영화 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상속 및 증여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만큼 오너 지분율에 큰 관심을 두지 않겠다는 얘기다. 셀트리온홀딩스의 상장 역시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신약개발'이라는 비전에 필요한 자금 확보를 우선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목표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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