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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젤 '차석용식 새판짜기' 손지훈 사장은 없다

메디컬 에스테틱 드라이브 속 내년 3월 임기 만료 '상반비'

최은수 기자  2023-08-10 14:47:18
휴젤이 대표집행임원과 집행임원 등을 교체하면서 본격적인 '차석용식 새판짜기'의 모습을 드러냈다. 올해 휴젤에 합류한 차 회장은 기존 주력 제품인 보툴리눔 톡신, 필러와 더불어 화장품을 포함해 '메디컬 에스테틱' 포트폴리오 완성을 노린다. 새로 중용한 멤버 이력과 면면에도 차 회장의 복안과 구상이 녹아있는 모습이다.

2018년부터 휴젤 경영을 이끌어 온 손지훈 사장은 대표집행임원에서 사임했다. 표면적으론 대표집행임원 자리를 내려놓고 이사회(사내이사) 멤버로서 기업 전반의 경영 활동에 나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의 임기가 내년 3월 만료인 점, 집행임원체제 특성 등을 전반적으로 고려했을 때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차석용 회장의 첫 이사회 새판짜기… 전문경영인 출신 손지훈 대표집행임원은 사임

휴젤 한선호 대표집행임원(왼쪽), 문형진 대표집행임원
휴젤은 지난 9일 이사회를 통해 한선호 부사장(왼쪽)과 문형진 부사장(오른쪽)을 대표집행임원으로 선임했다. 각자대표집행임원 체제로, 한선호 대표집행임원은 △제품 생산 △영업·마케팅 △연구개발 등을 아우르는 '운영 부문'을 맡는다. 문형진 대표집행임원은 북미·호주·뉴질랜드 및 중국 사업 총괄 △제품 연구개발 △신사업 발굴 등의 사업 부문을 맡는다.

한선호 대표집행임원은 고려대학교 출신으로 동아제약·박스터 코리아를 거쳐 신젠타코리아 대표이사를 지낸 글로벌 영업마케팅 전문가이다. 2018년 휴젤에 합류했다. 문형진 대표집행임원은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출신으로 갈더마 아시아퍼시픽 지역 의학 고문 및 국제미용성형학회(IMCAS)의 학술 교수 출신이다.

각자대표집행임원 체제를 꾸리는 과정에서 기존 대표집행임원 손 사장이 사임한 점이 눈길을 끈다. 손 사장은 2018년 휴젤에 합류 직후 공동 대표집행임원에 올랐다. 그해 6월 심주엽 대표집행임원이 물러난 이후 단독 체제로 회사를 이끌어 왔는데 사내이사로의 임기를 약 반년 가량 남기고 사임을 택했다.

집행임원제도 특성상 손 사장은 이사회 멤버로는 자리를 유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집행임원제도는 의사 결정이나 감독 기능을 담당하는 이사회와 별개로 운영된다. 업무 집행만을 전담하면서 대표집행임원(CEO)이나 재무집행임원(CFO), 법무집행임원(CLO), 기술집행임원(CTO) 등을 두는 게 일례다.

다만 시장 및 업계에선 이번 임원의 변동을 통해 손 사장의 사퇴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손 사장의 사퇴설은 이미 올해 상반기부터 업계에서 돌기 시작했다. 사내이사로의 임기가 내년 주총 전까지인 점, LG생활건강 시절 전문경영인으로 공전의 업적을 쌓은 차 회장의 합류로 인해 손 사장의 입지에 변동이 있을 것이란 분석에 따른 전망이었다.

손 사장은 차 회장이 이사회 의장으로 올라선 이후에도 대표집행임원(CEO)직을 수행하면서 시장의 우려는 기우로 끝나는 듯했다. 손 사장 역시 퇴사설과 관련해 최근 더벨과의 통화에서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다만 이달 이사회 개편을 통해 결과적으로 대표집행임원에서 내려오게 되면서 다시금 그의 거취에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손지훈 사장 이사회 멤버는 유지했지만 성과·색채 희석 불가피

전문경영인 출신인 손 사장은 2018년 휴젤에 합류했다. 합류 후 심주엽 대표와 공동대표집행임원 체제를 이어가다 그해 6월 심 대표가 물러나면서 단독 대표집행임원으로 올라섰다.

2021년 보툴렉스(중국 제품명 레티보)의 중국 진출 및 해외 사업 다각화 성과를 내며 한 때 흔들렸던 휴젤의 수익성을 회복하기도 했다. 특히 GS가 컨소시엄을 통해 1조7000억원을 들여 휴젤을 M&A할 때도 중요한 역할론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휴젤은 글로벌 시장에 닥친 엔데믹이라는 전환점을 성장의 계기로 삼고 입지전적인 전문경영인 차 회장을 영입했다. 특히 차 회장은 합류 후 휴젤의 향후 사업 방향성을 가늠하는 새 지침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는 보툴리눔톡신과 필러, 그리고 코스메슈티컬로 요약되는 화장품을 더한 메디컬 에스테틱 포트폴리오로 요약된다.

업계는 차 회장이 주목을 받을수록 그 그림자가 점차 손 사장을 가릴 수밖에 없는 상반비를 예상하고 있다. 현재로선 차 회장은 중국 사업 연착륙과 그의 특기와도 같은 M&A를 중심으로 LG생활건강의 연속 성장을 이룬 미래를 구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안에서 손 사장의 역할론은 찾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휴젤이 손 대표 합류 후 주요 성과로 꼽히던 흉터치료제 개발 사업을 올해 들어 중단한 것도 많은 것을 시사한다. 올릭스로부터 기술이전(L/O)한 비대흉터치료제 'BMT101'는 임상 2a상 톱라인에서 1차 평가지표의 통계적 유의성을 충족하기도 했다. 그러나 휴젤은 올해 5월 최종적으로 기술 결별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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