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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S등급의 길

SK그룹은 뭐가 다를까

①최고 등급에 5개 계열사 포진, 강력한 오너 의지가 이끌어낸 성적

김위수 기자  2023-11-01 08:10:15

편집자주

올해 한국ESG기준원(KCGS)의 ESG 평가에서는 SK그룹의 존재감이 빛났다. 사실상 최고 등급으로 여겨지는 A+ 등급에 SK그룹 5개 계열사가 포함됐다. 재계 다른 그룹 대비 높은 성적이다. 더벨이 'ESG 모범생' SK그룹의 ESG 경영 현황을 짚어보고 앞으로의 모습에 대해 전망해봤다.
우리나라 기업 중 가장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 있어 선진적인 행보를 보여주는 곳은 단연 SK그룹이다. 총수인 최태원 SK그룹 회장 자체가 'ESG 경영'이라는 키워드를 산업계에 퍼뜨린 장본인이다.

최 회장은 2020년 당시 금융권이 아닌 일반 기업에서는 익숙지 않았던 ESG 경영의 중요성을 공식석상에서 처음 언급했는데, 이를 기점으로 기업 경영에서 ESG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는 평가다.

그래서인지 SK그룹에서 ESG 경영은 다른 그룹보다 빠르게 안착했다. 수치적으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한국ESG기준원(KCGS)은 올해 지주사인 SK㈜를 비롯해 SK이노베이션·SKC·SK가스·SK케미칼 등 총 5개 SK그룹 관계사의 ESG 등급으로 A+를 부여했다.

KCGS 기준 ESG 최고 등급은 S지만 현재 이에 해당하는 기업이 없어 그다음 등급인 A+가 사실상 가장 높은 등급으로 여겨진다. 단일 기업집단에 속한 계열사 기준으로는 SK그룹이 KCGS 평가 ESG 등급 A+ 기업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SG 등급 상향 평준화에도 '존재감'

최상위 등급인 A+에 속한 5개 기업을 제외한 다른 SK 그룹 계열사들의 ESG 성적도 사실 나쁘지 않다. KCGS의 올해 평가 기준 SK오션플랜트를 제외한 SK그룹 상장 관계사들의 ESG 통합등급은 모두 A 혹은 A+였다. 평가대상인 SK그룹 15개사 중 A+와 A에 해당하는 기업이 14개가 되는 것이다.

ESG가 재계의 아젠다가 된 지난 3년여간 SK그룹은 물론 다른 그룹에서도 ESG 경영이 자리를 잡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각 기업들, 특히 대기업들의 ESG 등급은 상향 평준화되고 있다. 4대그룹 소속 기업들의 ESG 등급 현황을 살펴봐도 'A등급'은 흔한 수준이다.

KCGS의 평가 대상이 되는 삼성그룹 소속 기업 12개 중 A등급 이상인 기업이 11곳으로 나타났다. 현대차그룹 역시 평가 대상 10개 기업 중 9곳이 A 혹은 A+ 등급이다. LG그룹도 전체 8개 계열사 중 단 한 곳을 빼고 모두 A 등급이었다. 이처럼 최상위권 대기업들은 대부분 ESG 경영 수준이 우수한 상태에 안착한 모습이다.


SK그룹을 돋보이게 만드는 것은 최상위 등급 분포다. 올해 KCGS로부터 ESG 등급 A+를 부여받은 기업의 숫자는 SK그룹이 5개다. 숫자 자체도 많은데 비중으로 따져도 높다. A+ 등급에 속한 기업의 비율은 SK그룹이 33.3%, 현대차그룹이 20%, 삼성그룹이 16.7%

실제 SK그룹의 ESG 경영이 다른 기업 대비 앞선 수준이라는 평가가 ESG 관련 업계의 주된 의견이기도 하다. ESG를 연구하는 기관에 재직 중인 한 관계자는 "SK그룹의 경우 그룹 차원에서 ESG 경영을 위한 인프라에 투자를 많이 했다"며 "금융사보다 뛰어난 것까지는 아니지만 다른 기업들보다 ESG 경영 수준이 높은 편"이라고 평가했다.

◇강력한 오너의 의지에서 만들어진 실행력

그렇다면 SK그룹의 ESG 경영을 이끌어 온 원동력은 무엇일까. 재계 및 ESG 관련 업계에서는 오너의 강력한 의지를 지목한다. 오너인 최 회장이 직접 ESG 경영을 주문했고 이에 대한 지원 가능성을 내비친 만큼 각 그룹사들이 액션플랜을 수립하기에 용이했던 것이다. 외부적인 요인에 따라 떠밀리듯 ESG 경영에 임하는 회사들과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최태원 회장(사진)은 'ESG'를 직접적으로 언급하기 전부터 ESG 경영과 유사한 경영철학을 내세워 왔다. 2013년부터 수펙스추구협의회 산하에 사회공헌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사회적 가치에 대한 관심을 일찌감치 보여왔고, 출소 이후 2017년 경영 복귀 이후 이에 대한 행보가 크게 확대됐다. 이에 대해 최 회장은 과거 자신이 '지독한 기업인'이었으나 어떤 시점을 계기로 기업도 사회적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는 관점을 갖게 됐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방법론이 ESG라고 할 수 있다. 최 회장의 오랜 경영철학과 ESG 경영이 맞닿아 있는 부분이 있는 셈이다. 그 결과 코로나19를 계기로 ESG 트렌드가 확산하자 이를 놓치지 않고 선제적으로 도입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모여있는 자리에서 ESG 경영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을 뿐 아니라 이들에 대한 성과 평가에도 ESG 경영 지표를 반영했다. 이에 따라 각 계열사들은 추진력있게 ESG 경영 시스템 선진화를 거듭해왔다. 친환경 사업 전환은 물론 탄소감축을 위한 로드맵 수립, 이사회 중심 경영 강화 등을 이뤄왔다.

◇최초 S등급 계열사 배출할까

SK그룹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외부 평가기관의 ESG 등급에 대한 목표를 제시하고 있지는 않다"며 "대신 SV 창출 금액을 전년 대비 향상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K그룹은 매년 각 그룹사들의 사회적 가치(SV) 창출을 금액으로 계량해 발표하고 있다. 이 금액을 매년 늘리도록 하는 것 자체가 ESG 경영에 부합한 만큼 등급 상향이 뒤따라오는 수순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각 계열사들은 글로벌 톱티어 수준의 ESG 경영 체계를 갖추겠다는 보다 구체적인 비전을 가지고 있다. 국내를 넘어 전세계를 바라보며 ESG 경영을 매년 확대하고 있는 만큼 SK그룹에서 아직 비어있는 KCGS의 S등급 기업을 배출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KCGS는 ESG S등급 기업에 대해 "탁월한 지속가능경영 체제를 구축하고 있어 타 기업과 지속가능경영 전반에 모범이 되는 상태"라고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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