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그룹이 주요 사업부 중 하나인 소재부문 강화에 역량을 모으고 있다. 레드 바이오(Red Bio) 사업 진출 등을 통해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게 골자다. 이를 위해 대상셀진을 설립했으며 기술개발을 위한 자금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레드 바이오는 바이오산업의 한 종류다. 관련 사업은 크게 레드와 그린(Green), 화이트(White) 등 3가지로 분류된다. 이들은 각각 생명과학기술과 농업 부가가치 창출, 효소를 활용한 화학제품 대체 등에 대한 연구개발(R&D)을 진행한다. 글로벌 바이오산업 시장 규모는 2021년 5837억달러를 기록했으며 오는 2027년에는 9113억달러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소재사업 중추 '전분당·바이오' 대상그룹의 소재사업은 크게 전분당(Starch·Sweetener)과 바이오로 구분된다. 이중 바이오 부문은 고부가가치 아미노산 'L-히스티딘' 개발과 '아스타잔틴' 공장 준공, 라이신 사업 재인수 등을 통해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
소재사업의 경우 글로벌 진출이 빠른 시기에 이뤄지기도 했다. 1973년 바이오 사업으로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인도네시아에 진출했다. 글루탐산나트륨염(MSG) 생산을 위한 결정이었다. 이후 팜오일 공장 준공과 전분당 공장 가동, MSG 증설 등이 단행됐다. 1995년에는 MSG 공장을 건설하며 베트남 시장에 진출했다. 후속 투자로는 2018년에 진행된 떠이닝 공장 물엿 라인 증설이 있다.
이를 통해 대상그룹은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필리핀 등의 거점 확보한 상태다. 주요 계열사로는 인도네시아 지역에서 전분당과 조미료 사업을 담당하는 현지 법인(PT DAESANG INGREDIENTS INDONESIA)이 있다. 베트남은 '대상 베트남(DAESANG VIETNAM)'이 식품과 소재사업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대상그룹의 소재사업이 순탄하게 성장한 것만은 아니다. 바이오 사업에 속하는 라이신(lysine)의 경우 사업부 매각과 재인수를 경험한 이력이 있기 때문이다. 대상그룹은 지난 1973년 라이신 제조에 뛰어들었다. 군산에 생산기지를 구축해 활성화에 집중했다. 하지만 1998년 외환위기를 겪으며 관련 사업부를 매각하게 됐다.
당시 라이신 사업을 인수한 곳은 독일의 화학 전문 기업 바스프였다. 대상그룹은 6억달러(약 9000억원)에 군산공장 생산설비와 기술, 영업권 등을 양도했다. 매각 대금의 대부분은 옛 대상㈜의 부채 상환 등에 사용됐다. 그 결과 1998년 개별기준 322%였던 옛 대상㈜의 부채비율은 이듬해 180%로 대폭 줄어들기도 했다.
라이신이 대상그룹으로 되돌아온 사업부가 매각된 후 약 17년이 지난 2015년 8월이다. 당시 대상그룹은 백광산업으로부터 1207억원에 라이신 사업을 인수했다. 백광산업은 앞선 2007년에 바스프사의 라이신사업을 인수했었다. 바스프사는 원료값 상승과 세계 공급과잉 등의 영향으로 라이신사업 철수를 결정하며 관련 사업부를 백광산업에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용·의료 '재조합 단백질' 개발 대상그룹의 바이오 사업은 지난 2021년 대상셀진이 설립되면서 변곡점을 맞이했다. 그동안은 국내외 계열사를 활용해 아미노산류 등에 집중했다면 수년 전부터는 화장품과 의료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재조합 단백질 영역까지 확장했기 때문이다. 질병 예방과 진단, 치료 등 레드 바이오 사업에 진출했다는 얘기다.
대상셀진이 설립된 시기는 2021년이지만 실질적인 출발은 2014년부터다. 당시 대상셀진은 대상그룹 내 사내벤처팀이었다. 같은 해 2월 사업성 검토 통과 후 본격적인 연구개발에 착수하기 시작했다.
2017년에 독립적 연구에 필요한 생산시설 등이 확충됐다. 이후 2021년 6월에 독립법인으로 출범했고 같은 해 7월 지주사 대상홀딩스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대상홀딩스는 대상셀진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대상셀진은 의료소재사업이 핵심이라는 게 업계 평가다. 세부적으로는 생명공학을 이용한 화장품·의약품 제조판매업, 바이오시밀러 의약품 연구개발·제조, 단백질 의약품 개발·생산 등이다. 사업의 대부분이 바이오와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의약품 등의 제조·생산에 초점을 두고 있는 상황이다.
대상그룹 입장에서는 대상셀진의 성장이 곧 레드 바이오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구체적인 사업 계획 등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그룹차원의 지원 활동을 통해 대상셀진에 거는 기대감 등을 일정 수준 엿볼 수 있다.
우선 그룹의 지주사인 동시에 대상셀진의 모기업인 대상홀딩스는 금전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작년 3월 추가적인 출자를 단행하며 3000억원의 자금을 수혈했다. 이를 통해 대상셀진의 주식(보통주) 수는 5000주에서 1만1000주로 늘었고 자본금은 2500억원에서 5500억원이 됐다.
대상셀진은 경영 측면에서도 그룹의 직간접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서훈교 대상웰라이프 대표가 대상셀진의 사내이사로 활동하고 있어서다. 서 대표는 그룹에서 손꼽히는 기획통이다. 대상홀딩스에서 기획팀장과 경영기획실장 등을 지내며 그룹 전략 수립 등의 업무를 주로 담당했다.
서 대표가 수장으로 있는 대상웰라이프가 건강 관련 기능식품과 서비스 등을 담당하는 계열사라는 부분도 대상셀진에게는 이점이 될 수 있다. 대상셀진의 강점인 클로렐라 형질 변경 관련 의료용 신소재 개발과 제품화의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