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금철 제조업체인 DB메탈은 2020년에 사업 다각화의 일환으로 건설사 '코메'를 세웠다. 이후 지난해 코메를 합병했고 사내 건설부문으로 재편했다. 코메는 설립 1년 만에 순이익률 10%대를 실현한 회사다. 탄탄한 수익성의 이면에는 '내부거래'가 있었다.
그룹 계열사인 DB하이텍이 발주한 공사를 수행하면서 2021년 한 해에만 300억원을 얻었다. 합병을 계기로 출범한 DB메탈 건설부문이 따낸 공사계약까지 모두 포함하면 3년간 DB하이텍에서 600억원 넘는 금액을 확보했다.
◇'오너 개인회사 임원' 경영진 배치 DB메탈이 건설사 코메를 설립한 시점은 2020년 12월이다. 당시 경영진은 합금철 생산에 초점을 맞춘 본업 실적이 철강 경기에 따라 민감하게 변동하는 만큼 안정적 수익원을 확보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는 수순으로 이어졌고 24억원을 출자해 100% 자회사인 코메를 세웠다.
그룹 경영진의 건설분야 재진출 노력도 코메 출범에 탄력을 줬다. 구조조정 일환으로 동부건설이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키스톤 프라이빗에쿼티(PE)에 매각된 영향이 작용했다. DB그룹 사업의 출발점이 건설부문이었던 만큼 공사 노하우를 갖춘 인력과 네트워크를 되살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룹 오너 일가의 개인회사에 몸담았던 인물들이 코메 경영진으로 부임했다. 김경진 대표는 취임 당시 DB인베스트 감사와 DB스탁인베스트 사내이사를 겸직했다. 조성관 감사 역시 DB인베스트와 DB스탁인베스트에서 등기임원을 지냈다.
DB메탈 출신 인물 중에서는 나민서 최고재무책임자(CFO)와 김상윤 마케팅구매담당 상무가 코메 사내이사를 겸임했다. 나 CFO는 2008년 DB메탈 설립 원년 구성원으로 전략기획팀장을 거쳐 2020년에 경영지원담당 상무로 영전했다. 김 상무는 2011년 DB메탈과 연을 맺은 이래 영업팀장을 역임했다.
하지만 코메는 출범한지 1년여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DB메탈 경영진은 2021년 11월에 코메를 흡수 합병하는 결정을 내렸다. 2022년 2월에 합병절차를 마무리했고 코메는 'DB메탈 건설사업 부문'으로 재편됐다. 코메를 이끌던 김경진 대표는 건설부문 경영을 총괄하는 사장으로 취임했다.
당시 합병 배경에 대해 DB그룹 관계자는 "코메를 자회사로 유지하는 것보다 DB메탈로 통합하는 방안이 경영효율성 제고와 사업 시너지 극대화 관점에서 적절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경쟁입찰→수의계약' 무게추 변화 코메는 수익성이 탄탄한 회사였다. 설립 이듬해인 2021년에 매출 354억원, 순이익 42억원을 시현했다. DB메탈의 종속기업 가운데 단연 높은 순이익률(11.8%)을 냈다. 당시 DB메탈USA는 6.6%, DB메탈유럽은 6%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실적을 다지는 비결은 내부거래에 있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이자 그룹 계열사 DB하이텍이 코메의 수익 창출을 뒷받침해줬다. 2021년 2분기에 시설공사 계약을 체결하면서 첫 발을 뗐다. 한 해 동안 8건의 계약을 맺고 286억원을 확보했다. 연간 매출의 80.8%를 차지하는 규모였다.
코메가 DB메탈 건설부문으로 개편된 뒤에도 DB하이텍과 형성한 거래 관계는 꾸준히 이어졌다. 2022년에 공사 계약 9건을 체결했다. 190억원을 얻었는데 건설부문에서 시현한 매출 426억원의 44.6% 수준이었다.
올해 상반기에는 계약 5건을 따냈는데 총 158억원 규모다. 2021년 상반기 44억원과 견줘보면 3배 넘게 많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 118억원과 비교해도 33.7% 불어난 금액이다.
계약 체결 방식은 경쟁입찰에서 수의계약으로 무게추가 옮겨갔다. 2021년만 하더라도 코메와 DB하이텍의 계약은 여러 사업자가 참여한 경쟁입찰을 거쳤다. 하지만 DB메탈이 코메를 합병한 작년에 DB하이텍을 상대로 따낸 공사계약 9건 중 3건은 수의계약이었다. 올해 들어서는 6월까지 성사한 계약 5건 가운데 4건이 수의계약이다.
이러한 내부거래 상황을 둘러싸고 시장 일각에서는 비판적 입장을 취했다. 행동주의를 표방하는 운용사 KCGI는 올해 6월 DB하이텍 경영진에 보낸 주주서한에서 "단기간에 코메와 계약을 체결하면서 다른 회사와의 거래와 유사한 수준으로 검토했던 것인지 의문"이라며 "수의계약을 체결하는데 적절한 의사결정 과정이 선행됐는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