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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재무전략은 사업과 기업가치를 뒷받침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사업자금이 필요하면 적기에 조달을 해야 한다. 증자나 채권발행, 자산매각 등 방법도 다양하다. 현금이 넘쳐나면 운용이나 투자, 배당을 택할 수 있다. 그리고 모든 선택엔 결과물이 있다. 더벨이 천차만별인 기업들의 재무전략과 성과를 살펴본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경영진이 투자자들에게 기업 경쟁력을 어필하는 핵심 열쇳말은 '안정적 재무성과'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마진율이 50%까지 상승했다. 창사 초기 300%에 가까웠던 매출원가율은 이제 50%대까지 낮아져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창사 초기 적자를 극복하고 탄탄한 수익성을 구가하는 원동력은 원료공급 체계에서 찾을 수 있다. 위탁생산에 필요한 원료를 고객사가 지정한 거래처에서 장기간 확보하면서 원가 변동성 위험을 회피하는 효과를 얻었다. 단일 지역에 공장을 집적하는 '규모의 경제' 효과도 작용했다.
◇고객사 지정 거래처, 원가변동 위험회피 삼성바이오로직스 경영진이 최근 집중적으로 강조하는 키워드는 '안정'이다. 올해 4월에 존림(John Rim) 대표는 'IR 뉴스레터'를 통해 매출과 영업이익을 '안정적 재무성과'로 표현하면서 "기존 공장의 풀(full) 가동 아래 운영 효율을 극대화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지난해 4월에도 "안정적 수주 잔고를 바탕으로 기존 공장의 효율화를 높이고 있다"는 내용을 주주서한에 기술했다.
2020년을 기점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수익성 지표 개선의 신호탄을 쐈다. 당시 별도기준 영업이익률이 34.2%를 기록했는데 직전 해인 2019년 25.1%와 견줘보면 9.1%포인트 상승했다. 우상향 흐름은 계속 이어졌고 올해 상반기에는 39.8%로 나타났다.
본업의 현금 창출력을 가늠할 수 있는 EBITDA 역시 대폭 불어났다. 지난해 1조1488억원으로 집계됐는데 매출의 47.1%를 차지하는 규모였다. EBITDA 마진율이 2019년에 처음으로 30%선을 넘어선 이래 꾸준히 상승했고 올해 상반기에는 49.1%를 기록했다.
이익실현 역량이 탄탄해진 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수행하는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 특수성과 맞닿아 있다. CDMO는 제조시설이 없거나 생산능력(캐파)이 빠듯한 고객사가 발주한 의약품을 대신 제조, 납품하는데 방점을 찍혀있다.
위탁생산을 수행하는 기간은 5~10년으로 긴 편이다. 창사 이래 첫 고객사였던 미국 제약기업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와 이달 맺은 계약을 살피면 올해까지 7년간 면역항암제 의약품을 납품하는 내용이 골자다. 지난 7월 화이자로부터 1조2000억원 규모로 수주한 건 역시 계약기간이 6년으로 설정됐다.
제품을 양산할 때 필요한 원료는 고객사가 지정한 거래처에서 사전 또는 사후 정산한다. 원료공급 계약 이행은 의약품 위탁생산계약과 맞물려 '장기'로 진행된다. 자연스레 미래원가가 급격히 상승했을 때 겪는 부담을 회피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사업보고서를 통해 "바이오의약품 원재료는 중장기적 공급 진행으로 비교적 가격유동성이 낮고 경기 흐름에 영향을 덜 받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며 "매년 물가 상승률 수준의 인상률을 적용하는 등의 계약조건으로 인해 가격변동 위험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클러스터전략 'BEP 관리' 용이, 판관비부담률 10% 내외 여러 공장을 한 지역에 집결시키는 '클러스터(Cluster)' 전략도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 각지에 생산시설을 분산하기보다 단일한 생산단지를 구축하는 기조가 손익분기점(BEP) 달성에 효율적이라는 판단이 작용했다. 2011년 3만리터 캐파를 갖춘 제1공장 착공을 시작으로 인천 송도에 제4공장까지 지으며 연산 60만리터 역량을 구축한 배경이다.
원료 장기공급체계와 생산시설 집적 전략이 어우러지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매출원가율이 점차 하락하는 수순으로 이어졌다. 2019년 매출원가는 5096억원으로 매출 대비 72.6% 규모였다. 이후 원가율은 △2020년 64.3% △2021년 53.7% △2022년 50.8% 등으로 꾸준히 하향했다.
판매관리비 부담률이 10% 내외에서 일정하게 관리된 대목도 돋보인다.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과 수·발주 관계를 끈끈하게 구축한 만큼 고객사 확보에 쓸 마케팅 비용을 대폭 집행할 유인이 과거와 달리 적어졌기 때문이다.
설립 이래 판관비 부담률이 가장 높았던 해가 2015년로 197.3%였다. 당시 집행한 판매관리비가 1801억원으로 영업수익(매출) 913억원의 2배에 가까웠다. 지난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출한 판관비는 2322억원으로 연간 매출 2조4373억원 대비 9.5% 수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