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투자를 빼놓고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을 말할 수 없게 됐다. 실제 대기업 다수의 CFO가 전략 수립과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CFO가 기업가치를 수치로 측정하는 업무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상할 게 없다. THE CFO가 CFO의 또 다른 성과지표로 떠오른 투자 포트폴리오 현황과 변화를 기업별로 살펴본다.
포스코홀딩스가 올해 상반기에도 '포스코아르헨티나(POSCO Aregentia S.A.U.)'에 대규모 자금을 지원했다. 출자와 지급보증으로 지원한 자금이 3000억원이 넘는다.
포스코아르헨티나는 아르헨티나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에서 리튬을 제조하는 현지 법인이다. 리튬은 이차전지 핵심 소재인 양극재의 중요 원료다. 글로벌 대표 이차전지 소재 기업을 목표로 하는 포스코홀딩스에 아르헨티나 염호는 그야말로 '엘도라도(El Dorado, 남미에 있다고 상상된 황금향)'나 다름없다.
물론 속단하기는 이르다. 예상보다 매장량이 적을 수도, 수익성이 낮을 수도 있다. 이차전지 소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국가간 경쟁이 치열해 예기치 못한 분쟁으로 납품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진짜 엘도라도인지는 적어도 현 투자 계획이 마무리되는 2025년 6월 이후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2018년 리튬 직접 제조로 선회...출자·지급보증 등 전방위 자금 지원
올해 상반기 포스코홀딩스는 포스코아르헨티나 유상증자에 참여해 1834억원을 추가 출자했다. 회사 측은 "염수리튬 상용화 공장 투자를 위해서"라고 밝혔다. 유증 참여에 그치지 않고 포스코아르헨티나가 글로벌 은행들로부터 원활하게 자금을 빌릴 수 있도록 1457억원 규모의 지급보증도 제공했다. 총 3291억원을 사실상 지원한 셈이다.
포스코홀딩스는 2018년 10월 3490억원을 출자해 포스코아르헨티나를 설립했다. 당초에는 리튬을 직접 생산하기보다는 다른 기업으로부터 매입하려고 했다. 하지만 계약을 체결하려던 광산업체들이 중국업체들에 염호를 비싸게 팔기 시작하자, 공급망 악화를 우려해 직접 매입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그렇게 인수한 염호가 아르헨티나 옴브레 무에르토다.
이후 포스코홀딩스는 아르헨티나 염호 개발에 지극정성을 다하고 있다. 최초 출자 이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총 5497억원을 추가로 출자했다. 올해 상반기에 제공한 지급보증까지 합하면 최초 출자까지 포함해 총 1조원 넘는 자금을 지원했다. 최근 포스코홀딩스가 가장 많은 자금을 지원하는 타법인 중 하나가 포스코아르헨티나다.
이유는 역시 리튬의 가치 때문이다. 현재 전 산업에 지각 변동을 일으키는 건 전기차다. 전기차의 동력원인 이차전지의 성능을 좌우하는 건 양극재인데, 이 양극재의 핵심 원료가 바로 리튬이다. 포스코아르헨티나가 보유한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에는 전기차 약 3억7000대(배터리 용량 55.7kwh 기준)를 생산할 수 있는 리튬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단적으로 2018년 10월 최초 출자 당시 1kg당 68.36위안(월평균)이었던 리튬(탄산리튬) 가격은 2023년 9월 현재 194위안으로 3배 가까이 뛰어올랐다. 리튬에 대한 수요 급증을 공급이 그만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2025년까지 '조 단위' 추가 투자 예정...이후 '실제 성과' 확인 가능
궁극적으로 포스코홀딩스가 포스코아르헨티나를 통해 생산하려는 건 리튬 중에서도 '수산화리튬'이다. 이차전지에 사용되는 리튬은 크게 두 가지로 탄산리튬과 수산화리튬이 있다. 이 가운데 전기차에 탑재되는 이차전지처럼 에너지 밀도와 용량이 큰 경우에는 수산화리튬이 효과적이다. 일반적으로 수산화리튬은 탄산리튬에 수산화칼슘을 반응시켜 만든다.
포스코아르헨티나는 탄산리튬과 수산화리튬을 모두 생산하지만 비중이 더 높은 쪽은 탄산리튬으로 이를 국내로 보낼 예정이다. 국내에서 수산화리튬으로 바꾸는 곳은 '포스코리튬솔루션'이다. 지난해 12월 포스코홀딩스가 2875억원을 출자해 설립했다. 포스코아르헨티나에서 시작하는 수산화리튬 제조와 공급 단계가 구축됐다.
정확한 공급 시점은 알려지지 않는다. 하지만 주로 상공정을 책임지는 포스코아르헨티나와 하공정을 책임지는 포스코리튬솔루션에 대한 추가 투자(총 2조5000억원)가 2025년 6월까지 진행되는 점을 고려하면 본격적인 양산 체제 구축과 공급은 그 전후로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두 곳은 매출액이라고 부를 만한 '숫자'가 없는 아직은 수준이다.
아르헨티나 투자에 대해 포스코홀딩스는 긍정적으로 내다보는 분위기다. 하지만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가 진짜 엘도라일지는 2025년 6월 이후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2018년 최초 투자 당시보다 리튬 가격이 3배 가까이 올랐다지만 정점과 비교하면 절반 이상 떨어졌다. 공급 과잉 우려와 그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더불어 광물을 정부가 직접 관리하려는 국가들이 등장하는 점도 위험 요인이다. 리튬을 완전 국유화한 볼리비아에 이어 칠레도 광업권을 앞으로 민간에 매각하지 않고 정부가 직접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아르헨티나는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지만 예의주시해야 할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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