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안정성을 보는 잣대 중 가장 중요한 것 하나는 '현금'이다. 현금창출능력이 뛰어나고 현금흐름이 양호한 기업은 우량기업의 보증수표다. 더벨은 현금이란 키워드로 기업의 재무상황을 되짚어보는 코너를 마련했다.
정밀유도무기 및 지휘통신체계 전문 방산기업 LIG넥스원에서 보유 현금의 대규모 감소가 나타났다. 늘어난 수주잔고를 본격적으로 소화하기 시작하면서 영업활동에서 현금이 유출됐다. 다만 최근의 현금 감소분은 실적 개선을 통해 일정 부분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도 전망된다.
LIG넥스원은 2023년 1분기 연결기준으로 현금 및 현금성자산 보유량이 364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말 대비 85.6% 급감했다. 1분기 LIG넥스원은 597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그럼에도 단 3개월만에 2165억원의 현금이 증발한 것이다.
이 기간 LIG넥스원의 현금흐름을 살펴보면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마이너스(-) 1782억원을 기록하며 현금 감소의 최대 원인이 됐다. 이 가운데 '영업활동으로 인한 자산 및 부채의 변동' 계정에서만 무려 2528억원의 현금 유출이 일어나 600억원에 가까운 순이익 효과를 지웠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지난해 일감을 대거 수주한 만큼 그에 따라 선금성 지출도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LIG넥스원은 지난해 말 기준 수주잔고가 12억2651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말 대비 47.6% 증가한 수치로 사상 최고기록이다. 방위사업청과의 계약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 경찰 보안용 및 다대역 통신망 구축사업 등 수출 수주에까지 성공하는 등 성과가 컸다.
다만 이 대량의 수주 가운데 4조3000억원가량은 4분기에 집중됐다. 생산활동 개시를 위한 지출이 올해 1분기에 쏠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1분기 LIG넥스원의 현금흐름표에 나타난 선급금 지급 증가분은 764억원이다.
게다가 생산활동이 시작되면서 LIG넥스원이 발주처로부터 받은 선수금, 즉 계약부채도 함께 줄어들었다. 여기에서도 1570억원의 현금 감소효과가 발생했다. LIG넥스원은 지난해 4분기의 집중 수주로 선수금이 2470억원 증가한 효과를 봤었다. 이를 올해 1분기에 고스란히 반납한 셈이다.
LIG넥스원의 생산활동 주기를 고려할 때 1분기와 같은 영업활동에서의 현금 유출이 단시일 내에 반복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1분기 생산활동을 위해 지출한 현금은 시차를 두고 2분기, 혹은 3분기에 상품 판매를 통해 지출 이상의 현금흐름으로 환입될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LIG넥스원의 분기별 영업활동 현금흐름을 살펴보면 현금 유출과 현금 유입이 분기마다 번갈아 나타나는 추이를 보인다. 게다가 현금이 유출된 분기의 다음 분기 창출된 현금의 규모는 직전 분기 유출분을 웃돌고 있다.
LIG넥스원은 비록 일시적이지만 현금 보유량이 줄어든 만큼 현금흐름을 저해하는 요인을 세심하게 관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LIG넥스원은 1분기 운전자본이 3572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245억원 감소했다.
운전자본의 변동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외상 수지다. LIG넥스원은 매출채권이 지난해 말 1872억원에서 올해 1분기 말 2853억원으로 981억원 증가했다. 그러나 이 기간 매입채무를 363억원에서 1510억원으로 1147억원 늘렸다. 외상 판매로 지연된 현금 유입을 외상 구매에 따른 현금 유출의 지연으로 상쇄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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