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그룹의 지주회사 LIG는 오너일가의 자금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 주력 계열사인 LIG넥스원이 LIG에 배당을 주면 LIG가 다시 이 돈을 구본상 LIG그룹 회장 형제에게 밀어주는 방식이다. 두 형제는 올해까지 8년간 254억원을 배당받았으며 지난해는 지분 일부를 팔아 1000억원을 추가로 확보했다.
구본상 회장과 동생 구본엽 LIG 사장은 범 LG가(家) 3세로 분류된다. 두 형제는 고(故) 구자원 명예회장의 첫째와 둘째 아들이고 구자원 회장은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동생 구철회 LG 창업고문의 장남이다.
2014년 말까지 LIG는 구본상 회장과 구본엽 사장이 각각 지분을 20.9%, 21%씩 갖고 있었다. 합쳐서 42% 수준이다. 나머지는 구자훈 LIG문화재단 이사장(11.6%)과 구본욱 LK투자파트너스 대표(8.0), 구자준 전 LIG손해보험 회장(6.8)%이 나눠 보유했다.
그러다 2015년 구본상 회장 형제는 구자준 이사장과 구본욱 대표, 구자존 전 회장 등 다른 주주들이 들고 있던 LIG 주식을 대거 양도받으면서 지분을 크게 늘렸다. 구본상 회장이 56.2%, 구본엽 사장 36.2% 등 합쳐 92.4%다.
눈에 띄는 점은 두 형제의 지분 확대와 맞물려 LIG가 배당을 시작했다는데 있다. 애초 배당이 없다가 2016년(지급일 기준) 처음으로 29억원을 배당했다. 구 회장 형제가 LIG 지분을 늘린 2015년에 대한 결산배당이다. 지분율에 따라 구본상 회장은 약 16억4600만원, 구본엽 사장이 10억6000만원 등 합산 29억원가량을 형제가 가져갔다.
이후로도 구 회장 형제는 2019년까지 4년간 동일한 금액을 배당 받았다. 배당은 현금사정과 크게 관계없이 유지됐다. 2018년과 2019년의 경우 자본적지출(CAPEX)와 배당금을 뺀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를 찍었지만 배당을 축소하진 않았다. 또 2020년엔 49억원, 2021년 73억원으로 배당을 늘리면서 구 회장 형제가 수령한 배당금도 45억원, 68억원으로 증가했다.
두 형제에 대한 배당 여력의 원천은 LIG넥스원이 밀어준 배당금이다. LIG는 계열사에서 받는 브랜드수수료와 배당금이 현금유입의 핵심 통로인데 그 중에서도 LIG넥스원이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올 6월 말 기준 LIG 지분법적용투자주식의 장부가액은 5447억원이며 LIG넥스원이 4207억원(77.2%)을 차지했다.
실제로 LIG넥스원은 60억원대였던 배당 규모를 2016년(지급일 기준) 96억원으로 대폭 확대했다. 구 회장 등을 상대로 LIG가 배당을 시작한 시기다. 2018년부터는 실적 부진 탓에 LIG넥스원의 배당지급액이 51억원 수준으로 줄었지만 사정이 나아지기 시작하자 2020년 다시 61억원, 2021년 92억원으로 늘렸다.
다만 작년에는 배당이 없었는데 지배구조에 크게 변화가 생겼기 때문으로 보인다. 작년 초 사모펀드(PEF) 운용사 KCGI가 구본상 회장과 구본엽 사장으로부터 LIG 지분 25%를 1000억원에 사들였다.
합산지분이 90%를 넘는 만큼 기업공개(IPO) 등을 염두에 두고 주식 유동화에 나섰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두 형제의 LIG 지분율은 구본상 회장 41.2%, 구본상 사장 26.2% 등 총 67.4%로 축소됐다.
지분구조가 바뀌기 전인 2021년까지 6년간 LIG에서 구 회장 형제에게 배당을 통해 흘러간 돈은 모두 221억1100만원 남짓이다. 또 같은 기간 LIG넥스원은 LIG에 배당으로 약 447억원을 풀었다. LIG넥스원이 지급한 배당금의 절반을 LIG가 다시 형제에게 밀어준 셈이다. 구 회장과 구 사장은 양도세와 증여세를 위한 재원으로 배당금을 사용했다고 짐작된다.
지난해는 LIG가 KCGI와의 지분거래와 함께 배당을 멈추긴 했으나 올해는 다시 배당을 재개했다. 2022년 결산배당이며 총 배당액은 49억원, 달라진 지분율에 따른 구 회장 형제의 몫은 약 33억원이다. 같은 기간 LIG넥스원은 139억원을 LIG에 배당으로 지급했다. LIG넥스원 실적이 개선되면서 LIG에 대한 배당을 확대하는 추세라는 점도 추후 LIG의 배당여력에 긍정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