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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버리지&커버리지 분석

한화오션 상환에서 차입으로, 삼성·HD중공업 '반대 흐름'

2조원 단기차입, 영업현금흐름 적자 해소…경쟁사, 호황 힘입어 상환 행렬

김현정 기자  2024-09-13 13:14:55
한화오션이 올 들어 다시 대규모 차입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이는 HD현대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 등 타 경쟁사와는 다른 흐름이다. 조선업계에 수년 만에 호황의 훈풍이 불어오면서 타사들은 선수금으로 그간 차입금을 우선 상환하는 추세다.

한화오션은 대규모 영업현금흐름 적자에 외부 차입을 끌어와 잠시 숨통을 트이게 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엔 한화그룹의 전폭적 지원에 힘입어 차입금 상환에 집중해왔지만 추가 지원이 없는 상황 속에서 수주대금이 들어오기 전까지 시간을 벌기 위한 조달로 파악된다.

올 반기 기준 한화오션의 차입금 조달과 상환을 상계한 수치는 1조9592억원(차입)으로 집계됐다. 2조원에 이르는 수치다. 재무활동현금흐름 내 수치를 분석했기에 차입이 플러스 금액이 됐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조원 규모의 단기차입이 있었다. 단기차입금 상환·유동성장기차입금 상환·리스부채 상환 등 상환도 일어났지만 다 합해 407억원 규모에 불과했다.

한화오션의 대규모 차입조달은 타경쟁업체와는 상반된 모습이다. 올 상반기 HD현대중공업의 차입과 상환을 상계한 수치는 (-)1조2752억원(순상환)이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7722억원(순상환)이다.

삼성중공업이나 HD현대중공업은 올 들어 물밀듯이 들어오는 선수금으로 차입금을 상환하고 있다. 최근 조선업계는 수년간의 불황을 극복하고 경영 실적을 회복 중이다.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선박 수주와 친환경 선박의 교체 수요 증가 등으로 조선업의 업황 회복이 뚜렷해졌다. 조선업계에 2008년 이후 또다시 ‘수퍼사이클(초호황)’이 오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이렇듯 조선업계 호황 속에서 한화오션만 차입을 대거 늘린 이유는 한화오션의 영업현금흐름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한화오션은 올 반기 기준 1조6997억원 규모의 영업현금흐름 적자를 냈다. 지난해 전체 영업활동현금흐름 적자 규모가 1조9783억원임을 감안한다면 적잖은 규모다.

한화오션 역시 올 들어 선박수주를 발 빠르게 늘리고 있으나 잠시 계약대금이 건조비용 지출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 것으로 파악된다. 조선업 특성상 수주 이후 계약금보다 선박 인도 후에 수령하는 대금이 크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한화오션은 올 상반기 계약자산이 작년 말과 비교해 1조5000억원가량 증가했다. 건조 작업은 이뤄졌지만 아직 돈을 받지 못한 금액이 1조5000억원이 된다는 뜻이다. 건조하는 데 돈이 상당 지출됐으나 대금은 아직 들어오지 않아 회사 내 현금 창출 능력이 저하돼 일시적으로 차입을 일으키게 됐다.

다만 수년 간 영업현금흐름이 적자인 점은 부담이다. 한화오션은 2022년 이래로 1조원을 훌쩍 넘는 영업현금흐름 적자를 내고 있다. 2021년 당시 수주 받았던 저선가 선박이 2022~2023년 인도되고 동시에 고선가 선박 건조가 시작된 점도 현금유출 확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한화오션의 최근 대규모 차입 조달은 지난해 공들인 상환 작업과 상반된 모습이다. 한화오션은 작년 한화그룹에 편입된 뒤 재무구조 개선에 사활을 걸었다. 2022년 말 기준 부채비율이 1771%에 이르렀던 만큼 한화그룹 입장에서 우선적으로 이를 관리토록 했다. 한화오션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이 계속 부진했던 탓에 자체적 개선이 어렵다는 판단도 있었다.

작년 한화오션이 한화그룹으로부터 출자받은 금액은 총 2조6251억원이었다. 그야말로 전폭적 지원이었다. 한화오션은 이를 빚 갚는 데에 집중했다. 작년 3분기 말까지만 해도 별도 기준 1조1601억원 규모였던 순차입금은 작년 말 기준 2752억원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사실상 무차입 기조로 돌아섰다. 하지만 이도 잠시, 올 들어 다시 2조원이라는 큰 돈을 빌려오게 됐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과거 수주한 선박들이 본격적으로 공사에 들어가면서 일시적으로 현금유출이 더 많이 발생하게 된 것"이라며 "즉 계약된 중도금 지급 일정과 공사 진행율의 차이로 미청구공사가 증가해서 발생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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