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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로 본 셀트리온 합병

통합법인 '30조 밸류' 자신감, 전제 조건은

②셀트리온헬스케어 매입-매출 불균형 해소…'진정한 매출' 관건

고진영 기자  2023-08-28 07:24:57

편집자주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불완전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생산과 판매, 한 몸으로 해야 할 기능을 떼어뒀으니 실적 투명성을 두고 말이 많았다. 셀트리온헬스케어가 매출을 셀트리온에 몰아준다는 비판이다. 그간 군불만 떼던 '셀트리온 3형제'의 합병이 공식화한 것은 이제 의혹을 떨쳐내고 자생력을 증명할 기반을 확보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확신은 어디서 생겼을까. THE CFO가 실적과 재무 데이터를 분석해 합병 결정의 배경과 전망을 가늠해 봤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떨어져 있는 게 오히려 이상한 관계다. 생산부서(셀트리온)와 판매부서(셀트리온헬스케어)를 사실상 운명 공동체와 다름없으나 회계적으로 분리시됐다. '셀트리온 3형제'의 합병은 불가피하고도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왜 이제서야 합병을 결정했을까. 핵심은 합병 후에도 기업가치를 지킬 수 있는지 여부다. 현재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시가총액을 합치면 약 30조원 수준. 합병법인이 이 정도 밸류를 유지할 자신감을 드디어 확보했다는 얘긴데, 최근의 실적과 재무를 보면 이미 전조가 있었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그동안 실적 거품 논란에 시달려 왔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셀트리온으로부터 바이오시밀러(생물학의약품 복제약)를 사들여 글로벌 시장에 파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셀트리온헬스케어는 두 회사의 계약에 따라 구매 규모를 결정한다. 과거 헬스케어가 셀트리온 매출을 늘리기 위해 외상으로 물건을 사와 재고로 쌓아둔다는 의혹이 있었던 배경이다.

하지만 거품이 정말 있었다면 합병으로 걷혀진다. 두 회사가 합쳐질 경우 셀트리온헬스케어에 대한 셀트리온 수익은 더 이상 매출이 되지 않고 셀트리온헬스케어가 해외 판매를 통해 낸 수익과 셀트리온이 국내에서 벌어들인 수익만 진정한 매출로 잡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이 문제는 해소되는 조짐을 보였다. 셀트리온 매출을 불리기 위해 의약품을 수요보다 더 조달할 경우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매입과 매출은 그만큼 차이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 이 불균형은 재고자산 증가로 나타난다. 반대로 말하면 재고자산 증가 속도가 둔화될수록 매입과 매출의 균형이 맞춰지고 있다는 의미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재고자산 증가 규모는 2015년 연결 기준으로 2322억원이었는데 지난해 4172억원을 기록했다. 단순히 숫자만 보면 많아졌지만 같은 기간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매출이 약 3800억원에서 2조원 수준으로 대폭 뛰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출 대비 재고부담이 오히려 줄었다고 볼 수 있다.


운전자본에서 매입채무 역시 눈여겨봐야 한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매입채무는 재고자산과 반대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매입채무 변동 규모를 보면 2019년 757억원이 줄었지만 이듬해 약 3900억원이 늘었고 2022년 약 6400억원, 올해 역시 상반기 기준으로 2200억원 정도 증가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이 5년간 적자였다가 지난해 순요입(+)으로 전환된 것도 늘어난 매입채무 덕분이다.


매입채무 대부분은 셀트리온에 대한 외상으로 채워져 있다. 매입채무 증가는 헬스케어가 셀트리온에 갚지 않은 외상값이 많아지고 있다는 뜻이고, 다시 말하면 셀트리온이 셀트리온헬스케어에 대금 결제를 재촉하지 않아도 될 만큼 스스로 만들어내는 현금이 넉넉해졌다고 해석할 수 있다. 셀트리온이 '합병의 때가 왔다'고 결정한 이유로 짐작된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독특한 관계는 현금흐름에서도 엿볼 수 있다. 셀트리온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대부분 셀트리온헬스케어로부터 유입된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2017년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1조원의 현금이 들어왔는데 상당부분을 셀트리온에 대한 매입대금 결제로 사용했다. 셀트리온 입장에서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자금 조달처의 역할도 하고 있던 셈이다.

그러나 최근 셀트리온은 차입이 차츰 늘어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9년 별도 총차입금이 3300억원 수준이었으나 차츰 증가해 올 상반기 6773억원을 기록했다. 셀트리온 차입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매입채무가 함께 증가했다는 것은 단순히 보기 어렵다. 셀트리온이 셀트리온헬스케어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대신 자체적인 조달을 확대하고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시장 관계자는 "구조상 합병법인 실적은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합산 실적과 비교하면 당연히 줄어들수밖에 없다"며 "다만 앞으로도 30조원의 기업가치를 유지하기 위해선 그 격차가 크지 않아야하는데 최근 운전자본 변동과 차입 추이를 보면 어느정도 준비를 마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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