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4대그룹 중 가장 늦게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부회장단이 계열사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기로 하면서 그룹의 주력사인 SK하이닉스 역시 리더십에 변화가 발생했다. 박정호 부회장이 임기를 마치면서 SK하이닉스는 곽노정 사장이 홀로 대표이사를 맡게 됐다.
이번에 박 부회장이 물러나면 3년 만에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하게 된다. 다만 박 부회장은 등기이사에서 사임한 이후에도 SK하이닉스 부회장직을 유지해 사업을 지원할 전망이다. 이번 인사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시그널은 분명했다. 향후 고대역폭메모리(HBM) 등에서의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기 위한 포메이션을 구축했다.
◇3년만 단독 대표 체제 전환, 존재감 커진 '곽노정 사장' SK그룹은 이날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부회장 4명이 일선 후퇴를 발표했다.조대식 SK수펙스협의회 의장, 장동현 SK㈜ 부회장,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이 각 계열사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박 부회장이 대표이사 지위를 내려놓기로 하면서 SK하이닉스는 3년 만에 단독 대표 체제로 전환하게 됐다. SK하이닉스의 대표이사는 최근 10년간 각자·단독 대표 체제를 오갔다.
박 부회장은 2021년 3월 30일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이번에 SK온 사장으로 임명된 이석희 사장과의 공동대표 체제가 시작됐다. 그 후 이 사장이 2022년 3월 30일 물러나고 곽 사장이 취임하면서 박 부회장과 투톱 체제가 형성됐다.
SK하이닉스의 리더십 변화는 그룹의 전체적인 변화와 맞물렸다. 다만 최근 3년간 박 부회장이 지녔던 존재감을 고려할 때 적잖은 분위기 쇄신이 이뤄질 전망이다. 곽 사장은 큰 폭의 그룹 인사가 이뤄지는 변화 속에서 주력사의 대표이사를 맡게 되면서 책임이 막중해졌다.
◇박정호 부회장, 직책 유지·지원사격…분명한 최태원 회장의 시그널 박 부회장은 일선에서 후퇴하지만 역할이 끝난 것은 아니다. SK하이닉스에 밝은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박 부회장은 내년 3월 정기주총에서 대표이사직을 내려놓는다. 다만 SK하이닉스 부회장직은 유지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SK그룹이 인사를 고강도로 단행할 경우 부회장단이 완전히 후퇴하는 방안도 거론됐다. 다만 SK하이닉스는 그룹의 주력사인 만큼 안정적인 리더십 변화를 추진할 장치를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이번 인사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시그널은 분명했다. 리더십에 변화를 주는 한편 최근 SK하이닉스가 글로벌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는 HBM을 비롯해 AI 시대에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방점이 찍혔다.
가장 주목할 내용으로는 'AI Infra' 조직을 신설이 꼽힌다. SK하이닉스는 미래 AI 인프라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AI Infra를 만든다고 밝혔다. AI Infra 산하에 지금까지 부문별로 흩어져 있던 HBM 관련 역량과 기능을 결집한 'HBM Business'가 신설된다. 기존 GSM(Global Sales & Marketing) 조직도 함께 편제된다. AI Infra 담당에는 GSM 김주선 담당이 사장으로 승진해 선임됐다.
곽 사장은 "이번 조직개편과 임원인사를 통해 당사는 고객별로 차별화된 스페셜티(Specialty) 메모리 역량을 강화하면서 글로벌 시장을 이끌어가는 AI 인프라(Infra) 핵심 기업으로 진화, 발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