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그룹이 작년 하반기부터 식·음료(F&B) 분야 투자에 나섰다. 지주사가 110억원을 들여 한우구이 식당 프랜차이즈 '한와담' 운영사 호박패밀리를 인수했다. 기존 계열사 휴세코에 있던 단체급식 사업부를 분할해 호박패밀리로 합병하는 조치도 실행했다.
F&B 사업영역을 겨냥한 투자에는 중장기적으로 그룹의 안정적 현금흐름을 만들어내는목표가 반영됐다. 외식사업이 그룹의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자리매김할지 관심이 쏠린다.
◇프랜차이즈 운영사 '호박패밀리' 사업거점 부상 지주사 LIG가 F&B부문 투자의 첫 발을 뗀 시점은 지난해 11월이다. 당시 110억원을 투입해 호박패밀리의 창업자 김치헌 대표가 갖고 있던 지분 80%(17만3909주)를 사들여 종속기업으로 편입했다. 자연스레 호박패밀리의 자회사인 호박프렌즈와 양파이 역시 LIG그룹 계열사로 추가됐다.
호박패밀리는 숙성한우구이 전문점 한와담을 운영하면서 시장 입지를 구축한 종합외식기업이다. 2009년에 설립한 이래 △양파이(양고기 레스토랑) △오마이포(쌀국수 식당) △펌킨(카페) △에이치에비뉴(위스키바) 등의 프랜차이즈 전문점을 잇달아 론칭하면서 사세를 키웠다. 국내를 넘어 미국, 태국, 베트남, 프랑스 등에도 매장을 출점했다.
LIG가 F&B 분야 투자를 단행한 것은 현금흐름을 원활하게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이점을 주목했기 때문이다. 호박패밀리 지분 인수 건을 주관한 삼정KPMG가 2019년에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외식업은 안정적 현금 창출이 가능해 성장 잠재력이 높은 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기술한 대목이 방증한다.
LIG그룹은 호박패밀리를 외식사업 수행의 거점으로 설정했다. 먼저 최용준 LIG 대표가 호박패밀리 기타비상무이사를 겸직하게 됐다. 김치헌 창업자를 비롯한 기존 경영진을 감독하는 동시에 지주사와 사업 방향을 유기적으로 조율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추가 자금 지원도 이뤄졌다. 올해 1월 유상증자에 참여해 30억원을 납입했다. 호박패밀리의 자본 확충으로 LIG는 호박패밀리 주식 1.9%(4만7262주)를 추가 취득했다. LIG가 보유한 호박패밀리 지분율은 2023년 말 85.9%(26만5554주)에서 87.8%(31만2816주)로 상승했다.
◇휴세코 수익원 넘겨받아 '외형성장' 동력 확보 인수 후 기존 계열사의 사업을 떼어내 호박패밀리로 통합한 조치도 돋보인다. 지난해 12월에 휴세코 산하 △단체급식부문 △외식부문 △온라인유통부문 등 3개 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한 뒤 호박패밀리로 흡수 합병했다. 당시 휴세코 1주당 0.09주의 호박패밀리 신주를 배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LIG그룹이 휴세코 사업부문을 조정한 건 호박패밀리 외형 성장을 촉진하는 목적과 맞물렸다. 분할 전 휴세코는 600인 이상 기관·사업장을 대상으로 집단급식을 제공하고 프랜차이즈 '우다움'도 운영했다. 호박패밀리의 계열 편입을 계기로 동종사업을 하나의 법인으로 일원화할 필요성이 부각됐다. 식자재 구매·조달 비용을 낮추는 동시에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경영효율을 끌어올리는 취지다.
분할 대상이 된 급식·외식·유통 사업부문에서 얻은 매출은 휴세코 연간 수익의 30%에 가까웠다. 2022년 매출 846억원 가운데 3개 사업부에서 발생한 수익이 218억원(25.8%)로 나타난 대목이 이를 방증한다. 지난해 영업수익 구성을 살피면 3개 사업부 매출이 240억원(28.9%)이었고 시설관리, 유류판매 등의 사업에서 590억원(71.1%)을 시현했다.
단체급식(푸드서비스) '홈앤밀' 사업을 품은 호박패밀리는 올해 3월 서울 중구청 구내식당·카페 위탁운영 사업자로 선정되는 등 실적을 쌓아올리고 있다. 경기도 안성에 자리잡은 LS그룹 산하 임직원 연수시설 LS미래원에서도 급식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휴세코가 수행하던 급식 사업을 넘겨받은 덕분에 호박패밀리는 실적 부진을 해소할 동력을 얻었다. 지난해 호박패밀리의 연결기준 매출은 131억원으로 2022년 150억원과 견줘보면 12.7%(19억원) 줄었다. 물가 급등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경기 불황 여파가 작용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은 4.8%에서 마이너스(-) 10.2%로 급락했고 순이익률 역시 3.9%에서 -14.3%로 대폭 낮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