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 FIS는 그동안 '모회사 자금줄'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DB아이엔씨(DB Inc.)가 2018년부터 올해까지 DB FIS에서 수령한 배당은 645억원이다. DB아이엔씨가 부족한 유동성을 보충하는데 유용한 수단이었다.
배당을 지급한 원천은 그룹에서 나왔다. DB손해보험, DB금융투자 등 금융부문 계열사와 정보기술(IT) 용역계약을 맺고 사업을 수행하는 대목과 맞물렸다. DB FIS의 연간 매출에서 금융 계열사와 거래한 금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100%'에 가깝다. '금융 계열사→DB FIS→DB아이엔씨'로 이어지는 현금 파이프라인이 형성된 모양새다.
◇900억에 매각하고 949억에 되사들여 DB FIS가 출범한 건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DB아이엔씨(옛 동부씨엔아이)는 그룹 금융 계열사들을 겨냥해 수행하던 정보기술(IT) 시스템 운영사업을 떼냈다. 물적분할을 계기로 DB아이엔씨가 지분 일체를 소유한 'FIS시스템'이 설립됐다.
FIS시스템을 매각해 확보한 자금으로 차입금을 갚는 게 DB아이엔씨의 밑그림이었다. 계획에 맞춰 DB아이엔씨는 FIS시스템 주식 전체(20만주)를 비케이에이앤지에 처분해 900억원을 얻었다. 비케이에이앤지는 부국증권이 결성한 프로젝트 사모투자펀드(PEF)가 출자한 특수목적회사(SPC)였다.
재무구조 개선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자 DB아이엔씨는 FIS시스템을 다시 인수할 필요성을 인식했다. 그룹에 포진한 금융사들을 대상으로 사업을 수행하는 만큼 계열로 편입하는 게 타당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안정적 매출처를 토대로 해마다 30%대 영업이익률을 실현하는 '알짜 회사'라는 대목도 매력 요인으로 작용했다.
2018년 DB아이엔씨는 FIS시스템 주식에 대한 매수청구권(콜옵션)을 DB손해보험에서 넘겨받았다. 이후 콜옵션을 행사해 FIS시스템 지분 100%를 949억원에 사들였다. DB아이엔씨는 1000억원어치 사모채를 발행하면서 인수에 필요한 실탄을 조달했다. 5년 만기로 이율 6.99%를 설정했다. PEF 운용사 큐리어스파트너스가 회사채 물량을 모두 매입했다.
다시 그룹 품에 안긴 FIS시스템은 사명을 DB FIS로 고쳤다. DB아이엔씨 임원을 경영진으로 배치했다. 현재 이사회 구성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강운식 대표는 2018년 이래 DB FIS 경영을 총괄해 왔다. 문덕식 대표,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을 수행하는 백민호 사업전략실장은 DB FIS 사내이사로 등기돼 있다.
◇DB그룹 'IT 아웃소싱' 초점맞춰 DB FIS가 전개하는 사업은 앱, 데이터 서버, 네트워크 장비·회선, 보안시스템 등을 겨냥한 아웃소싱(외부용역) 업무 수행에 초점을 맞췄다. △손해보험 △생명 △금융투자 △저축은행 등 DB그룹 산하 금융기업들이 핵심 고객사다. 전산시스템 구축·운영, 전산서비스 품질관리 등의 용역과 관련된 수의계약을 맺으며 수익을 창출해 왔다.
재인수된 2018년 이래 해마다 매출에서 특수관계자와 거래하면서 얻은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99%를 웃돌았다. 작년 매출 578억원 가운데 계열사에서 발생한 금액이 577억원으로 전체대비 99.8%를 구성했다. DB손해보험과 거래하며 348억원을 거둬들였고 DB금융투자(135억원), DB생명보험(85억원), DB저축은행(9억원)에서도 대금을 확보했다.
금융 계열사와 거래해 얻은 이익을 밑천 삼아 모회사로 배당을 지급하는데 힘을 쏟았다. DB아이엔씨는 2018년 이래 2023년까지 6년 동안 645억원을 받았다. DB아이엔씨의 연간 영업현금흐름이 200억원 안팎인 상황에서 배당은 현금 유입분을 확대하는데 매우 유용한 수단으로 작용했다.
단연 많은 금액을 수령한 해가 인수 원년인 2018년으로 당시 125억원을 받았다. 2017년 DB FIS의 모기업 비케이에이앤지가 얻은 배당 68억원과 견줘보면 2배 가까이 많은 금액이었다. 올해에는 120억원을 집행했는데 전년(100억원) 대비 지급액이 20%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