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데이터로 본 셀트리온 합병

합병법인 조달여력 변화는

⑥자체 차입금 늘리는 셀트리온, 합병 후 부채비율 10%p 하향 가능성

문누리 기자  2023-08-29 08:03:16

편집자주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불완전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생산과 판매, 한 몸으로 해야 할 기능을 떼어뒀으니 실적 투명성을 두고 말이 많았다. 셀트리온헬스케어가 매출을 셀트리온에 몰아준다는 비판이다. 그간 군불만 떼던 '셀트리온 3형제'의 합병이 공식화한 것은 이제 의혹을 떨쳐내고 자생력을 증명할 기반을 확보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확신은 어디서 생겼을까. THE CFO가 실적과 재무 데이터를 분석해 합병 결정의 배경과 전망을 가늠해 봤다.
차입과 자금조달 측면에서도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구조다. 셀트리온이라는 생산라인과 셀트리온헬스케어라는 판매라인으로 이원화된 유기체에서 자금수혈 주체는 그동안 셀트리온헬스케어였다.

합병을 앞둔 현재 상황은 달라지는 모양새다. 초창기와 달리 셀트리온이 셀트리온헬스케어에 더이상 의존하지 않고 자체 차입금을 늘리는 등 자금조달 자립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합병법인 부채비율이 내려가면서 조달여력에도 좀더 숨통이 트이게 된다.

최근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언급한 지주사 셀트리온홀딩스 상장 가능성까지 감안하면 조달여력은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소액주주 주식매수청구권 등 합병비용과 향후 인수합병(M&A) 등 투자에 쓸 자금까지 조달할 것으로 보인다.

◇셀트리온헬스케어로부터 자금조달 자립 나선 셀트리온

셀트리온은 신약개발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에서 자체적으로 자금 조달하기엔 불리한 입장이었다. 셀트리온 매출 대부분을 셀트리온헬스케어에 의존하는 만큼 외부 추가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웠다. 당시 서 회장도 생물학의약품 복제약(바이오시밀러) 사업에 대해 시장에 확신을 주기 힘들던 시절 자금조달이 어려웠던 만큼 셀트리온헬스케어를 통해 투자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첫 번째 변곡점은 2017년 셀트리온헬스케어 상장이었다. 코스닥 시장에서 셀트리온헬스케어가 기업공개(IPO)를 진행하면서 1조63억원에 달하는 시장성 자금이 조달됐다. 이때를 분기점으로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순차입금은 플러스에서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셀트리온헬스케어 순차입금은 2016년 1211억원에서 2017년 -7360억원, 2018년 -4873억원 등으로 마이너스 전환했다. 대규모 자금이 들어온 덕분에 외부에서 빌려온 돈보다 상환 등으로 나간 돈이 더 많아졌다는 뜻이다.

차입금 의존도도 이때부터 하락하기 시작했다. 2014년 32.7%, 2015년 10.7%, 2016년 9.6%을 기록하던 셀트리온헬스케어 차입금 의존도는 2017~2018년 0.4%로 떨어졌다가 2019년부턴 최근까지 0%를 기록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같은 기간 셀트리온 순차입금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는 점이다. 2016년 2630억원이던 셀트리온 순차입금은 2017년 -678억원, 2018년 -1516억원 등으로 마이너스 전환했다. 당시 상장법인은 셀트리온헬스케어였지만 이때 들어온 상당부분의 현금이 셀트리온으로 흘러들어갔기 때문이다. 매개체는 매입대금이었다. 셀트리온이 셀트리온헬스케어 자금 유입에 일희일비하는 시기였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최근 셀트리온도 자체적으로 조달에 적극 나서는 추세다. 2018년 3696억원이던 셀트리온 총차입금은 증가세를 거듭해 2022년 621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셀트리온 부채총계도 2018년 7666억원에서 2019년 8039억원, 2020년 1조3598억원, 2021년 1조3156억원, 2022년 1조4015억원 등으로 늘었다. 하지만 부채총계가 거의 두 배 오를 동안 셀트리온 부채비율은 2018년 29.4%에서 2022년 33.6%으로 4.2%포인트만 올랐다. 비슷한 속도로 자기자본이 늘어나면서 부채비율 방어에 도움이 됐다.

◇합병 후 오히려 가벼워지는 부채비율, 재무부담 완화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 이후엔 부채비율이 더 가벼워질 전망이다. 6월말 기준 셀트리온 부채비율 39%가 합병 후엔 29% 수준으로 내려간다.

산술적으로 셀트리온 부채비율(39%)과 셀트리온헬스케어 부채비율(84.8%)을 보면 합병법인의 부채비율이 오히려 줄어드는 게 넌센스같아 보인다. 하지만 사업구조상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매입채무가 대부분 셀트리온에 줘야 될 금액이라는 걸 대입하면 말이 된다.


셀트리온으로부터 바이오시밀러를 매입하는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이를 글로벌 시장에 판매한다. 이때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제품값을 셀트리온에 현금으로 바로 주지 않고 나중에 줄 돈으로 잡으면 재무제표상 매입채무가 된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부채비율이 상대적으로 유독 높은 이유 중 하나다.

일일이 확인할 수는 없지만 현재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매입채무 중 대부분은 셀트리온의 매출채권이다. 두 회사가 합쳐지면 부채비율에서 관련 매입채무는 제외하게 된다. 6월 말 기준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부채총계(각 1조6724억원, 1조8515억원)에서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매입채무(1조6176억원)를 빼고 자기자본으로 나누면 합병법인의 추정 부채비율은 29.5%가 된다.

여기에 셀트리온그룹 지주사 셀트리온홀딩스 상장 가능성까지 더하면 그룹 자금 조달여력은 더 확대된다. 최근 서 회장은 합병 이후 필요하면 셀트리온홀딩스 상장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셀트리온이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등 인수합병도 병행할 계획인 만큼 합병 전후로 조달이 필요한 자금이 상당할 것"이라며 "그룹 차원의 자금 조달 방안 중 하나로 지주사 상장도 언급한 배경 중 하나"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