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그룹 지주사 대웅이 뉴욕증권거래소(NYSE)로 이전상장하는 이온바이오파마(AEON Biopharma)의 지분을 취득했다. 메디톡스와의 불편한 동거가 또 다시 재현됐다. 나보타의 에스테틱 사업을 맡은 나스닥 상장사 에볼루스(Evolus)와 마찬가지로 이온바이오파마에서도 양사가 모두 주요 주주에 이름을 올리게 된 결과다.
양사는 미국에 진출한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를 둘러싼 분쟁과 합의 과정에서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이해관계를 만들어 왔다. 다만 대웅그룹의 미국 보툴리눔 톡신 사업은 양사의 합의를 통해 지속할 수 있게 된 만큼, 해묵은 갈등을 앞세운 감정대립이 재개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에볼루스 이어 이온바이오파마도 주요주주 명단에… 톡신 분쟁 합의 결과 대웅은 24일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프리베테라 애퀴지션(Priveterra Acquisition) 주식 346만3318주를 438억원에 취득했다. 대웅의 프리베테라 애퀴지션 지분 인수는 작년 7월 이온바이오파마의 전환사채 투자 과정에서 체결한 주식 전환 조건을 충족한 결과다. 주식 취득 뒤 대웅의 이온바이오파마 지분율은 12.63%가 된다.
이온바이오파마는 계약에 따라 프리베테라 애퀴지션과 합병하고 이를 통해 뉴욕 증시에 상장하게 된다. 상장 후 프리베테라는 상호를 이온바이오파마로 변경하면서 스팩 절차를 마무리한다. 합병 후 공식 명칭 및 거래 코드는 '이온(AEON)'이다. NYSE 상장으로 확보한 투자금은 1억2500만달러(한화 약 1600억원)다.
이온바이오파마는 대웅제약의 파트너사 파트너사 에볼루스(Evolus) 모회사인 알페온(Alphaeon)이 2012년 설립했다. 보툴리눔 톡신을 전문적으로 연구·개발하고 있다. 2021년 나스닥 상장을 철회한 지 약 2년 만에 미국 증시에 입성하게 됐다. 대웅그룹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미국 제품명 주보)'의 치료용 파이프라인 개발과 판매를 맡는다.
눈길을 끄는 점은 이온바이오파마엔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이 각각 2대, 3대주주로 자리하게 됐다는 점이다. 메디톡스는 2021년 이온바이오파마와 나보타 미국 판매에 대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소송에서 합의하면서 지분을 확보했다. 메디톡스의 이온바이오파마 보유 지분율은 작년 말 기준 16.67%다.
박성수 대웅제약 부사장은 "이온바이오파마의 미국 증시 상장은 나보타가 치료시장에서도 통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을 증명한 것"이라며 "cGMP 획득과 FDA 승인으로 입증한 나보타의 우수한 품질과 양사간의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톡신 치료시장 진출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이온바이오파마 거버넌스 둔 분쟁 가능성 낮아… 에볼루스 사례 참고할 만 대웅 측이 밝힌 에온바이오파마 전환사채 취득 목적은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의 글로벌 치료사업 파트너십 강화다. 메디톡스는 합의 과정에서 에온바이오파마 지분을 확보하고 일정기간 라이선스 관련 로열티를 받는 만큼 양사가 이사회 및 거버넌스를 두고 분쟁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양사가 조용한 동거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은 앞서 에볼루스 사례를 통해서도 유추할 수 있다. 메디톡스는 에볼루스 최대주주 등극 이후에도 이사회 개편 등을 비롯한 경영 참여 행보를 보이지 않았다. 더불어 보유 지분을 매각하며 최대주주 지위를 스스로 내려놓았던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특히 메디톡스는 에볼루스의 최대주주에 올랐을 당시에도 이사회 개편을 비롯한 경영 참여와 관련해선 지속적으로 선을 그어왔다. 역시 이온바이오파마에서도 비슷한 행보를 이어갈 것이란 게 시장의 전망이다. 메디톡스는 2021년 9월 에볼루스의 최대주주에 올랐지만, 이후 별다른 에볼루스 이사회 멤버 변동은 없었다.
더불어 이온바이오파마 이사진은 모두 기존 최대주주였던 알페온 이사회 내 인물로 꾸려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이온바이오파마 이사회 면면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그간 대웅 및 메디톡스가 꾸준히 지분을 확보해 왔음에도 에볼루스의 거버넌스를 알페온 측이 쥐고 있던 것으로 미루어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세부적으로 현재 에볼루스 이사회 내 시몬 블랭크(Simone Blank, 이사회 의장), 비크람 말믹(Vikram Malik), 로버트 헤이맨(Robert Hayman) 등이 모두 알페온 측 인사다. 이들은 알페온 전신인 에온바이오파마 시절부터 함께 하며 회사 및 에볼루스 의사결정을 주도해 왔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가 기존 파트너사와 결별하고 독자적으로 글로벌 비동물성 액상형 보툴리눔 톡신시장을 구축해야 하는 만큼 이를 위한 투자 재원 확보가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앞서 미국 외에 중국 시장 진출도 계획 중인 만큼 지속적인 투자자산 현금화 전략을 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