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올해 3분기까지 약 4조원의 캐펙스(CAPEX, 설비투자금)를 투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70% 가까이 삭감한 수치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올해 캐펙스를 50% 이상 축소한다고 발표했었다.
◇캐펙스 2016년 수준으로 급감
20일 SK하이닉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누적 투자액은 약 4조1980억원이었다. 지난해 3분기까지 12조9150억원가량 캐펙스가 투입됐단 점을 감안하면 올해는 67%가량 급감한 것이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투자액은 지난 2016년 3분기 약 4조4580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2016년에 SK하이닉스 연간 6조2920억원을 투자했고 이후부터 작년까지 연간 10조원 안팎의 투자 규모를 유지했다.
한국기업평가 기준으로 SK하이닉스의 연결회계기준 캐펙스는 2017년엔 10조원에 조금 못 미치긴 했으나, 2018년(약 17조원)부터 2019년(약 14조6000억원), 2020년(약 10조9000억원), 2021년(약 13조5000억원)까진 10조원을 크게 뛰어넘었다. 다만 한국기업평가의 자본적 지출은 유형자산과 무형자산을 모두 포함해 계산하기 때문에 SK하이닉스가 제시하는 캐펙스 숫자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반도체 초호황기였던 2018년에는 연간 캐펙스가 약 17조380억원에 달했다. 2018년 당시 매출액은 약 40조4451억, 영업이익 약 20조8438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었다. 호황기 유동성이 최대치에 달했을 때 투자를 늘리고, 살림살이가 빠듯한 불황기엔 긴축경영에 들어가고 공급량을 확 줄이면서 캐펙스도 급감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사상 최악의 실적을 내면서도 오히려 3분기까지 누적 사상 최대 규모 캐펙스를 투입했다. 다만 삼성전자의 경우 메모리 사업 비중이 압도적으로 큰 SK하이닉스와 달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 확대에 집중하고 있어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또 삼성전자의 경우 P3, P4 투자 등 새 공장 짓는 데 투자가 집중됐다. 메모리 사업부문에 대한 투자도 전년보다 늘긴 했으나 파운드리 캐펙스 집행액을 더 큰 규모로 늘린 것으로 파악된다.
◇내년 투자 계획은
단순계산으로 SK하이닉스는 올해 연간 기준으로는 약 5조5000억원 안팎의 캐펙스를 집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투자 계획에 대해선 구체적인 숫자를 언급한 적은 없으나 지난달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대략적인 방향성은 설명했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컨콜에서 "내년에도 1anm(10나노미터급 4세대 제품) 와 1bnm(5세대) 중심으로 공정 전환과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능력(캐파·CAPA) 확보를 위해 실리콘관통전극(TSV) 투자가 최우선적으로 고려되고 있다"며 "이에 따라 내년 캐펙스는 올해 대비 증가할 것이나 투자 효율성과 재무 건전성을 고려해 증가분을 최소화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내년 투자액 중 상당 부분이 HBM 생산량 증대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지난 컨콜에서 "HBM3와 HBM3E 모두 내년 캐파가 현 시점에서 이미 솔드아웃됐고, 이런 상황에서 고객들의 추가 수요 논의도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2025년 물량까지 완전 판매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만큼 생산능력을 확대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차세대인 1bnm D램과 238단 낸드 양산 체제로의 전환 투자도 내년 중요한 캐펙스 투자 영역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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