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소액주주 비율이 발행주식총수의 절반을 모두 넘긴다. 두 회사 간 합병의 성패가 소액주주의 손에 달렸다는 말이 과분하지 않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에 따른 합산 주식매수대금 한도를 1조원으로 책정했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기간 동안 각사 주가가 주식매수가격을 밑돌 경우 주식매수대금이 불어나 합병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주식매수대금 1조 책정…행사기간 주가수준 중요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소액주주 비율이 비교적 높다. 올해 6월말 기준으로 소액주주 합산지분(발행주식총수 기준)은 셀트리온이 63.90%(9353만9952주), 셀트리온헬스케어가 55.02%(9048만8570주)다. 반면 최대주주인 셀트리온홀딩스가 가진 지분은 셀트리온이 20.05%(2935만2547주), 셀트리온헬스케어가 24.29%(3994만6770주)로 비교적 낮다.
셀트리온은 지난 17일 셀트리온헬스케어에 대한 흡수합병 계획을 발표했다. 합병기일은 오는 12월 28일로 합병비율은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가 1 대 0.449262로 결정됐다.
이 합병비율을 대입해 합병후 셀트리온의 소액주주 합산 지분율을 도출해보면 60.92%(1억3419만3028주)가 나온다. 애초 합병전 셀트리온의 소액주주 비율이 워낙 높았기 때문에 셀트리온헬스케어에 상대적으로 낮은 합병비율을 부여하면 합병 후 셀트리온에서의 소액주주 비율은 오히려 합병 전보다 낮아진다.
다만 이는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전체 소액주주가 합병에 동의한다고 가정했을 때의 결과다. 합병에 반대하는 소액주주는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 주식은 각사가 매수하는 형태이므로 각사 자사주로 편입된다. 올해 6월말 별도 기준 주식매수대금으로 이용할 수 있는 현금성자산은 셀트리온이 5922억원, 셀트리온헬스케어가 2509억원이다.
셀트리온은 지난 18일 증권신고서를 통해 "(주식매수대금은) 자체 보유자금을 사용하고 부족분은 금융기관 대출 등을 통해 조달할 예정이나 구체적인 사항은 본 증권신고서 제출일 전일 현재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주목할 점은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주식매수대금 한도를 합산 1조원으로 책정한 점이다. 증권신고서 제출일인 이번달 18일 기준 셀트리온(22조190억원)과 셀트리온헬스케어(11조2823억원)의 합산 시가총액 33조3013억원의 3.0%에 해당하는 규모다.
특히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주식매수대금이 1조원을 초과할 경우 합병을 무효화할 수 있도록 했다. 애초 소액주주 비율이 높은 만큼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여부가 합병 가능 여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셈이다.
결국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은 주가다. 양사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기간은 오는 10월 23일부터 11월 13일까지다. 이 시기 주가가 회사가 제시한 주식매수가격을 밑돌 경우 주식매수청구권이 행사될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진다.
셀트리온은 15만813원을, 셀트리온헬스케어는 6만7251원을 주식매수가격으로 각각 제시했다. 주식매수가격을 산정할 때는 기준으로 두는 기간이 중요하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자본시장법 시행령(제176조의7 제3항)에 근거해 과거 2개월간 종가에 거래량을 가중평균했다. 양사 주가는 올해 6월 이후 전반적으로 우하향 흐름을 보였다. 이 때문에 주식매수가격이 예년 주가와 비교하면 높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달 25일 종가 기준으로는 양사 주가가 주식매수가격을 밑돌고 있다. 셀트리온은 14만3500원, 셀트리온헬스케어는 6만5000원이다.
◇주가 흐름, 서정진 회장 지배력·자사주 활용가치 영향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외에도 주가는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에 핵심 요인 중 하나가 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합병비율이 주가를 기준으로 산출됐다. 자본시장법 시행령(제176조의5 제1항)에 근거해 합병비율 산정을 위한 기준주가가 셀트리온이 14만8853원, 셀트리온헬스케어가 6만6874원이었다.
이에 따라 합병 후 셀트리온에 대한 최대주주 셀트리온홀딩스의 지분은 21.47%(4729만9113주)다. 지주사가 상장 자회사 지분을 20% 이상 보유해야 하는 공정거래법상 기준을 충족하게 된다.
특히 합병비율은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사회 의장)의 지배력 측면에서도 중요한 문제였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 지분은 개인적으로 보유하고 있지 않지만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은 11.19%(1840만4770주)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서 회장으로서는 셀트리온헬스케어 주가가 호조를 보여 합병 시 셀트리온헬스케어에 적용되는 합병비율이 셀트리온에 최대한 근접해야 합병 후 셀트리온에서의 지배력을 높일 수 있었다. 이번 합병비율에 따르면 서 회장은 합병후 셀트리온 지분 3.75%(826만8564주)를 확보하게 된다.
주가는 자사주 매입과 향후 활용에도 영향을 미친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최근 수년간 자사주를 지속적으로 사들였다. 올해 6월말 기준 셀트리온 자사주는 발행주식총수 기준 2.77%(405만9803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2.48%(407만1351주)다. 여기에 합병비율을 적용하면 합병 후 자사주는 2.67%(588만8906주)가 된다. 회사로서는 자사주를 저렴할 때 사서 비쌀 때 팔아야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
올들어서만 자사주 매입에 셀트리온이 2023억원, 셀트리온헬스케어가 730억원에 이르는 금액을 투입한 것도 주가가 비교적 낮았기 때문이다. 셀트리온 측은 주주가치 제고를 이번 합병의 핵심 목적으로 제시한 상태다. 합병 후 주가가 상승하면 자사주 활용도 역시 그만큼 높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