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은 감사위원회 내 재무·회계 전문가를 주로 학계와 회계사 출신 인사로 중용한다. 금융기관 등의 이력을 가진 전문가는 소수며 이러한 특징은 주요 상장사(금융사 제외)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특히 ㈜한화와 한화갤러리아에서 이 같은 기조가 짙게 묻어난다. 두 기업 모두 학계와 회계사 출신 인사를 감사위 내 재무·회계 전문가로 구성하고 있다. 동시에 복수의 전문가를 선임해 내부감사 업무의 효율성도 높이고 있다.
◇상장사 75%가 '1호·2호' 유형 한화그룹은 화약제조와 화학제조, 도소매, 건설 등의 사업을 보유한 대규모기업집단이다. 올 3분기 기준 국내 102개와 해외 759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그룹의 지주사 격인 ㈜한화의 최대주주는 지분(보통주 기준) 22.65%를 보유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다. 특수관계인 지분을 포함한 의결권이 있는 주식까지 포함할 경우 지분율은 43.56%다.
㈜한화에 속한 비금융 상장사의 경우 그룹의 감사위 내 재무·회계 전문가 기조를 엿볼 수 있는 척도다. 그룹의 주요 사업을 책임지는 회사들이 지배구조상 ㈜한화의 계열사로 있기 때문이다. ㈜한화는 올 3분기 말 기준으로 102개 계열사를 두고 있으며 이 가운데 금융사를 제외한 상장사는 6곳이다.
이러한 ㈜한화 비금융 계열사의 감사위 내 재무·회계 전문가 구성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학계와 회계사 출신 인사가 전체 75%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시 작성 기준에 따르면 1호와 2호 유형에 속하는 전문가들이다.
1호의 경우 기본적으로 한국공인회계사 자격을 보유한 가운데 관련 업무를 5년 이상 수행한 인사다. 2호는 회계와 재무 분야의 학위를 보유해야 한다. 여기에 연구기관 또는 대학에서 연구원이나 조교수 이상으로 5년 이상 재직한 전문가다. 2022년 말 코스피 200 기업의 감사위원 기준으로 1호와 2호의 비중은 각각 23.9%와 36.7%다. 특히 2호 유형의 경우 재계에서도 선호도가 가장 높은 전문가 유형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1호 유형을 중용한 계열사는 ㈜한화와 한화갤러리아 2곳이다. 이들은 각각 김승헌 이사와 이태호, 김종일(중복) 이사를 선임했다. 2호 유형을 보유한 계열사는 ㈜한화와 한화시스템, 한화갤러리아, 한화오션 등 4곳이다. 각각 이용규, 이우종, 김종일, 김봉환 이사가 감사위 내 재무·회계 전문가 역할을 수행 중이다.
한화솔루션과 한화에로스페이스는 3호와 4호 유형의 전문가를 1명씩 중용했다. 3호는 상장사에서 회계 등의 업무를 임원으로 5년 또는 임직원으로 10년 이상 수행한 인사다. 4호는 금융기관 등에서 재무 관련 업무 또는 감독업무 등의 경력을 보유한 전문가다.
◇전문가 복수로 중용한 '㈜한화·갤러리아' ㈜한화와 한화갤러리아는 그룹 내 비금융 상장사 중에서도 감사위 내 재무·회계 전문가의 활용도가 높은 계열사에 속한다. 대부분의 계열사가 감사위 내 재무 전문가를 1명만 중용하지만 ㈜한화 등의 경우 2명의 인사를 배치했기 때문이다.
올 3분기 말 기준으로 ㈜한화는 3명의 감사위원 중 2명을 재무·회계 전문가로 채우고 있다. 김 이사(1호)의 경우 공인회계사로서 회계법인에서 26년간 회계 감사와 세무분야에 몸담았던 인사다. 서울대 영어영문학을 졸업한 후 삼일회계법인 회계감사와 자문, 방위사업청 원가회계검증단장, 방위사업연구원 비상근 고문 등을 지냈다.
이 이사(2호) 또한 공인회계사로 회계감사와 금융기관 실사 업무의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 서울대 경영학 석사와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학(회계) 박사를 졸업했다. 이후 서울대와 성균관대 회계학 교수로 근무하면서 학계 등에서 구축한 인적 네트워크가 강점으로 꼽힌다.
한화갤러리아 또한 3명의 감사위원 중 2명이 회계 전문가로 구성되어 있다. 이 이사(1호)는 서울대 경영학(재무관리) 석사와 수원대 건축학 박사를 마친 인물이다. 삼일회계법인 부대표와 파트너, 삼천리 자산개발총괄 대표 등을 역임했다. 이에 기업과 공공기관의 경영, 전략, 투자 분야 관련 자문 경험 등을 보유한 게 특징이다.
김 이사는 비상장 계열사 중 유일하게 1호와 2호 유형을 모두 만족하는 인사다. 한미 공인회계사인 그는 현직 가톨릭대학 회계학 교수 겸 글로벌 경영학회 부회장이다. 딜로이트와 EY한영에서 회계사로 근무했고 씨티은행, 신한금융투자, 삼성화재 등에서도 근무한 이력이 있다. 회계법인과 금융사, 공공기관 등 폭넓은 경험이 토대가 된 기업 이해도가 강점이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그는 한화갤러리아의 내부거래위원회 위원장도 맡고 있다. 한화그룹은 재무·회계 전문 위원들이 감사위원장 외에 소위원장을 담당하는 사례가 많지 않다. 한화갤러리아의 경우 이 이사가 감사위원장을 지내고 있어 내부거래위원장은 김 이사에게 맡긴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구조는 감사위의 내부통제 기능을 한 층 더 강화시켜 주고 있다는 게 업계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