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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로이힐 투자, '10년' 인내의 결과는 달다

올해 상반기 배당수익 1711억, 4년간 1조...해외 광산 개발 '자신감' 심어줘

양도웅 기자  2023-09-12 15:31:18

편집자주

이제 투자를 빼놓고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을 말할 수 없게 됐다. 실제 대기업 다수의 CFO가 전략 수립과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CFO가 기업가치를 수치로 측정하는 업무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상할 게 없다. THE CFO가 CFO의 또 다른 성과지표로 떠오른 투자 포트폴리오 현황과 변화를 기업별로 살펴본다.
포스코홀딩스가 올해 상반기에도 호주의 로이힐(Roy Hill Holdings Pty Ltd)로부터 1711억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로이힐은 철의 핵심 원료인 철광석 23억톤이 매장된 호주 로이힐 광산을 소유하고 있다. 현재 포스코홀딩스는 직·간접적으로 로이힐 지분 12.5%를 보유하고 있다.

로이힐의 이번 상반기 배당으로 포스코홀딩스는 2020년부터 매년 배당 수익을 거두고 있다. 4년간 거둔 배당 수익은 총 1조원이 넘는다. 로이힐은 포스코홀딩스의 든든한 현금 창출처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이렇게되기까지는 과거 대규모 투자한 포스코홀딩스도, 투자를 받은 로이힐도 지난한 시간을 견뎌야 했다.


◇로이힐에 1.5조 출자 '역대 최대 해외 투자'

포스코홀딩스가 로이힐에 최초 투자한 때는 2010년이다. 이후 추가로 투자해 총 지분 15%를 취득했으나 2.5%를 대만의 철강업체인 CSC(China Steel Corporation)에 매각했다. 현재 포스코홀딩스가 로이힐의 지분 10%를, 포스코홀딩스의 완전 자회사인 포스코 WA(POSCO WA PTY LTD)가 지분 2.5%를 나눠서 들고 있다.

몇 차례에 걸쳐 투자한 금액은 총 1조5286억원이다(취득원가 기준). 투자를 마무리했을 때 기준으로도, 현재 기준으로도 역대 최대 규모의 해외 투자다. 당시 회사 측은 "타이트한 수급 상황이 지속되는 원료의 자급도를 제고하기 위해 광산 지분을 인수하는 등 자급도 50%의 목표 달성을 위한 투자를 지속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시 그룹 상황을 고려해봐도 과감한 베팅이었다. 로이힐에 투자를 개시한 2010년 포스코홀딩스는 대우인터내셔널(현 포스코인터내셔널)을 3조3700억원에 인수했다. 이미 대규모 현금을 지출이 예정된 상황에서 다시 조 단위 투자 계획을 개시한 것이다.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한 자산을 매각해 투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고 해도 대담한 결정이었다.

호주 로이힐 광산에서 채굴한 철광석이 현지 야드에 적치된 모습. (출처=포스코홀딩스)

과감한 베팅의 배경에는 2000년대 들어 중국의 철강 생산량 확대에 따른 철광석 가격 상승이 있다. 미리 안정적으로 철광석을 확보하려는 의도와 함께 기회가 된다면 지분투자로 광산을 소유해 철광석 판매에 따른 이익도 얻겠다는 계획도 있었다. 호주 로이힐 광산이 보유한 23억톤의 매장량(연간 생산량 세계 5위 수준) 자체도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최초 투자 이후 포스코홀딩스가 로이힐로부터 안정적으로 철광석을 조달하기까지는 7년, 배당 수익을 거두기까지는 10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기다림의 시간 동안 100달러(1톤당)를 훌쩍 상회하던 철광석 가격은 30달러 후반대(2016년)까지 떨어지기까지 했다. 투자금을 회수하는 데까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나왔다.

◇로이힐, 지금까지 배당으로 1조 지급...투자금 회수율 68%

실제 2015년까지 로이힐은 매년 수천억원의 손실을 냈다. 내부에서 현금을 창출하지 못하면서 대규모 외부 차입으로 2013년 말 2443억원이었던 부채는 2015년 말 6조5845억원으로 30배 가량 늘었다. 이 기간 포스코홀딩스는 로이힐이 원활하게 외부에서 차입을 할 수 있도록 로이힐 지분을 담보로 제공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숱한 비판에도 광산 개발과 운영 효율화에 집중한 로이힐은 2017년 마침내 포스코홀딩스에 철광석을 공급하기 시작하는 성과를 냈다. 이해에 포스코홀딩스는 로이힐로부터 6970억원 규모의 철광석을 매입했는데, 이 규모는 2022년 1조6000억원 넘는 수준으로 확대됐다. 한 해 철광석 소요량의 약 26%를 로이힐로부터 확보할 정도로 변화했다.


철광석 공급이 이뤄지면서 꾸준히 흑자를 내기 시작하자 로이힐은 2020년 배당을 개시했다. 2020년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철강 업계뿐 아니라 전 산업이 생산과 투자를 줄이고 현금을 비축할 때다. 이러한 시기에 배당을 개시하면서 재무구조가 안정적으로 변화한 점, 향후 현금창출에 자신이 있는 점 등을 보여줬다.

포스코홀딩스는 로이힐로부터 2020년 1139억원, 2021년 5529억원, 2022년 2335억원, 2023년 1711억원을 배당으로 받았다. 총 1조410억여원으로 최초 투자금의 68%를 회수한 셈이다. 배당 수익뿐 아니라 로이힐과 거래로 그룹이 직접 매출을 올리는 점까지 고려하면 사실상 투자금 회수율은 더 높은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로이힐 투자는 포스코홀딩스에 해외 광산 개발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줬다. 업계 관계자는 "2018년 최초 투자한 아르헨티나 리튬 염호를 포함해 포스코홀딩스가 해외 광산 개발에 적극 나설 수 있는 건 로이힐 투자가 성공적이기 때문"이라며 "내부적으로 로이힐 투자로 해외 광산 개발에 대한 노하우를 터득했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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