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말도 못합니다"
셀트리온그룹의 합병 관련 설(設)에 대해 '함구령'이 떨어졌다. 그 누구도 관련 프로세스는 물론 향후 일정, 예측 등에 대해 발설하지 못한다.
표면적으로는 공시 문제이긴 하지만 주가, 결국 돈 문제로 귀결된다. 합병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선 존속 및 소멸법인의 주가가 높고 낮아야 하는 원칙이 분명하다. 파트너는 역시 셀트리온그룹의 생사고락을 함께 했던 미래에셋증권이 됐다.
◇"4개월이면 충분" 물리적으로는 가능, 위기의 순간엔 늘 '미래에셋' 셀트리온그룹은 미래에셋증권을 주관사로 삼고 상장 3사(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셀트리온제약)의 합병을 추진한다. 올해 3월 복귀를 의결한 정기주주총회에서 서정진 회장이 "4개월이면 충분하다"고 언급한 것으로 보아 연내 합병 마무리를 목표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조회공시를 통해 셀트리온이 '현재까지 구체적인 합병 대상, 시기, 방법, 형태에 대해선 최종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지만 상당부분 밑그림은 그린 것으로 전해진다. 주관사 선정을 공표한 것도 이미 어느정도 전략이 구체화했기 때문이라는 게 그룹 내외부의 분석이다.
다만 실무를 하는 양사 임원의 얘기를 들어보면 시기적으로는 여전히 고민스러운 지점이라고 설명한다. 절차상으로는 이사회 결의를 통해 합병을 결정하고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증권신고서 제출, 반대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등을 거치는 과정이다.
셀트리온과 미래에셋, 양사의 맞손은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서 회장은 평소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과 친구처럼 지내는 사이다. 상장, 투자, 인수합병(M&A), 오픈이노베이션 등 금융이 필요한 상황에서 언제나 양사는 파트너가 됐다. 미래에셋과 함께 운용하는 벤처펀드도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투자에 있어선 두 오너가 상당히 결이 비슷하다.
서 회장은 3월 정기주총에서 더벨과의 스몰 인터뷰에서 '미래에셋'을 M&A를 함께 추진할 주요한 파트너 중 하나로 소개할 정도로 신뢰를 공표했다. 양사의 관계는 단순 협업 이상이다. 소위 '함께 돈버는 파트너'로 돈독하다.
6년여 전 서 회장이 개인적으로 보유하던 셀트리온지에스씨라는 매출도 안나는 회사에 미래에셋증권 고유계정(PI) 수백억원을 투자를 단행할 정도로 믿음이 있었다. 몇달 뒤 해당회사는 매출이 나는 셀트리온스킨큐어를 합병하며 그룹의 곳간 역할을 하는 한 축이 됐다.
◇합병은 당면과제, 결국 '시점'문제…재무적 가용재원 약 1조 미래에셋을 파트너로 삼고도 셀트리온그룹은 내부적으로 그 어떤 답변도 하지 못한다는 게 공식멘트다. 그 무엇도 당당하고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던 서 회장의 배포를 견줘보면 꽤 조심스럽고도 신중한 분위기다. 그만큼 녹록치 않은 합병 과정이 예상된다는 얘기다. 위기의 순간, 미래에셋의 손을 다시 잡은 이유이기도 하다.
상장 3사 합병은 꽤 어려운 문제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수년이 흐른 아직까지 사건으로 회자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합병비율이 결국 문제다. 누구에게 어떻게 얼마나 혜택이 가게 구조를 짤 것인지가 관건인데, 보는 눈이 많아 만만찮은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합병을 추진하는 고위급 임원들의 전언을 종합해보면 결국 시점의 문제로 남는다. 연내 합병이라고 서 회장도 공표한 바 있지만 여전히 그 시점은 고민스럽다고 설명한다. 다양한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 돌리면서 적정 시점을 논하고 있다.
그 시점은 결국 '주가'다. 담당 임원은 누구에게 유불리를 논하는 합병 프레임으로 보지 말아달라고 선을 그었지만 셀트리온그룹이 가용할 수 있는 재원은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상장사의 합병비율은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176조의 5에 규정하고 있다. 이사회 결의나 합병계약 체결일 중 앞선 날의 전일을 기준으로 △1개월 종가평균 △1주일 종가평균 △최근일 종가를 산술평균한 가액으로 정한다. 이 가격으로 비계열사간 합병은 30% 범위 내에서, 계열사간 합병 10% 범위 내에서 할증 및 할인한 가격에서 합병가액을 정한다.
상장 3사의 합병은 복잡한 메커니즘이 적용된다. 일단 이사회 시점이 중요하다. 결의 시점을 전후로 해서 합병비율을 산정하기 때문이다. 셀트리온그룹 내부에서 함구령이 내려진 것도 이 때문이다.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를 차단하는 차원이다.
누가 존속법인이 되는지에 따라 합병비율의 유불리도 달리 따지게 된다. 현재로선 가장 덩치가 큰 셀트리온이 자회사인 셀트리온제약을 흡수합병하고 셀트리온헬스케어를 합병하는 방식이 자연스러워 보인다.
다만 셀트리온헬스케어에 서 회장 개인지분이 11%로 2대주주 입지인 만큼 누구에게 유불리를 두고 의사결정을 할지에 따라 다른 결론이 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합병 반대 주주들에게 부여되는 주식매수청구권에 대응할 자금도 필요하다. 현재 지주사인 셀트리온홀딩스와 상장 3사는 총 1조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셀트리온그룹의 합병 실무에 참여하고 있는 한 고위임원은 "서정진 회장이 말한 4개월은 물리적으로 합병이 가능한 시간이지만 시기와 관련해선 열린 시각으로 조율 중"이라며 "3사 모두가 적정가치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시장 상황을 보며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우성 셀트리온 대표이사 부회장은 더벨과의 전화통화에서 "지금은 얘기할 수 없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