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생명보험이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의 수혜를 톡톡히 봤다. 금융당국의 권고치인 150% 아래로 하락하던 지급여력비율이 지난해부터 300% 후반대로 훌쩍 성장했다. 새회계제도(IFRS17)에 유리한 보장성보험 비중을 사전에 늘리고 킥스 도입 경과조치를 취한 결과다.
DB생명의 경과조치 적용 전후 킥스 비율 수치가 198%p의 높은 격차가 나고 있어 눈길이 간다. DB생명은 경과조치 도입으로 1조원이 넘은 위험액을 인식하지 않았다.
◇3년간 RBC비율 하락세…킥스 도입으로 200%p 껑충
DB생명은 킥스 도입 전 지급여력비율(RBC비율)이 하락세를 이어오며 자본적정성이 악화했다. 2020년말 191%로 고점을 찍은 후 2022년 1분기 139%까지 떨어지며 금융당국 권고치인 150%를 밑돌았다. 당시 금리 인상으로 매도가능증권평가이익이 줄어 가용자본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가 책임준비금 잉여액 일부를 가용자본으로 인정하면서 DB생명의 RBC비율은 당해 2분기 간신히 150%로 올랐다. 그러나 3분기 146%, 4분기 142%를 기록하며 이후에도 권고치 밑으로 하락세를 지속했다.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 후 DB생명의 자본적정성을 급격히 개선됐다. 2023년 경과조치 도입 후 지급여력비율(K-ICS비율)이 200%포인트 이상 오르며 킥스 도입의 수혜를 톡톡히 보고 있다. 2023년 1분기 기준 DB생명의 경과조치 후 킥스 비율은 361%를 기록한 후 2분기 384%, 3분기 399%를 기록하며 400%대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선제적으로 보장성 보험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쌓아둔 점이 킥스 비율 상승에 유효했다. 보장성보험은 IFRS17 시행 후 미래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익을 반영하는 보험계약마진(CSM) 확보에 유리한 데다가 만기가 되더라도 보험사가 돌려줘야 할 환급금이 없어 저축성보험에 비해 요구자본이 덜 증가한다.
2023년 3분기 기준 DB생명의 보장성보험 보유 금액은 3조4705억원으로 일반 계정 보험계약 전체 보유금액의 95.27%를 차지한다. 2014년 보장성보험 보유금액 비중은 80.52%에서 2018년 90.71%, 2022년 94.95%를 차지하는 등 점진적으로 늘어났다.
킥스비율이 개선으로 DB생명의 모회사인 DB손해보험의 자금 지원 부담은 한층 줄어든 모습이다. DB생명은 DB손보가 지분 99%를 보유하는 자회사다. DB손보는 킥스 도입 전 DB생명의 지급여력비율이 지속해서 하락하는 등 자본확충이 필요한 상황에 여러 차례 직면했다. 그러나 2021년과 2022년 RBC비율이 150% 내외를 맴돌 때도 자금을 지원하지는 않았다.
◇경과조치 적용하자 1조3822억원 미인식…요구자본 방어
한편 DB생명의 경과조치 도입 전 킥스 비율은 2023년 3분기 기준 201%다. 권고치를 상회하는 수치지만 경과도입 후와 198%포인트 가량 격차를 보이고 있어 눈에 띈다.
DB생명의 킥스 비율이 눈에 띄게 상승한 이유는 경과조치 도입 이후 요구자본이 절반 수준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경과조치를 적용하지 않을 시 요구자본은 원래 2022년말 5640억원에서 2023년 1분기 2조6998억원으로 4.79배 늘어야 하지만 경과조치 도입으로 1조3341억원으로 늘어나며 2.37배 증가에 그쳤다.
경과조치 도입으로 기본요구자본에 해당하는 생명·장기손해보험 위험액이 상당 부분 줄어들었다. 지난해 장수·해지·사업비·대재해위험에 해당하는 1조3822억원 규모의 금액을 인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IFRS17 및 K-ICS로 인한 건전성의 급작스러운 악화를 유예하기 위해 도입한 경과조치는 10년에 걸쳐 위험액을 적용하는데 1년에 10%씩 적용비율이 증가한다. 올해부터는 위험액의 증가분을 포함해 기존 위험액의 10%를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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