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 삼성넥스트·삼성전략혁신센터(SSIC)가 있다면 LG전자에는 북미이노베이션센터인 LG노바(NOVA)가 있다. 코로나 기간 스마트폰 사업 등을 접은 LG전자는 새로운 사업모델 발굴에 대한 니즈가 커지면서 LG노바를 출범시켰다.
LG노바는 3000여개 스타트업의 제안서 검증을 거쳐 현재 총 54곳의 스타트업을 투자 대상으로 추렸다. 여기에 내년부터 투자규모를 5배로 늘리고 협업 대상 스타트업 선발도 공모전 방식에서 연간 상시 운영 체제로 전환한다. LG노바가 LG전자의 미래 신사업 가늠좌 역할을 하는 만큼 투자의 대상과 시기를 열어두겠다는 행보다.
◇전략적 투자 조직 'LG노바' 주축 투자 확대 LG노바는 2020년 말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설립된 LG전자의 전략적 투자 조직이다. 사물인터넷(IoT) 분야의 사업개발 전문가이자 미국 국립표준기술원(NIST) 부국장을 역임한 이석우 전무가 센터장을 맡아 이끌고 있다.
설립 이후 2021년부터 매년 글로벌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신사업 분야 협력을 위한 아이디어 공모전을 '미래를 위한 과제(Mission for the Future)'라는 이름으로 진행해왔다. 1회(2021~2022년)와 2회(2022~2023년)를 통해 헬스케어·클린테크·모빌리티·커넥티드홈·메타버스 등 분야의 스타트업을 총 54곳 선발했다.
먼저 2021년 LG노바는 공모전을 통해 스타트업 1000여곳의 제안서를 받아 6~9개월에 걸쳐 검토하면서 1차적으로 50개의 리스트로 추렸다. 이후 20개로 압축한 뒤 최종 투자 대상 스타트업으로 9개를 선정했다.
지난해 공모전에서도 비슷한 과정을 거쳐 2170개의 제안서를 받아 752개로 추린 뒤 펀딩 대상 스타트업 명단을 공개했다. 디지털 헬스 분야 13개, 메타버스·게임 7개, ESG·전기차 7개, 디스플레이 5개, 스마트홈 10개, 오픈이노베이션 3개 등 45곳에 달했다.
다만 이또한 최종 명단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변동성 높은 투자 환경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LG노바는 일부 스타트업 리스트에 국한하지 않고 유동적으로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계속해서 검토하고 있다.
◇펀딩 규모 2000만 달러에서 1억 달러로 확대 이를 위해 LG노바는 올해 말부턴 특정 기한을 두고 협업 대상 스타트업을 선발하는 공모전 개념에서 벗어나 수시로 아이디어나 협업을 제안할 수 있도록 연간 상시 운영 체제로 전환한다. 좋은 아이디어를 지닌 스타트업이라면 공모 기간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 협업의 문을 두드릴 수 있게 한다는 취지다.
LG노바 입장에서도 급변하는 시장의 요구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해선 더 많은 스타트업과 협업 가능성을 열어두는 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이디어가 채택된 스타트업은 6개월 이상 LG노바와 함께 아이디어의 사업화를 추진하게된다. 여기에 노바 프라임 펀드와 LG노바 투자 파트너들을 통한 투자 유치 기회도 얻는다.
여기에 LG노바는 전문 벤처 투자기업 클리어브룩과 손잡고 글로벌 스타트업 투자 규모도 대폭 확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기존 2000만 달러 수준의 노바 프라임 펀드를 2024년 말까지 1억 달러 이상 규모로 확대 조성하기로 했다.
투자 대상은 디지털 헬스케어, 친환경 에너지, 인공지능(AI) 등 미래 신사업 관련 기술과 솔루션을 보유한 글로벌 스타트업이다. LG전자는 가능성 있는 스타트업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동시에 다양한 신사업 영역에서 협업 기회를 찾는다는 계획이다.
이와 연계해 이달 26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이노베이션 페스티벌도 개최했다. 올해로 3회차를 맞는 이노베이션 페스티벌은 실리콘밸리 벤처 기업과 투자자들이 모여 기술과 솔루션 방향을 논의하고 협업하는 자리다.
이를 통해 LG전자는 가전 등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방향도 모색한다. 예컨대 LG노바가 2021년 펀딩 대상으로 선정한 XR헬스(XRHealth)는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등을 활용해 물리치료와 스트레스 관리 등 원격 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마야MD도 LG 스마트 TV를 활용해 디지털휴먼 인공지능(AI) 건강비서 서비스 등을 개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