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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로 본 셀트리온 합병

12년만에 결단…'실적 투명성' 업그레이드

①'셀트리온-헬스케어' 매출 과대계상 이슈 해소, 본연 실적 자신감

원충희 기자  2023-08-25 16:55:18

편집자주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불완전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생산과 판매, 한 몸으로 해야 할 기능을 떼어뒀으니 실적 투명성을 두고 말이 많았다. 셀트리온헬스케어가 매출을 셀트리온에 몰아준다는 비판이다. 그간 군불만 떼던 '셀트리온 3형제'의 합병이 공식화한 것은 이제 의혹을 떨쳐내고 자생력을 증명할 기반을 확보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확신은 어디서 생겼을까. THE CFO가 실적과 재무 데이터를 분석해 합병 결정의 배경과 전망을 가늠해 봤다.
'2013년.'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2011년 11월에 열린 주주설명회에 직접 등판해 셀트리온헬스케어를 셀트리온에 다시 합병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거론했던 시점이다. 그때도 지금처럼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셀트리온의 기회를 유용했다는 비판이 많았던 탓에 변호인의 만류를 무릅쓰고 오너가 직접 나섰다.

그로부터 12년이 지난 시점에서야 셀트리온은 셀트리온헬스케어와의 연내 합병을 공식적으로 추진한다. 셀트리온 매출은 셀트리온헬스케어와의 거래에서 나오는데 문제는 두 회사의 직접적 지분관계가 없어 사실상 내부거래임에도 이를 반영하지 못해 매출 과다계상 이슈가 있다.

합병 후 그간 재무제표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민낯' 실적이 드러나는 셈이다. 본연 실적에 대한 자신감과 기업가치를 유지 또는 더 향상시킬 수 있다는 포부가 담긴 결단이기도 하다.

◇2011년부터 군불 뗀 합병, 왜 필요했나

서 회장이 합병을 공식적으로 표명한 시점은 2020년이라는 것이 셀트리온 측 입장이다. 하지만 실제로 거론한 시점은 그보다 더 먼저다. 업계 관계자들과 얘기와 각종 매체를 살펴보면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해 11월 열린 주주간담회에서 서 회장은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셀트리온의 기회를 유용했다는 지적에 대해 "2013년쯤에는 셀트리온헬스케어를 셀트리온에 다시 합병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으며 합병이 이뤄질 경우 셀트리온의 이익을 개인적으로 빼돌리기 위해 셀트리온헬스케어를 만들었다는 비난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물론 그는 "가능성은 있지만 장담할 수 없다며 주주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전제를 달았다. 2015년 3월 열린 셀트리온제약 주주총회에서도 주주들이 선택하면 2년 또는 3년 뒤에든 통합작업을 할 수 있다는 발언을 했다. 여기서 말한 기회유용은 무슨 뜻일까.

'1조3414억원.' 지난 한해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원재료 구매에 썼던 돈이다. 판매권기본계약 및 제품공급계약을 통해 관계사 셀트리온으로부터 원료의약품 또는 완제의약품 상태로 공급받고 있다. 셀트리온은 셀트리온헬스케어에 의약품을 공급하는 유일한 공급처다. 즉 이 돈은 셀트리온에 들어간 금액이다.

셀트리온이 바이오시밀러(생물학제제 복제약) 반제품 및 완제품을 만들고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이를 매입해 전 세계로 판매하거나 중간 가공을 거쳐 완제품으로 만든 뒤 공급한다. 일부 의약품은 공동개발을 진행한다. 이 같은 구조 덕분에 셀트리온은 안정적인 매출과 현금흐름을 유지할 수 있다. 김형기 셀트리온헬스케어 부회장이 과거 인터뷰에서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사실상 한 몸"이라 표현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시장에서 오랫동안 의혹을 제기한 부분은 제조사와 유통사가 셀트리온홀딩스, 더 나아가 서정진 회장의 지배하에 놓여있지만 아무런 지분관계가 없다는 점이다. 신체로 따지면 상체와 하체 같은 관계이나 연결재무제표나 지분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 의약품이 안 팔려 셀트리온헬스케어에 재고가 쌓여도 셀트리온의 재무에는 영향이 없다.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조달한 자금을 의약품 대금 형태로 셀트리온에 넣어준다. 신약개발 자금 등을 이런 식으로 지원해줄 수 있다.

두 회사의 거래는 사실상 내부거래나 다름 없음에도 내부거래가 제거되지 않은 채 재무제표에 올라간다. 그만큼 실적이 부풀려지는 효과가 생긴다. 화장기를 지운 민낯 실적을 보지 못하는 탓에 가공매출, 재고 이슈가 계속 불거지면서 해묵은 과제가 됐다. 두 회사 합병을 추진하는 근본적 요인이다.

서 회장은 이런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위해 막대한 투자금이 필요했다"며 "바이오시밀러 사업에 대한 확신이 없던 시절 자금조달이 어려웠고 직접 리스크를 지고 셀트리온헬스케어를 통해 투자를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약개발은 막대한 돈이 드는 만큼 대규모 투자유치나 차입이 필요하다. 셀트리온은 2005년 IPO를 통해 끌어올 수 있는 자금을 거의 조달한 상태라 더 이상의 지분 희석과 지배력 약화를 불러올 수 있다. 또 차입 확대는 부채비율을 상승시켜 재무구조를 악화시킬 수 있었다. 셀트리온에 안정적 매출을 보장하고 대금지급을 통해 유동성을 공급할 역할로 나선 곳이 셀트리온헬스케어다.

◇안정적 매출·신약개발 여력 확보 위한 구조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서 회장이 지분 96.66%를 가진 사실상 개인회사 넥솔에서 시작했다. 대우에서 일했던 서정진 회장은 그룹이 패망한 뒤 자기 사업을 꾸리기 위해 1999년 12월 설립한 넥솔(현 셀트리온헬스케어)을 설립했다. 그가 바이오사업 진출을 확정하고 넥솔바이오텍(현 셀트리온스킨큐어)를 세운 뒤 미국 생명공학기업 백스젠(VaxGen)과 한국담배인삼공사(현 KT&G) 등을 끌어와 설립한 게 셀트리온이다. 2002년 설립 당시 셀트리온은 백스젠이 48.98%, 담배인삼공사와 넥솔바이오텍이 우선주로 17.14%, 9.8%씩 갖고 있었다. 서 회장이 사장이었으나 지배 지분율은 미약했다.

그러던 중 2005년 셀트리온은 기업공개(IPO)에 나서면서 백스젠의 구주매출로 지분을 22.2%로 줄였다. 2006년 7월 백스젠이 지분 전량을 매각하면서 이 중 일부를 사들인 넥솔, 넥솔바이오텍, 넥솔창업투자 등의 셀트리온 지분은 각각 11.18%, 10.31%, 8.11%가 됐다. 서 회장의 지배 지분은 29.6% 정도였다. 반면 그때까지도 넥솔 대한 지분은 96.66%에 달했다.


IPO란 강력한 조달수단을 써버리고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도움으로 매출과 현금흐름을 유지하던 셀트리온으로선 자금조달이 어려웠다. 반면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셀트리온과의 거래를 통해 확보한 의약품 재고와 판권을 기반으로 IPO, 투자유치로 조달이 가능했다. 서 회장의 지배력이 높아 훨씬 강하게 핸들링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안정적 매출과 신약개발 여력을 확보하기 위한 구조였다.

셀트리온은 국내 손꼽히는 바이오 기업이 될수록 회계 투명성 이슈 요구도 거세졌다. 시장에서 계속 제기된 의혹은 결국 증권선물위원회까지 올라갔다. 고의성 없는 회계기준 위반으로 결론이 났지만 금융당국은 중요한 회계정보를 보다 투명하고 정확하게 제공하도록 개선토록 하는 숙제를 안겨줬다. 합병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일이 됐다. 이제는 민낯의 실적을 보여야 한다.

다만 12년 만에 결단을 내린 배경에는 본연의 실적을 드러내도 된다는 자신감이 깔려있다. 이제는 셀트리온이 더 이상 셀트리온헬스케어에만 의존하지 않은 채 다른 매출을 발생시키고 있다. 차입 등 스스로 자금조달도 진행했다. 거래과정에 붙는 중간마진을 제거할 수 있으니 비용 효율화도 가능하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합병) 타이밍은 예전부터 계속한다고 (회장이) 얘기를 하셨고 증선위 이슈가 올 7월에 해결된 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하겠다고 주주들과 약속한 만큼 지금 이행 중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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