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은 현금 확보가 절실하다. CJ그룹이 CJ CGV를 포함한 계열사들의 재무건전성 개선 과제를 여전히 안고있는 상황에서 그룹 캐시카우로서의 CJ제일제당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일부 해외법인이 발행한 상환전환우선주(RCPS)로부터 발생하는 파생상품부채는 현금유출을 발생시킬 수 있는 뇌관이다. CJ제일제당과 자회사 CJ대한통운은 해당 RCPS가 기준금액 이하로 매각될 경우 RCPS 투자자에 차액을 지급하는 약정을 맺었다. RCPS는 내년 11월부터 순차적으로 매각이 가능해지며 이 약정에 따른 파생상품부채는 500억원이 넘어가고 있다.
◇총액 5000억 해외법인 RCPS 차액결제 약정…내년 11월부터 발동 가능 CJ그룹은 2019년 11월과 12월에 걸쳐 CJ제일제당과 자회사(지분율 40.16%) CJ대한통운의 일부 해외법인에 재무건전성 강화 목적으로 외부투자자 자금을 유치했다. 해외법인이 RCPS를 발행하는 형태였다. CJ제일제당이 12월 가양동 부지(서울 강서구 가양동 92-1번지)를 8500억원에 매각하는 등 계열 전반에 걸쳐 재무구조 개선에 매진하던 때였다. RCPS 발행으로 유입된 대부분 금액도 이들 해외법인의 차입금 상환에 이용됐다.
CJ대한통운 완전자회사인 싱가포르 CJ로지스틱스아시아(CJ Logistics Asia)가 11월 재무적투자자(FI)가 출자한 특수목적법인(SPC·CS Partnership 2019-1)을 대상으로 1000억원 규모 RCPS를 발행했고 12월 미국 CJ로지스틱스홀딩스아메리카(CJ Logistics Holdings America)가 12월 사모펀드(흥국US하이클래스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2호)를 대상으로 1000억원 규모 RCPS를 발행했다. 이들 해외법인은 현지에서 계약물류(CL)와 수출입물류(포워딩) 등 물류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어 CJ제일제당 완전자회사인 미국 CJ아메리카(CJ America)가 12월 사모펀드(흥국US하이클래스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1호)를 대상으로 3000억원 규모 RCPS를 발행했다. CJ아메리카는 해외 자회사 제품을 판매하는 중개무역 거래를 담당한다.
발행조건상 RCPS 투자자는 인수 5년 이후인 내년 11월과 12월부터 공개입찰 방식으로 RCPS를 매각할 수 있게 된다. RCPS 투자자의 전환권은 6년 이후부터, 이들 해외법인의 상환권은 7년 이후부터 각각 행사할 수 있는데 이에 앞서 투자자에 시장에서의 매각으로 엑시트할 기회를 부여한 셈이다.
CJ그룹은 RCPS 투자자와 지급보증 목적의 차액결제 약정을 체결했다. RCPS 매각 때 기준금액 이하로 매각될 경우 CJ그룹이 RCPS 투자자에 해당 차액을 지급하는 내용이다. 기준금액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일정 수준 이하의 손실을 방어해주거나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률을 보장해주려는 의도로 읽힌다. 이는 RCPS 투자자로서는 투자 유인으로 작용했다.
CJ로지스틱스아시아와 CJ로지스틱스홀딩스아메리카 물량에 대해서는 모기업인 CJ대한통운이, CJ아메리카 물량에 대해서는 CJ제일제당이 각각 차액결제 의무를 지고 있다.
◇파생상품부채 545억 발생…해외법인 순손실 지속 문제는 해당 약정에 따라 차액결제 의무를 부담한 CJ제일제당과 CJ대한통운에 부채가 발생하고 있는 점이다. 올해 6월말 별도 기준으로 CJ제일제당에 120억원, CJ대한통운에 425억원(CJ로지스틱스아시아 340억원·CJ로지스틱스홀딩스아메리카 85억원)의 비유동 파생상품부채가 계상돼있다.
파생상품부채가 발생하고 있는 이유는 RCPS 공정가액이 차액결제 약정에 따른 고정된 기준금액보다 낮게 형성돼있기 때문이다. 현재 계상된 파생상품부채 규모는 CJ제일제당과 CJ대한통운이 지급해야 할 차액 규모를 의미한다.
CJ아메리카로부터 발생하는 파생상품부채 규모는 RCPS 발행 직후인 2019년말 540억원에서 올해 6월말 120억원으로 감소했다. 반면 CJ로지스틱스아시아로부터의 파생상품부채 규모는 같은 기간 187억원에서 340억원으로, CJ로지스틱스홀딩스아메리카로부터의 파생상품부채 규모는 64억원에서 85억원으로 각각 증가했다.
파생상품부채 규모의 변동은 각 해외법인의 기업가치 변동과 높은 연관성을 가진다. CJ로지스틱스아시아와 CJ로지스틱스홀딩스아메리카로부터의 파생상품부채 규모가 늘어난 것은 이들 해외법인의 기업가치가 RCPS 발행 당시보다 하락한 데 따른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기업가치가 하락할수록 RCPS 매각가격이 낮아져 CJ그룹이 지급해야 할 차액 규모가 커진다. 반면 CJ아메리카는 기업가치가 상승했지만 여전히 기준금액에 매겨진 기업가치를 밑돌고 있다는 뜻이 된다.
이들 해외법인은 최근 수년간 당기순손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CJ로지스틱스아시아와 CJ로지스틱스홀딩스아메리카는 RCPS를 발행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으며 올해 상반기에도 당기순손실을 기록 중이다. CJ아메리카도 2021년부터 당기순손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CJ아메리카가 당기순손실을 지속한다면 기업가치에 악영향을 미쳐 그동안 감소하고 있던 파생상품부채 규모가 다시 증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내년 RCPS 매각 현실화시 현금유출…CJ제일제당 캐시카우 지위 유지 관건 CJ대한통운은 CJ제일제당의 자회사이므로 CJ대한통운이 부담하고 있는 파생상품부채도 CJ제일제당 연결 기준 재무제표에 반영되고 있다. 현재는 평가손실 개념이므로 재무건전성에만 영향을 미친다. 올해 6월말 연결 기준 CJ제일제당의 부채총계는 18조2466억원으로 이중 이들 해외법인으로부터 발생하는 파생상품부채(합산 545억원) 비중은 0.3%로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내년 11월에 이르러 RCPS 투자자가 RCPS를 매각할 경우 현재 이들 해외법인 기업가치 수준에서는 차액결제 약정에 따라 현금유출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 CJ제일제당의 올해 6월말 연결 기준 현금성자산은 1조6547억원이다. 이중 별도 기준으로는 CJ제일제당이 4898억원, CJ대한통운이 2528억원이다.
파생상품부채 규모 대비 현금성자산이 여유있는 편이긴 하지만 현재 CJ제일제당은 현금 확보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시기다. 그룹 지주사 CJ㈜가 다음달 CJ CGV 유상증자에 600억원 투입을 결정한 데다 CJ푸드빌과 CJ프레시웨이의 재무건전성 개선 필요성이 부각되면서 그룹 전반에 걸쳐 현금소요 이벤트가 여전히 남아있다.
이 와중에 CJ제일제당은 그룹 캐시카우 지위를 유지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지난해 CJ㈜의 별도 기준 배당금수익 1050억원의 51.1%(537억원)를 CJ제일제당이 책임졌을 정도다. 지난달 중국 식품제조 자회사 지상쥐(Sichuan Jixiangju Food) 지분 60% 전량을 매각해 3000억원을 현금화한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