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기업 대상의 곳간을 책임지는 오연택 재경본부장이 승진하면서 최고재무책임자(CFO) 위상이 갈수록 높아지는 모습이다. 상무 직급에서 올초 그룹 지주사 대상홀딩스 이사회 일원으로 발탁된데 이어 연말 정기임원인사에서 전무 배지를 달았다. 경영 보폭이 점차 확대되는 모습이다. 소재사업 쪽 부진에도 부채비율을 관리하고 유동성을 확대하는 등 재무안정성을 유지한 성과를 인정받은 것으로 평가된다.
15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오 본부장은 대상의 2024년 정기임원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대상에서 재경본부장과 CCO(Chief Compliance Officer)를 겸직한다. 1965년생으로 웨스턴일리노이대 경제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대상그룹 재무통으로 첫손에 꼽힌다. 주력 자회사 대상뿐만 아니라 계열사 재무 관리 전략에 밝고 풍부한 재무부문 경험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오 본부장은 대상 구매팀장, 재무팀장 출신으로 재무·회계에서 오랜 경력을 쌓은 것으로 파악됐다. 대상에는 공식적인 CFO 직함이 없으나 대내외적으로 CFO로 통한다.
대상 재무·회계 조직의 경우 오 본부장이 재무 수장을 맡으면서 독립된 체계를 갖췄다. 오 본부장은 2016년 연말 단행된 인사에서 처음 임원 배지를 달았다. 당시 재무팀장에서 재경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듬해인 2017년 대상 사내이사에도 이름을 올렸다. 2019년까지 등기임원인 사내이사로 재직했고 2019년 오너일가 임상민 부사장이 선임되며 사임했다.
올초 그는 대상홀딩스 비상무이사에 선임되며 다시 그룹에서 영향력을 키웠다. 대상뿐만 아니라 계열 전반의 재무안정성을 관리하겠다는 의도가 반영됐다. 대상홀딩스는 작년 연결기준 매출로 5조2282억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연매출 5조원을 돌파했다. 오 본부장은 건기식 계열사 대상웰라이프의 투자에 관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육가공 업체 혜성프로비젼의 연결 종속기업 편입, 신규 자회사 대상펫라이프 설립으로 계열 전반의 재무 리스크 관리 필요성은 커졌다.
오 본부장은 특히 핵심 계열사인 대상이 주춤한 사업 실적을 거뒀음에도 재무건전성을 유지하는데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상의 경우 식품사업은 선전했으나 글로벌 시황 탓에 소재사업이 적자를 기록하는 등 올해 녹록지 않은 한 해를 보내고 있다.
대상의 올해 3분기 누적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조1170억원, 1102억원이다.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1.4%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12.4% 감소했다. 매출 비중 30%가량을 차지하는 소재사업이 글로벌 시장 경쟁 심화 속에 주춤했다. 소재사업의 3분기 누적 매출은 15.5% 줄었다. 543억원의 영업이익은 181억원의 영업손실로 적자전환했다.
오 본부장은 부채비율을 관리하며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을 대비해 유동성 확보에 공들였다. 대상은 연결기준 자본관리지표로 부채비율을 이용한다. 올해 9월 말 부채비율은 148.8%로 작년 말(141.2%)보다 소폭 올랐으나 적정 수준에서 관리되고 있다는 게 대상 쪽 설명이다.
오 본부장은 적정 유동성을 유지하기 위해 주기적인 자금수지 예측, 조정으로 유동성 위험을 관리했다. 재고회전일 감축, 채권부실화 방지 등 채권관리 전략을 구사한다. 또 금융기관과 당좌차월약정 등을 맺는다. 올해 9월 말 유동성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즉시 출금할 수 있는 현금및현금성자산, 단기금융상품 등에 7783억원을 투자하고 있다. 이는 작년 말(5858억원)보다 1925억원 증가한 규모다. 유동성 지표 중 하나인 유동비율은 9월 말 185.8%를 기록했다. 작년 말 이 수치는 172.6%였다.
대상 관계자는 "오 본부장은 대상그룹의 주력 회사인 대상에서 중책을 맡고 있다"며 "글로벌 소재사업 쪽 업황이 힘든 상황에서도 재무건전성을 유지하는데 기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