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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화학 '아픈 손가락' 베트남법인 살릴 수 있을까

'채무보증 지속' 윤보영 재무실장, 부채비율 부담에 영구채 고금리 감수

문누리 기자  2023-09-11 15:57:19

편집자주

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의 역할과 책임이 커지는 '지금' 그들은 무슨 일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을까. THE CFO가 현재 CFO들이 맞닥뜨린 이슈와 과제, 그리고 대응 전략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효성화학의 100% 자회사인 베트남법인은 오랜시간 모회사에 '아픈 손가락'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코로나19 기간 가동을 시작하며 대규모 자금을 투입했으나 글로벌 수요 감소와 원가 부담 증가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탓이었다.

베트남법인 영향으로 효성화학의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별도 기준의 35배에 달한다.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윤보영 재무실장의 주요 임무 중 하나가 자금조달인 만큼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올해 기업어음(CP)과 회사채에 표면금리 8.3%인 신종자본증권까지 발행하며 고금리도 감수하는 모습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효성화학은 지난 8일 베트남법인(Hyosung Vina Chemicals Co., Ltd.)에 대해 추가 채무보증 결정 공시를 냈다. 베트남법인이 하나은행 싱가포르 지점으로부터 2000만달러(약 266억9400만원)을 빌리는 데 대해 효성화학이 보증해주는 방식이다. 총 채무보증금액은 2400만달러(약 320억3280만원)에 달한다.

이로써 효성화학의 해외법인 채무보증 총 잔액은 1조8135억원을 기록하게 됐다. 이 중 필름을 생산하는 중국 취저우 법인에 대한 채무보증은 914억원에 불과하다. 나머지 1조7221억원은 전부 베트남법인의 몫이다. 채무보증 총 잔액은 채무보증 한도로 미사용 잔액도 일부 포함돼있지만 여전히 큰 규모다.


이는 베트남법인이 지난해 4분기부터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면서 자금 조달에 애를 먹고 있기 때문이다. 적자 지속에 결손금이 쌓이면서 2020년 3823억원이던 베트남법인 자본총계는 2021년 3142억원에서 2022년 55억원으로 급감했다.

2016년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동남아 화학사업 확대' 기치 아래 베트남 공장 설립을 결정할 때만 해도 사업 전망은 긍정적이었다. 베트남 화학사업 관련 규제나 여건이 아시아권 중 양호한 편인 데다 경제성장률도 연 6%안팎을 기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 당시 폴리프로필렌(PP) 주요 수요처였던 중국이 판매처로 태세를 전환하면서 효성으로선 새로운 시장이 급히 필요했다.

다만 완공 시기와 코로나19가 맞물리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중국 수요가 생각보다 빠르게 급감했는데 베트남 수요는 이를 따라와주지 못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올라 원재료 부담이 커지고 여기에 설비 보수가 자주 반복되면서 공장 가동률도 떨어졌다.

이에 효성화학 베트남법인은 2020년 4월 1공장을 가동하고 2021년 9월 2공장을 완공한 뒤에도 매출액은 늘어도 순이익은 뒷걸음질쳤다. 2020년 587억원이던 당기순손실은 2021년 681억원에서 2022년 3087억원까지 불어났다.


결국 베트남법인의 재무 부담은 효성화학이 떠안게 됐다. 베트남법인에 대한 현금출자와 채무보증이 이어지면서 2019년 353.8%에 불과했던 효성화학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2020년 500.8%, 2021년 509.5%, 2022년 2631.8%, 2023년 6월 8937.6%로 급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효성화학의 별도 기준 부채비율은 2019년 248.6%에서 2020년 232.8%, 2021년 173.5%, 2022년 273.4%, 2023년 6월 256.4% 등으로 큰 변화가 없다. 자회사인 베트남법인의 재무부담이 효성화학의 연결 기준 재무건전성을 크게 깎아먹고 있는 셈이다.


치솟는 부채비율의 무게는 재무실장 윤 상무 어깨 위를 짓누르고 있다. 2018년부터 CFO 역할을 도맡아 하고 있지만 초창기와 달리 자금조달로 가장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다. 공모 회사채만 봐도 2019년 1040억원, 2020년 670억원 정도만 발행했지만 올해 들어선 1200억원이나 발행했다.

여기에 CP 470억원, 사모 회사채 300억원, 지난달 신종자본증권 700억원어치까지 합치면 윤 상무의 CFO 임기 동안 올해 가장 많이 자본시장에서 활동한 셈이다. 특히 8월 신종자본증권의 경우 표면이자율이 8.3%로 여기에 2년 후 연 3.5%, 5년 후 연 4.5%의 스텝업 조항까지 걸려있다. 부채비율 등 재무건전성이 나쁜 상황에서 이자부담이 크더라도 처음으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는 무리수를 감내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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